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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11시, 창원과 김해를 거쳐 서산으로 향했다. 세 명이 교대로 운전했다. 다음날 오전 3시쯤 서산에 도착해 여관에 투숙했다. 오전 7시에 일어나 금속노조 충남지부 동의오토 비정규직지회 해고자들의 출근투쟁에 결합하기 위해 공장 앞으로 향했다.

지리적으로 눈이 많이 내리는 충남서산지역이긴 하지만 이번 폭설로 더 많은 눈이 쌓였다. 서산에서 성연을 거쳐 공장으로 가다보면 서산구치소가 있다. 공장에서 착취당하는 노동자가 조금이라도 저항할라치면 잡아가두는 데 1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다.

노동자가 목소리를 내면서 인간다운 노동을 하려면 감옥이나 감옥 같은 공장이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먼저 도착해 공장 정문을 거쳐 차를 이동시키니 경비아저씨가 따라붙는다. 공장 바깥에 나와 한 참 기다리니 동의오토 동지들이 방송 차와 함께 정문에 도착한다. 피켓을 들고 구호도 외치고 연대사도 하면서 출근 선전전에 함께했다.

비정규직은 불가촉천민인가?

야간작업을 마친 노동자와 주간작업을 위한 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드나든다. 공장 입구가 공장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 해고된 노동자들은 점심시간이면 엠프를 짊어지고 공장 뒷산에 올라 노동자들을 향해 선무방송을 했다. 출근 선전전과 농성은 물론이고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전개했다. 그래서 해고노동자들은 구속되거나 경찰 조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도 출근선전이 끝나면 재판을 받으러 간다고 했다. 노동자들이 투쟁을 멈추지 않는 한 사법당국은 끊임없이 구속과 벌금으로 투쟁을 약화시키고 위협을 가한다. 노동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사법처리 대상이 된다.

노동자들은 시키는 일만 해야 한다. 노조를 만들거나 노조를 통해 노동자를 선동해서는 안 된다. 특히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인도의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 untouchable)처럼 정상적인 인간이 아니다. 동의오토공장은 그런 계급신분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이 자본의 입자에선 눈엣가시일 따름이다.

기아차 전 차종 중 판매량 30% 차지하는 '모닝' 생산

기아차 전 차종 중 판매량 30%에 달하는 모닝을 생산하는 동의오토는 말 그대로 비정규직 공장으로, 자본들이 노다지라 부르는 곳이다. 그러나 900명 노동자들에겐 절망의 공장이다. 이 절망의 공장을 희망의 공장으로 바꾸기 위해 몇 명의 해고노동자들이 벌써 몇 년째 투쟁하고 있다.

화성과 소아리 공장 기아차 3만 명 노동자들에 비해 충남 서산 골짜기 900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원청회사는 기아자동차고 하청업체는 바지사장이다. 그리고 어용노조가 있다. 당연히 무파업 평화선언에 임금은 백지위임이다.

그 결과 사측이 임금인상을 했다는데 최저임금+알파인데, 그 알파가 시급 120원이다. 껌 한 통 사기도 어려운 완전 사기 임금이다. 거기다 하청업체가 위장폐업이라도 할라치면 임금체불은 물론 퇴직금도 받기 어려운 지경에 처한다.

지회 이름은 비정규직지회인데 기아차는 비정규직이 없다고 주장한다. 동의오토는 기아차가 세운 별도 법인이고 노동자들은 하청업체 사장들과 고용관계를 맺기 때문에 기아차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의오토 회장은 언제나 기아차에서 내려온다. 90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둔갑되어 있다.

동의오토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서산시청 앞에서 텐트농성을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기업유치를 가장 활발하게 벌여 온 곳이 충남지역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해 많은 특혜를 줘야 한다. 동의오토 역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그런 행정적 지원이나 혜택을 받고 있다.

서산시는 당연하게 동의오토에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한다. 누구를 위한 지방행정인지 명백하게 드러난다. 시청 앞 텐트는 극우단체들에 의해 찢기기도 했지만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공장으로 돌아가려는 동의오토 노동자들의 열망으로 지켜왔다.

절망의 공장을 희망의 공장으로

차가운 눈바람을 맞으며 진행한 아침 출근 선전전이 끝났다. 출발하려고 하자 자기들이 준비한 아침을 먹고 가라고 한다. 숙소에 갔다. 임대아파트에 여러 명의 해고노동자가 함께 생활하고 있다.

해고노동자들과 아침을 함께 먹는다. 김치, 콩나물, 계란 후라이, 멀건 국물과 밥이 차려졌다. 순박하게도 아침식사가 부실해서 미안해한다. 산과 들판에 둘러싸인 채  민가가 띄엄띄엄 있는 공장 앞에서 메아리 없는 외침을 보내는 동의오토 해고노동자들은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가끔이기는 하지만 전국의 노동자들이 촛불집회나 투쟁기금 마련 주점 등에 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선전 유인물 '노동의 새벽'은 아직 눈앞에 오지 않았지만 '절망의 공장을 희망의 공장으로'바꾸기 위한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절망 속에서 좌절하고 도망가고 싶을 때 이들을 묶어주는 것은 바로 희망이고 연대다.

공장 앞 이들의 몸부림이 있음으로써 동의오토 공장 내 900명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도 한 가닥 희망이 움틀 수 있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헤어지면서 본 그들의 선한 눈망울을 잊을 수 없다.


#동의오토#절망공장#비정규직#희망공장#불가촉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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