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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을 부처님과 같이 존경합시다.
만법의 참모습은 둥근 햇빛보다 더 밝고
푸른 허공보다 더 깨끗하여 항상 때묻지 않습니다.
악하다 천하다 함은 겉보기뿐, 그 참모습은
거룩한 부처님과 추호도 다름이 없어서,
일체가 장엄하며 일체가 숭고합니다.
- 성철 스님 <법어집>에서

목련 환한 해월정사
 목련 환한 해월정사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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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이 잠시 머물러 계셨던 해월정사는 대한팔경의 하나인 해운대 달맞이 고개가 있는 와우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성철 스님이 직접 이름을 지었다는 '해월정사'. 이 해월정사의 이름 그대로 해와 달이 뜨는 장관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다.

성철 스님이 열반하신 지 어느덧 17년. 그러나 성철 스님이 남긴 빈 자리(空)의 향기는 날이 갈수록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성찰케 한다. 그래서 성철 스님은 한국 현대 불교의 지남(指南, 올바른 가르침을 제시하는 사표라는 의미)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해월정사의 회주 천제 스님은 성철 스님의 맏상좌로서, 성철 스님이 이곳에 머물면서 남긴 여러가지 유품들을 정리해서 봉훈관의 시월전에 전시해 두고 있다. 이곳에서는 청사포 앞바다가 절마당처럼 환하다.

새해 정초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대한팔경 해운대의 월출과 일출의 장관을 보기 위해 찾는 관광객들이 많다. 달맞이 고개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청사포에서 떠오르는 일출은 똑같은 태양인데 그 빛의 색깔과 붉기 등이 확실히 다르다. 해월정사가 관광의 명소로 손꼽히는 것은 주변에 아름다운 달빛 산책로 외  삼포길, 청사포 등대 및 먹거리가 풍부한 횟집 및 음식점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해운대 달맞이 고개 와우산 자락에 자리한 해월정사의 봉훈관
 해운대 달맞이 고개 와우산 자락에 자리한 해월정사의 봉훈관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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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월정사 봉훈관에서 바라본 일출
 해월정사 봉훈관에서 바라본 일출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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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은 생전 바다를 좋아하셨다고 전한다. 해월정사는 동해의 넓은 바다 풍경과 함께 밝은 월광이 좋아 불지를 의미한다. 꽃도 환경이 좋아야 곱게 곱게 피는 것일까. 백련은 나무의 연꽃으로 불리운다. 하얀 목련은 마치 고결한 성철 스님의 정신의 향기처럼 새벽 사찰 앞마당에 너무도 곱게 피었다.

목련
 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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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훈관의 성철스님
 봉훈관의 성철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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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화부터 다르네
 탱화부터 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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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훈관에는 성철 스님이 남긴 여러 메모와 논문, 일기 등 무려 120여점의 친필 유고(遺稿) 모음과 스님의 유품이 전시되고 있다. 특별히 유품 관람을 하기 위해 방문하려는 관광객은 미리 종무소에 전화 예약해야 한다. 봉훈관 개관 기념일 외에는 전시관 문을 상시로 열지 않기 때문이다.

봉훈관 3층 유물관의 이름은 '시월전(示月殿)'. 뜻 그대로 풀이하면 '달(月)을 보여 준다'는 뜻. 달리 해석하면 진리를 보여준다는 뜻으로 읽어도 되겠다. 성철 스님의 유품들 중 가장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초안은 '수시여전(受施如箭)'이라는 글귀다. 이 뜻은 '시주 받기를 화살 받는 것처럼 두려워 하라'는 뜻이다.

봉훈관
 봉훈관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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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의 유고 모음들은 대부분 스님이 해우소(解憂所)에서 갑자기 떠오른 단상을 휴지, 달력, 종이 뒤쪽에 적어놓은 글이나 불교 경전에 대한 소개, 한국 불교에 대한 개인적 고뇌를 적은 내용들이다.

회주 천제 스님은 매달 음력 초사흘 법회에서 성철 스님의 메모를 한 장씩 복사해 신도들에게 나눠주며 법회를 계속 열고 있다. 유명한 '임종게'를 남긴 큰 스님이 머물다 떠난 자리. 그 자리는 향을 싼 종이처럼 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마음의 사원
 마음의 사원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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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다섯시 어김 없이 새벽 산책을 나오면, 또 어김 없이 청사포 해월 정사 앞을 지나야 한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새벽바다에서 어부들이 출항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세월이 어느새 10년. 이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해월정사 산문 앞을 지나면 꼭 합장하거나 법당에 들어가서 백팔배를 드린다.

생전 누더기 승복과 청빈한 삶으로 일관하신 성철 스님은 백팔배를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 큰 스님이 머문 자리의 향기처럼 오늘 새벽 해월 정사 뜨락에 하얀 목련이 피었다. 그 향기로운 향기는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허공에 영혼의 눈망울처럼 피어 오르고 있다. 봄빛이 어린 아기자기한 연못에는 비단 인어들이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다.

방생
 방생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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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다 내 인과 아님이 없나니
추호라도 남을 원망하게 된다면
이같이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것이며
이같이 못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모두 내가 지어 내가 받는 것인데 누구를 원망한단 말인가
만약 원망한다면 맑은 거울을 들여다보고
울면서 거울 속의 사람 보고는
웃지 않는다고 성내는 사람이다.
- 성철 스님 '법어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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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포
 청사포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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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해월정사 가려면, 부산 지하철 2호선 장산행을 이용해 장산역에 하차, 청사포 행 마을 버스 2번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태그:#목련, #청사포, #해월정사, #성철 스님, #봉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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