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엄마 밥 먹었어'

  '아니 너 먼저 먹어'

  '같이 먹으면 좋을 텐데'

  '엄마는 아빠오시면 함께 먹을게'

 

모 TV방송사의 일일연속극에서 엄마와 딸이 나누는 대화내용이다. 요즘 TV를 시청하다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을 자주 접하게 된다. 어린이들이 TV에 출연하여 깜찍한 모습으로 연기하는 것이 보기에 좋고 방영효과도 높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TV에 출연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극중에 설정된 부모나 윗사람에게 반말을 쓴다는 것이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마찬가지다.

 

그전에는 몇몇 드라마에서 그러려니 생각하고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어린이들이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반말을 해대니 여간 귀에 거슬리는 것이 아니다. TV에서 어린아이들이 어른에게 깍듯이 존댓말을 쓰고 예의를 다하는 것은 사극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되고 있다. 어린이들이 존댓말을 쓰는 것이 옛날이야기나 전설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가정에서건 학교에서건 아이들에게 경어를 가르치지 않으면 그들도 경어를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나중에는 반말이 평상어가 될 것이다.

 

물론 출산율이 낮아지고 부모와 아이들이 격의 없이 친구처럼 지내다보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되고, 그러한 설정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TV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으며, 메스미디어(mass media)가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함부로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반말을 쓰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침저녁으로 펼쳐지는 이른바 막장드라마라고 하는 것은 더 가관이다. 서로 질투하고 시기하고 모함하고, 폭력에 이혼에 가정파탄에 인간들이 살아가면서 드러내놓을 수 있는 온갖 치부는 다 드러내놓고 악다구니를 써대고 있다. 이런 드라마가 아니라도 우리 국민은 매일 온갖 사건사고에 애태우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살아간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Johan Sebastian Bach),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멜로디 혹은 싱그러운 풍경으로 아침을 열어주는 TV, 마음을 따습게 감싸주는 시(詩) 한편으로 뉴스를 시작하는 TV, 이런 것을 기대하는 내가 너무 휴머니스트인가?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이었다. 그래서 웃어른을 공경하는 것이 생활화 되었으며, 세계 어느 나라 언어보다도 많은 경어들이 발달되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어른이나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학생들의 무거운 책가방을 받아 들어주곤 했다. 그것이 우리의 미풍양속이고 미덕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책가방을 받아주는 사람을 보질 못했다.

 

아무리 생활이 개방화되고 서구화되었다고는 하나, 아이들의 의식과 어투마저도 그렇게 되어야 하는가? 서구화가 아무리 좋다지만 나쁜 것은 버리고 좋은 것만 받아들이자. 국가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메스미디어의 역할과 책임이 참으로 크다.


태그:#텔레비젼, #반말, #말투, #메스미디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생은 물처럼, 바람처럼, 시(詩)처럼 / essayist, reader, traveler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