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남편과 아이들 떠나 보내고
부산스럽게 뜨개질 소쿠리 챙겨
동네 여인들 몇 몇 모여,
투명한 봄 햇살 한올 한올 짜는
연분홍 레이스 커튼 내려진
동네 어귀의 '레이스 짜는 방',
나는 어제 짜다 꽂아 둔 바늘귀 하나 찾다가
시간 다 강물처럼 흘려 보내고,
오후 세시되어서 간신히
푸른 소나무 한그루 짜올렸다.
(잠시 쉬었다 할까)
(쉬기는 난 아직 학 한마리도 못 짰어...)
(그래도 좀 쉬었다 가야지....)
한 잔의 뜨거운 커피 찻잔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은
오후 햇살 속의 미세한
소금가루 같은 먼지들
얼마간 섞여 마셔가며,
모두 이마에 한땀 한땀
태어나는 땀방울 열심히 짜면서
한 땀 한 땀
오래 버려 두었던
추억의 실타래 풀어서
각자의 생의 무늬 같은
아름다운 레이스 식탁보
커튼 책상보 한 올 한 올 짠다.
포크레인으로 반쯤 파 먹힌
앞산의 붉은 노을빛 봄하늘도
쉴새 없이 뭉게 뭉게
연분홍빛 아기 구름옷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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