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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하면 떠오르는 역사 인물은 신라의 선덕여왕이다. 당나라 태종이 모란이 그려진 그림(혹은 병풍이라고도 하고)과 모란의 씨를 보냈단다. 공주였던 선덕여왕은 "꽃은 아름답지만 벌과 나비가 없으니 아무래도 향기가 없겠구나"라고 재치 있게 말해 주위사람들을 감탄하게 했단다.

선덕여왕의 말처럼 모란에는 정말 향기가 없을까? 이듬해, 함께 보내 온 씨앗을 심었는데 정말 향이 없었다고 전하지만, 글쎄, 세상에 향기 없는 꽃도 있나? 5월 초 모란이 피기 시작하면 그 주변은 은은한 향으로 그윽해진다. 그리고 향기에 이끌려 날아든 수많은 벌과 나비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소장 80년 만에 특별공개 되는 모란도 10폭 병풍

국립중앙박물관의 <방 안 가득 꽃향기>(2010.4.6~6.20)는 모란의 향기를 그윽하게 만날 수 있는 전시회이다.

국립중앙박물관-<방 안 가득 꽃향기>(2010.4.6~6.20) 전시 풍경 일부
 국립중앙박물관-<방 안 가득 꽃향기>(2010.4.6~6.20) 전시 풍경 일부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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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방 안 가득 꽃향기>(2010.4.6~6.20) 10폭 병풍 부분
 국립중앙박물관-<방 안 가득 꽃향기>(2010.4.6~6.20) 10폭 병풍 부분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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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특별공개 되는 모란 병풍은 1921년 박물관에 입수된 후 80년 만에 보존처리를 해 선보인 것으로 조선시대 원래의 장황(표구) 형태를 간직하고 있다. '궁모란병'으로 지칭되는 각 폭에 모란 또는 괴석과 모란이 거의 동일한 모습으로 반복되는 형식의 병풍보다 이른 단계의 양식을 보여준다. 즉, 10폭이 모두 이어지며 자연 속에 피어난 모란꽃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어 조선시대 모란병풍의 전개과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주목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모란도 10폭 병풍' 설명 중에서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된단다. 그러니 이번 전시는 이 병풍을 위한 것이랄 수 있다. 모란 병풍은 박물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울 만큼 크다. 화려한 모란꽃과 저마다 다른 기암괴석, 10폭이 모두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지난해 5월에 노적사에서 만난 그윽한 모란꽃 향기가 코끝에 스치는 듯 그림은 세세하고 생생하다.

이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이 모란도 10폭 병풍 앞에 오랫동안 서 있곤 했다. 중년의 여성 3명이 감탄을 터트리며 모란도 10폭 병풍 앞을 쉽게 떠나지 못하고 있어서 사진 한 장 찍기 위해 오래 기다려야 했다.

나비 잘그린 '남나비' 남계우의 화접도 등을 통해 만나는 모란의 '부귀영화'

국립중앙박물관-<방 안 가득 꽃향기>(2010.4.6~6.20) 남계우의 화접도와 이한철의 모란도 부분
 국립중앙박물관-<방 안 가득 꽃향기>(2010.4.6~6.20) 남계우의 화접도와 이한철의 모란도 부분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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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말기에 나비 그림으로 이름을 날린 문인화가 남계우의 <화접도> 1점도 전시되고 있다. 얼마나 나비를 잘 그렸으면 '남나비'라는 별명을 붙었을까? 남계우는 모란과 나비를 조합한 여러 점의 화접도를 남겼다.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족자처럼 길게 걸어 감상할 수 있게 한 '축'의 형태로 된 것이다.

허련과 심사정의 <묵모란도>도 1점씩도 전시된다. 묵모란도는 묵으로 농담을 조절하여 그린 모란도이다.

현재 심사정은 공재 윤두서, 겸재 정선과 더불어 삼재로도 불리고, 산수화를 잘 그려 겸재 정선과 함께 '겸현양재'로도 불렸단다. 그가 살았던 시대에도 서인과 남인이 팽팽하게 맞섰는데 김광수·이광사·김광국·강세황 등, 서인과 남인을 초월한 교유를 하며 남종화풍의 조선화에 크게 기여했단다.

이 외에도 이한철의 <모란도>, 강세황의 <괴석모란도>, 이영윤의 <화조도>, 신명연의 <묵모란> 화첩 등도 함께 전시된다.

국립중앙박물관-<방 안 가득 꽃향기>(2010.4.6~6.20) -신명연의 묵모란도
 국립중앙박물관-<방 안 가득 꽃향기>(2010.4.6~6.20) -신명연의 묵모란도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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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과 작약은 같은 꽃 아냐? 똑같잖아"

"그림이 좀 그런 것 같아. 모란이 매화처럼 나무에서 피었네!"

이처럼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모란과 작약은 전혀 다르다. 그런데 이처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비슷한 시기에 피고 꽃의 크기나 화려함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구분할까? 10폭 병풍에서처럼 나무에서 꽃이 피었으면 모란이고, 그렇지 않고 봄에 싹이 돋아 자란 포기에서 꽃이 피었으면 작약이다.

모란이 주인공인 전시라 역사 속 모란을 만날 수 있어서 무엇보다 좋았다. 조선시대의 모란도는 크게 두 갈래이다. 하나는 남계우의 화접도처럼 자연 속의 여러 가지 나무나 꽃, 새 등과 어우러지게 그려 감상하던 것과 위 10폭 병풍처럼 모란 단독 또는 괴석을 연속적으로 그린 의례용 모란 병풍이다.

모란은 꽃송이가 크고 화려해 옛날부터 동양에서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꽃이었다. 조선시대에는 모란이 가지고 있는 '부귀영화'의 의미를 넘어 '국태민안'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상징으로까지 여겨지기도 했단다. 이런지라 종묘제례나 가례(왕실의 혼인), 제례 등과 같은 의례에 모란 병풍이 사용되곤 했다고 한다.

모란 병풍은 왕실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좋은 일에 사용됐단다. 때문에 모란과 상서로운 상징물들이 함께 그려진 민화 모란도가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감상용 모란 그림은 다른 식물이나 새, 벌과 나비 등과 함께 그려지기도 하고 간단한 채색을 하는가 하면 먹물로만 그려지는 등 다양한 것 같다.

국립중앙박물관-<방 안 가득 꽃향기>(2010.4.6~6.20) 10폭 병풍 보존처리
 국립중앙박물관-<방 안 가득 꽃향기>(2010.4.6~6.20) 10폭 병풍 보존처리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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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의 <방 안 가득 꽃향기>(2010.4.6~6.20)에 전시되는 모란 그림은 모두 10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작품 한 점 한 점이 워낙 비중 있는 것들이다. 소장 80년 만에 세상에 처음으로 특별공개 된다는 모란도 10폭 병풍도도, 심사정·남계우·허련·강세황  등, 유명한 우리 옛 화가들의 모란 그림들도 그저 반갑기만 했다.

이들 작품만으로 조선시대 모란 그림의 종류와 변화를 알 수 있도록 기획된 것 같다. 여하간 이제까지 큰 생각없이 자연에서 만나던 꽃을 역사속에서 의미지어 만나보는 것이 좋다. 모란도 10폭 병풍 보존 처리 설명을 읽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전시는 6월 20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회화실에서 열린다.


태그:#모란, #모란병풍(모란도), #국립중앙박물관, #모란꽃, #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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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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