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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렵고 실업자가 늘어나 점점 살아가기가 힘이 들다는 세태 속에서도 남을 위해 기도를 하며 작은 선행을 실천하는 훈훈한 사람들의 모임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27일 오전 11시, 수유리 북한산 자락에 있는 작은 암자인 향운사 '자비공덕회(http://cafe.naver.com/buddhajb)'는 네팔 어린이 12명에 대한 학자금 전달식을 조촐하게 열었다. 이날 학자금 전달식에는 20여 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으며 자비공덕회장인 석명조 스님이 네팔관광청 한국사무소장 케이피 시토울라(K. P. Sitoula)씨에게 학자금을 전달했다.

 

이날 전달된 학자금은 공부를 하고 싶으나 가정환경이 어려워 학교에 가지 못하는 12명의 네팔 어린이들에게 학비와 생활비로 쓰일 예정이다. 이들 12명의 어린이들은 네팔 동부 칸첸중가(8586m)의 히말라야 산맥 참프라마리(Chhapramari)라는 오지마을에 살고 있는 가난한 아이들이다.

 

이 어린이들은 텐트에 기거하며 돌을 깨거나 노동을 하여 자신의 생계를 꾸려 나가야 하기 때문에 공부를 하고 싶으나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는 매우 가난한 어린이들이다. 이 어린이들은 2만원이면 한 달 동안 학비와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자비공덕회는 12명의 어린이들이 초등학교에서부터 전문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2년간 매월 24만 원의 학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네팔은 학비가 따로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한 달에 2만 원이면 한 어린이가 생활비를 걱정하지 않고 자립할 때까지 마음 놓고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

 

▲ 자비공덕회 12명의 네팔어린이에게 학자금을 전달하고 감격스러워하는 명조스님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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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모든 행복은 남들의 행복을 바라는데서 오고, 이 세상의 모든 불행은 자기 자신의 행복을 바라는 데서 옵니다. 남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만 해도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것보다 더 많은 공덕을 얻는데, 불우한 이웃을 위해 실제로 행동하는 것은 얼마나 더 많은 공덕을 가져오겠습니까?"

 

명조 스님은 이날 법회에서 어려운 가운데서도 '남을 위해 매일 기도'하며 작은 정성이라도 모아서 불우한 이웃을 돕는 것이 부처님이 가르치신 자비행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매 순간순간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부처님의 무한 가피를 입어 저절로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자비공덕회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행복지수가 더 높다고 말하며 어려운 가운데서도 가난한 네팔 어린이 12명에게 학자금을 보내주어 매우 감격스럽다는 케이피 시토울나 시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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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지수는 부자 나라 사람들보다도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어요. 네팔 사람들은 힘들게 하루 벌어서 하루를 먹고 살아도 항상 얼굴에 웃음이 있어요. 그러나 여기 서울 사람들은 네팔인들에 비해 엄청난 부자이면서도 얼굴에 웃음이 별로 없어요. 그러니 행복이라는 것은 물질보다는 마음에서 오는 것 같아요."

 

12명의 네팔 어린이들을 대신하여 학자금을 전달 받은 시토울라씨는 한국에 18년간 거주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기쁜 일도 있었지만, 그는 자비공덕회로부터 고향에 있는 어린이들의 학자금을 전달 받은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했다.

 

자비공덕회는 수유리 북한산 자락의 작은 토굴에 기거하고 있는 명조, 지상 두 비구니 스님의 뜻으로 작년 6월 창립되었다. 거실을 법당으로, 부엌을 상담실로 사용하고 있는 토굴에서 남을 위해 기도정진하고 있는 명조 스님은 자신도 10년여 동안 심장병을 앓고 있는 환자이다. 도반인 지상 스님의 지극한 간호를 받으며 투병을 하고 있는 스님은 심장박동기를 달 정도로 어려운 처지에 있다.

 

두 스님들은 그동안 신도들로부터 시주를 받아 신세만 지고 살아와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어, 이를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어려운 가운데서도 남을 위해 기도하는 모임인 <자비공덕회>를 창립하게 되었다고 한다. 종불사나 법당을 짓는 불사보다도 불우한 이웃을 돕는 작은 자비행의 실천이 진정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

 

자비공덕회는 현재 4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매일 집에서 남을 위해 기도를 하며 각자의 <자비보시함>에 500~1000원을 성의껏 모아, 매월 넷째 토요일 날 10시에 모여 정기법회 시에 함께 모여 기도를 하며 자비행을 실천하고 있다.

 

작은 자비행부터 실천을 시작하면서 앞으로 재원이 더 모이면 심장병 등 난치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돕는 일까지 실천을 하는 것을 공덕회의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에 12명의 네팔 어린이들에게 학자금을 지원하는 일은 공덕회 창립이후 첫번째로 실천하는 자비행이어서 그 의미가 매우 깊다.

 

이 모임의 특징은 단순히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해 성금을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며, 반드시 <남을 위해 기도>를 하는 정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 따라서 남을 위해 기도를 한 날만 자비보시함에 보시금을 넣도록하여 기도와  보시를 생활화 하고 있다. 매일 기도 정진 속에서 작은 선행을 행동으로 실천할 때에 자신을 고통으로부터 구제할 수 있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자는 것이 명조, 지상 두 스님의 뜻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자비공덕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자비공덕회, #향운사, #네팔어린이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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