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집은 꿈나무를 키우는 화분… 그러나 빈 화분 같은 집들 너무 많다.나무도 꽃밭도 없는 아파트 살면나무 그리워서 사람도 집도 괴롭다.어떤 사람은 좋은 집을 가꾸다가 집나무가 되는 사람도 있다.또 어떤 사람은 내 집 마련 위해 평생 집의 노예가 되기도 한다.그러나 세상의 집들은 저마다사람들의 행복을 가꾸어주는 나무 !집에 있는 것은 한 그루 소나무뿐이라고집 주인들 활짝 대문을 열어 놓고 일터로 나간 솔밭 마을 골목길기웃기웃 거리다가…늙은 나무들은낡은 집에 기대 살고, 낡은 집들은 등굽은 나무의 등걸에 의지해 백년해로 다정한 부부처럼 살아가는 모습에 콧끝이 찡하여라-.이 세상의 모든 집들이사람만 살기 위해 지어지지는 않아라. 우리 선조들 집보다 나무를 먼저 생각하고 소나무를안방에 들여 놓고 사는그 향기로운 솔밭 마을 지나며… <소나무 집 앞 지나며>-송유미
최신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세계적 관광명소 해운대에 숨은 그림같은 마을이 있다. 천년 소나무 숲 속에 안겨 있는 이 마을의 이름은 '솔밭 마을'. 아름다운 마을의 이름에서부터 현대건물이 즐비한 복잡한 도심을 떠나 멀리 기차를 타고 온 듯한 느낌이다. 키가 하늘에 닿을 듯 서있는 소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골목길에 들어서니, 소나무들이 집과 집 사이 틈 속에서도 자라고 있다.
부산시 해운대 우동 598번지 일대 소재하는 솔밭 마을엔, 대략 3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가가호호 소나무를 품고 있는 형태의 이 솔밭 마을의 역사가 궁금해서 찾았다. 다행히 골목길에서 아는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얼마 전까지 해운대 시장 근처에서 군밤 장수를 하셨다. 이 할머니는 66년도부터 솔밭 마을에서 살았다고 하시니, 44년을 한 군데서 나무처럼 사신 것인가.
해운대는 예로부터 소나무가 흔한 고장이다. 해운대 바닷가에도 소나무로 이루어진 솔밭 공원이 있다. 동백섬에도 동백나무와 함께 소나무가 울울하다. 솔밭 공원에서 해운대역은 도보로 3분도 안 걸리는 거리다.
춘삼월이지만, 해운대 바닷바람은 아직 맵고 차다. 그러나 솔밭 마을 깊은 골목길의 장승같이 지키고 있는 소나무 때문인지 아늑하고 햇볕마저 따뜻했다. 집 주인들은 일터로 나간 듯 골목길은 개 짖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릴 뿐 정적이 흐를 만큼 조용했다. 이따금씩 지나다니는 행인들도 젊은이보다는 노인들이 많았다. 키가 하늘에 닿을 듯 쭉쭉 뻗은 소나무들은, 270년~300년의 세월의 기상을 자랑하고 있었다.
해운대 솔밭 마을에는 얼마까지만 해도 '장지천'이란 또랑이 있었으나, 이제는 말끔하게 복개 되었다. 그러나 개발은 어디까지나 사람을 위주로 하는 일이 아닌가. 아스팔트 때문에 뿌리 깊은 소나무들이 잘 보호될까 약간 걱정스러웠다. 도시의 재개발은 사람들의 편리만 위할 뿐 자연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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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밭 마을 복개 전 모습 장산의 춘천이 이 또랑으로 흘렀으나... |
ⓒ 송유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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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은 함부로 나무를 베어 집을 짓지 않았다. 이곳은 이 세상 모든 집들이 사람을 위해서만 존재하지는 않음을 증언하는 듯한 마을이다. 나무가 새를 품어주듯이 집이 나무를 품어 주는, 사람냄새와 솔향기가 한데 어울어져 조화로운 자연친화적 환경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마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