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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은 신의주와 단둥을 연결하는 신압록강대교를 올해 10월에 착공할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두만강변에서도 창지투(창춘-지린-투먼) 선도구 개방사업을 국가적 사업으로 승격시켰다. 북한이 올해 1월 중국 지린성과 가까운 함경북도의 라선(라진-선봉)시를 특별시로 지정한 것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해석된다.

북중 간 경제협력 강화가 남북관계와 남북경협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오마이뉴스>는 3월 15일부터 20일까지 랴오닝성의 선양, 단둥과 지린성의 옌지, 투먼, 훈춘 현지 취재를 통해 이에 대해 살펴봤다. 또 화폐개혁 이후 북한의 상황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이와 관련, 전문가 기고를 포함해 7~8회의 연재기사를 실을 예정이다. [편집자말]
3월 18일 오후 북한 함경북도 남양시와 중국 연변자치주 투먼시를 연결하는 도문대교. 다리 가운데를 놓고 붉은색이 중국 지역이며, 파란색이 북한 지역이다.
 3월 18일 오후 북한 함경북도 남양시와 중국 연변자치주 투먼시를 연결하는 도문대교. 다리 가운데를 놓고 붉은색이 중국 지역이며, 파란색이 북한 지역이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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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8일 오후 북한 함경북도 남양시와 중국 연변자치주 투먼시를 연결하는 도문대교에서 북한군이 중국 쪽으로 걸어서 넘어오고 있다.
 3월 18일 오후 북한 함경북도 남양시와 중국 연변자치주 투먼시를 연결하는 도문대교에서 북한군이 중국 쪽으로 걸어서 넘어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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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과 관련한 유행어 중의 하나가 '창지투'라는 말이다. 창춘, 지린, 투먼을 중심으로 두만강 지역을 개발한다는 것으로 지난해 11월 중국이 국가사업으로 확정했다.

주제목이 '두만강지역개발계획요강'인 창지투는 1991년부터 UNDP(유엔개발계획)가 추진해온 사업의 재판이다. 북핵위기로 침체를 면하지 못했던 이 프로젝트가 부활한 배경에 대해 이종림 옌볜대 경제관리학원 부원장은 3월 18일 인터뷰에서 "두만강 지역 개발의 준비 차원에서 중국이 먼저 추진하고 나선 것"이라면서 "분명히 개발될 것인데 아직 환경이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시작하니 북한과 러시아가 참여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두만강 개발로 해외출구를 확보하게 되면 중국이 제일 큰 수익을 얻는데, 1990년대에는 상하이 푸동지구 개발로 여력이 없었으나 지금은 여력이 있다"면서 "(중국은) 국가사업이 된 두만강 개발에 2900억 위안(400억 달러)의 투자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또 "훈춘-나진, 싼허-청진 등 함경북도의 주요한 고속도로를 중국이 다 뚫어주겠다는 계획"이라며 "청진항 10년 사용권을 확보했다는 말도 있다"고 밝혔다.

관건은 역시 북한의 협력이다. 이 부원장은 이에 대해 "훈춘시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이 라선(라진-선봉)시를 세계에서 가장 편리한 투자지역으로 만들겠다고 한다"고 말한 뒤, 나선시의 특별시 승격도 북한의 적극적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했다.

부산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아 한국 사정에도 밝은 그는 "북한 경제가 회생할수록 통일비용이 감소된다는 점에서 북중경협 확대는 남북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문답 전문.

이종림 연변대 경제관리학원 부원장.
 이종림 연변대 경제관리학원 부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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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지투 발전계획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정확한 이름은 '두만강지역개발계획요강'이고 부제가 '장길도(창지투)를 개발개방선도구로'이다. 지린성이 몇 년 전에 창지투 경제벨트 건설 프로젝트를 중앙정부에 신청했는데 허가가 나지 않았다. 또 지린성정부 차원에서 1991년부터 18년 동안 두만강 개발 계획에 참여해왔지만 성과가 없었다. 그래서 지린성이 이 두 개를 묶어서 신청했는데 허가가 난 것이다.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가 된 것이다.

2008년 2월 16일에 중앙정부가 베트남 접경인 '북부만 개발계획'을 비준한 것도 계기가 됐다. 아세안을 겨냥한 물류, 정보, 무역 중심단지를 만든다는 중국 서남부 개발 프로젝트다. 그럼 동북아에는 무엇을 하겠느냐 해서, 두만강 개발 계획을 비준한 것이다."

- 동북진흥계획(동북노후공업지역진흥계획)과는 어떤 관계인가.
"2000년부터 시행한 동북진흥계획이 2004년에 한 단락이 끝났다. 동북의 많은 중장비 국유기업들이 시장경제에 진입을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4년 동안 100개 프로젝트에 600억 위안을 투입해 이걸 개혁, 개조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중앙정부가 '전면적 진흥 계획'을 내놨다. 과거의 기업 개조가 아니라 지역 개발로 승급한 것이다.

