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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언론매체들이 천안함은 89년 코리아타코마에서 건조됐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오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모든 언론매체들이 천안함은 89년 코리아타코마에서 건조됐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오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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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언론매체들이 '이번에 침몰한 천안함은 89년 코리아타코마에서 건조됐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오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종락(91) 전 코리아타코마 회장은 2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천안함은 코리아타코마에서 건조되지 않았다"고 반박했고, 해군측도 "천안함은 대한조선공사에서 건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조선공사'의 후신인 한진중공업측은 언론보도를 근거로 "천안함은 코리아타코마에서 건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천안함 코리아타코마 건조는 오보"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친형이기도 한 김종락 전 회장은 "코리아타코마는 500톤에서 1000톤급의 군함을 만드는 방산업체였다"며 "1200톤급의 천안함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왜 천안함을 코리아타코마에서 건조됐다고 알려졌는지 알 수 없다"며 "국방부장관에게 얘기해서 반드시 수정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군의 한 관계자도 <오마이뉴스>의 해명 요구에 "천안함은 코리아타코마가 아닌 (한진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서 건조했다"고 확인했다.

1937년 설립된 '조선중공업'을 모태로 한 대한조선공사는 국영으로 운영됐다. 국산경비정 등을 건조하던 대한조선공사는 89년 한진중공업으로 이름을 바꾸고 한진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그렇다면 '천안함은 코리아타코마에서 건조됐다'는 오보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2000년 한국군 장비연감>(군사정보 발행)을 보면 '코리아타코마 건조 1200톤급 초계함 목록'에 천안함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모든 언론매체들이 '코리아타코마 건조'를 사실로 보도했고, 해군과 한진중공업에서 이를 수정하지 않으면서 '오보'는 더욱 확산됐다.  

김 전 회장은 "코리아타코마가 군함 건조에서 상당한 명성이 있긴 했지만 천안함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천안함이 가라앉으니까 회사의 명예에 손상이 갈까 봐 우리 회사 이름을 팔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코리아타코마의 경우 건조한 군함에 이름조차 붙이지 못했다"며 "전부 숫자 등 암호가 붙어 나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언론보도를 보면 천안함이 89년에 코리아타코마에서 건조됐다고 나와 있지 않냐"며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서 천안함을 건조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부인했다.

"군함 제작의 최대 후원자는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김종락 전 코리아타코마 회장
 김종락 전 코리아타코마 회장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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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회장은 일본니혼대 상법과를 졸업한 뒤 한국상호은행과 한일은행 상무를 거쳐 한국야구협회 회장과 서울은행장을 지냈다. 서울은행장을 끝으로 은행업계를 떠난 그는 1970년 미국의 군함 제조사인 타코마와 기술제휴를 통해 군함제작 방산업체인 '코리아타코마'를 설립해 91년까지 회장으로 활동했다.

김 전 회장은 "(박정희 정권 시절) 미국에 갔는데 타코마쪽 사람들이 나를 찾아왔다"며 "자기네들이 만드는 군함을 한국에서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한국에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던 쾌속정이 없었는데 한국에 돌아와 그 얘기를 해군참모총장과 국방장관에게 해줬다"며 "해군에서는 최신형 함정을 갖고 싶어 했는데 때마침 내가 좋은 뉴스를 가져온 셈"이라고 증언했다.

"내가 처음엔 '대한조선공사에서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했지만 정부측은 안된다고 했다. (군함제작은) 처음부터 극비로 진행했다. 정부쪽에서 나와 감시하기도 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가장 큰 후원자였다. 당시 박 대통령은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중공업을 일으키려고 할 때였다. 특히 방위산업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김 전 회장은 "우리 기술자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배 한척이 완성될 때까지 지켜봤다"며 "그리고 나중에 배가 몇 종류 나왔는데 그 배의 성능이 기존에 한국에서 보유하고 있던 배와 전혀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회장은 "우리가 배를 만들 때 정주영 현대 회장도 왔다"며 "정 회장은 '우리도 이런 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부러워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10만톤 배를 만들지만 우리는 몇 백 톤밖에 못 만들었다. 그런데 왜 정 회장이 부러워했냐? 우리가 만든 배가 서라고 하면 정 회장이 만든 배는 설 수밖에 없다. 속력이 빠르고 화력이 좋았다. 천안함보다 작긴 하지만 아주 세련됐다. 전자동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배였다. 심지어 공기부양선뿐만 아니라 잠수함도 만들어 제일 먼저 시승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한번 군함을 만들면 30년 이상은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며 "군함에 20년이란 그렇게 늙은 나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세계야구연맹 아시아지역 부회장과 아시아야구연맹 회장을 거쳐 현재 주한 카보베르데 명예영사와 대한야구협회 고문을 지내고 있다. 

노태우 정권 때 문닫아... 한진중공업 거쳐 성동산업에 매각돼

하지만 미국과의 기술제휴로 상당한 기술력을 자랑했던 코리아타코마는 애초에 알려진 것과 달리 노태우 정권 때 문을 닫았다.

이와 관련, 김 전 회장측은 "친동생인 JP(김종필)의 정치적 재기를 우려한 정권측에서 우리에게 줘야 할 지원금을 끊어 회사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한국 군함제작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했던 코리아타코마는 한진중공업을 거쳐 성동산업(구 성동조선)에 매각됐다.


태그:#천안함, #코리아타코마, #김종락, #김종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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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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