그 두 축이 베이징, 톈진을 포함한 발해만 경제권을 상대로 하는 '랴오닝성 5개 연해도시 개발경제벨트'와 동북아를 상대로 하는 창지투 사업이다.

이건 두만강 물류통로를 만드는 것이다. 1991년에 UNDP가 프로젝트를 발표할 때부터 제기된 건데, 지금 동북 전체의 물류가 서해 쪽의 다롄으로 가는데 부하가 너무 커서 감당을 못하기 때문에 헤이룽장성과 지린성의 물류 분산을 위해 두만강 물류통로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옌벤에서 현통그룹이라는 회사가 나진항을 이용해 해운사업을 했다. 부산, 속초, 니가타로 갔는데, 1994년에 1차 핵위기가 터진 뒤 조정기에 들어가면서 둔화됐다."

"두만강 개발로 중국이 제일 큰 수익"

- 그런데 지금 두만강 개발 계획이 다시 나오게 된 동력은 무엇인가.
"두만강 개발로 중국이 제일 큰 수익을 얻는다는 점이다. 지린성은 대단히 적극적이다. 지린성은 해외통로가 없어 지역개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라진항과 러시아 자르비노를 이용해 해외로 진출하자는 게 지린성의 근본 목표이다. 자르비노는 부동항이 아니기 때문에 나진항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러시아도 나진항 3호 부두를 확보한 것이다."

- 핵 문제가 여전한데, 이번에도 이전과 똑같은 결론이 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번에는 중국이 먼저 추진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래서 부제로 중국 경내인 창지투를 내세운 거다. 이건 두만강 지역 개발의 준비다. 여기는 분명히 개발될 것인데 아직 환경이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지역부터 개발을 시작하니 북한과 러시아가 참여하려면 참여해라, 같이하자는 것이다.

두만강 개발 계획의 최종 목표는 이 지역에서 공동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유럽처럼 공동체로 나아가는 꿈을 꿔야겠지만 거기로 가기 위해 공동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10년, 20년을 바라보고 가는 것이다."

- 관건은 결국 북한과 협력 여부인데.
"그렇다. 제일 중요한 프로젝트가 라진항과 자르비노항을 이용해 운수통로를 확보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이 필요하다. 훈춘에서 라진항으로 가는 통로와 기반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적 문제다.

그런데 한반도 문제, 핵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1991년 UNDP는 20년간 300억 달러를 투입해 삼각주 그러니까 나진-훈춘-포셰이트를 연결해서 자유무역구를 만드는 게 목표였는데 못했다. 투자환경을 만들어서 한미일의 투자를 끌어내려고 했는데, 핵 문제 때문에 못한 것이다.

당시 중국은 상하이 푸동개발에 주력하던 때였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이 여력이 있고, 세부계획에 따르면 2900억 위안(400억 달러)의 투자계획을 갖고 있다. 애초 UNDP 계획안을 초과하는 것인데 두만강을 성장축으로 전반적인 동북진흥을 끌어낸다는 것이다."

- 북한의 의지는 어떻다고 보나.
"중국이 지난해 8월에 창지투를 비준하고 11월에 발표했는데, 북한은 11월에 UNDP의 두만강 개발 성원국에서 탈퇴했다. 그래서 북한이 두만강 개발 계획에 불만을 품고 발목을 잡으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런데 올해 1월에는 라선시를 특별시로 승격시켰다. 이건 중국의 두만강 지역 개발 계획에 대한 대비로 본다.

올해 1월 23일부터 4일간 평양에 갔는데, 국가정책자문기구인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학자들을 만났을 때 왜 (두만강 개발 계획에서) 탈퇴했는지 물었다. 이들은 18년 동안 외자 도입 등에 기대를 갖고 참여했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어서 탈퇴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두만강 개발 계획에 대해 설명했는데, 김철준 소장이 '조선 사회과학원도 관심 갖고 연구하겠다, 공동연구도 하자'고 했다. 또 나선시의 특별시 승격이 (북한이) 두만강 개발 계획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훈춘의 추안허 다리와 (함북 은덕군) 원정리 다리 보수를 시작했다. 굉장히 낡았는데 북한과 확장 건설하기로 했다. 훈춘시 관계자에 따르면 (2차선) 기존 다리에 붙여서 새로 짓고, 이게 완성된 뒤에 낡은 것을 헐고 새로 짓는 방식으로 4차선으로 늘린다고 한다. 북한 자체가 그렇게 확 가는 게 아니라 굉장히 경계하면서 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다. 라진-훈춘 간 고속도로도 결국 여기로 가야 한다."

"북한 사회과학원, 나선시 특별시 승격은 중앙정부가 직접 관장한다는 것"

이종림 연변대 경제관리학원 부원장.
 이종림 연변대 경제관리학원 부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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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사회과학원에서 라선시 특별시 지정은 어떻게 설명하나.
"라선시가 자유무역구로 선정된 뒤에 지역과 중앙정부의 이중지도를 받았다. 비효율적이었다. 과거 두만강 개발 계획 주체가 지방정부였기 때문에 UNDP 관장회의에 함경북도 도당위원장, 중국에서는 지린성장, 러시아는 원동지역 관료, 한국에서는 강원도지사, 일본에서도 같은 급이 나왔다. 외교적인 문제에 봉착하면 이분들로서는 처리를 못한다.

북한의 함북이나 라선시는 굉장히 적극적이고 많은 것을 약속하는데 이 모든 걸 중앙당에서 허가해야 한다. 그러니 일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걸 정리해서 중앙정부가 직접 관장하는 틀로 바꿨다는 것이다.

이건 보도된 게 아니라 따로 들은 얘기인데, 라진항 1호 부두 사용권을 확보한 창리(創立)그룹이 이미 2000만 위안을 투자해 첨단화된 석탄 하역 설비를 설치했다고 한다. 동북의 석탄을 라진을 통해 중국 남방으로 보내는 게 창리가 원하는 것이다."

- 여기 와서 들으니 라진-훈춘 고속도로는 아직 설계도도 없고 먼 일처럼 말하는데.
"탐사는 다 돼 있다. 그런데 이건 지방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북한 중앙정부와 교섭해야 하는 사안이다. 몇 년 전부터 나온 사안인데, 중국의 수뇌부가 북한과 교섭해서 담판을 짓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그쪽도 적극적이고 투자는 중국에서 하기로 돼 있다.

두만강 개발 계획에서 제일 시급한 게 북한 경내에 도로를 뚫는 것이다. 북한이 어떻게 호응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중국의 일부 학자들은 '우리는 급하다. 북한은 여건이 되면 하고, 먼저 자르비노부터 뚫자'는 말도 한다. 북한도 이걸 모를 리 없다. 자르비노부터 뚫리면 북한도 엄청나게 손해 보는 것이다."

"북한, 나선을 세계에서 가장 편리한 투자지역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 북한의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라선시를 방문해서 6개월 안에 나선시를 개방하겠다고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말은 직접 모르지만, 훈춘시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이 굉장히 적극적이라고 한다. 라선시를 세계에서 가장 편리한 투자지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걸고 나온단다."

-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등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인데.
"금강산이나 개성이나 남한이 북한과 직접 하는 것은, 남북관계 변수가 복잡한 상황에서는 굉장히 불안해 보인다. 나선항처럼 다국적으로 개발되는 지역에서는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 기업만 못살게 굴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중국 현지법인을 만들어서 들어가는 것도 하나의 수단이 될 것이다."

- 옌벤에서는 청진항에 대한 관심도 크던데.
"현통그룹이 라진항 3호 부두를 쓰다가 2008년에 러시아로 넘어갔다. 중국으로서는 불쾌한 건데, 그래서 청진항 개발 얘기가 나온 것이다. 중국이 청진항 10년 사용권을 확보했다는 말도 들었다. 그래서 중국에서 창지투와 관련해 많은 도로를 뚫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옌지 서쪽 외곽의) 팔도IC에서 용정-싼허로 가는 고속도로 건설계획이다. 싼허를 건너면 북한의 회령과 청진까지 갈 수 있는 건데, 북한과 협의하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훈춘-라진, 싼허-청진 등 함경북도의 주요한 고속도로를 중국이 다 뚫어주겠다는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해외통로를 확보하는 거니까 경비를 들여도 훨씬 이익이다. 투먼-청진항 철도 보수 계획도 이미 공개됐다."

"중국, 청진항 10년 사용권도 확보"

이종림 연변대 경제관리학원 부원장.
 이종림 연변대 경제관리학원 부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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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탈퇴했던 두만강 개발 계획에 복귀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는데.
"복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북중경협이 활성화될수록 남북한의 통일을 위한 경제공동체 기반 조성에는 장애가 된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북중경협이 통일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북한 경제가 회생할수록 한국으로서는 통일비용이 감소되는 것이다. 한국이 바로 북한을 회생시킬 수 있는 여건도 아니고, 지금 남북이 대화하는 단계도 아니다.

물론 남북경협도 굉장히 중요하고 그건 그 나름대로 추진돼야 하는 것이다. 정치와 별개로 경협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

- 화폐개혁 이후에 북한을 방문한 건데, 어떻게 보나.
"물가가 엄청나게 올라갔다. 굉장히 어렵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학자들도 과도시기라고 표현하더라.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을 함의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태그:#창지투, #두만강개발계획, #나진항, #이종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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