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는 2월부터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 결정에 새로운 기준이 도입된다. 많은 이들이 기존 대출과 새로운 대출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이자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성급한 언론에서는 기존 대출자들에게 새로운 대출로 갈아탈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기준금리 개편안이 대출 금리 인하를 가져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를 기준으로 한 후, 은행이 개별 고객마다 부과하는 가산금리가 추가되어 결정된다. 가산금리에는 은행의 자금조달금리와 업무원가율, 적정마진율 그리고 고객의 신용도가 반영된다. CD금리는 10개 증권사의 거래 금리를 평균해서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하며, 가산금리는 각 은행이 자체적으로 산출하는 것으로 대출창구에 가서 앉아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런데 CD금리와 가산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있어서 대출자, 특히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CD금리의 경우 2009년 4월 2.41%였던 것이 2010년 1월 현재는 2.88%로 0.47% 가량이 올랐다. 중소기업대출의 40%, 가계대출의 70%가 CD금리와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0.47%의 상승만으로도 약 2조 원의 이자부담이 늘어난다. 가산금리의 경우 은행마다 다르지만 최소 3%에서 4%에 이르고 있다. 2008년 말까지만해도 가산금리가 1% 수준이었던 것을 기억한다면 급격하게 상승했을 알 수 있다. 이를 증명하듯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와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 차이가 10년 만에 최고수준에 이르렀다는 발표도 뒤따랐다.

 

때문에 2009년 11월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6.00%에 달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5.87%, 신용대출의 경우 6.25%까지 올라갔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정책 기준금리가 2009년 2월 이후 11개월째 2.00%에서 동결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래서 이번 주택담보대출 금리 개편이 금리인하를 위한 조취는 아닐까 하는 기대를 했으나 역시나 아니었다.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대출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정작 중요한 가산금리에 대해서는 언급 없어

 

이번에 은행연합회가 새롭게 제시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준금리를 CD금리에서 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금리로 바꾸는 것이다. COFIX는 시중은행 9곳(국민은행, 농협중앙회, 신한은행, 우리은행, 중소기업은행, 하나은행, 한국외환은행, 한국씨티은행, SC제일은행)이 제출하는 자금조달비용을 반영하여 결정된다. 

 

CD금리가 기준금리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은 많이 제기되어 왔다. 은행의 자금조달에 있어서 CD가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불과하여, 제대로 된 자금조달원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CD금리를 결정하는 곳이 민간 증권사라는 점과 증권사들의 결정과정이 매우 허술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CD금리를 대신하는 합리적인 기준을 세우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은행에 260조 원의 주택담보대출이라는 빚을 지고 있는 가계경제에 있어서 더 급한 소식은 대출 금리 인하이다. 그리고 대출 금리 인하에서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기준금리보다 가산금리이다. 새로운 기준금리가 아무리 낮게 책정된다 해도 각 은행들이 대출창구에서 고객들에게 높은 가산금리를 매긴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2009년 은행 이자수익 61조 원

 

그러나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개편 안에는 가산금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결국 가산금리를 낮출 것인지의 여부는 순전히 개별 은행의 양심에 달려있다. 안타깝게도 은행들이 순순히 가산금리를 낮출 것이라 예상하기는 힘들다. 국내 은행의 수익구조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는다. 2009년 1월부터 9월까지 국내은행이 거둔 이자수익은 61조 원이 넘으며, 여기서 은행이 지불한 이자비용을 제외한 이자이익은 약 23조 원에 이른다. 은행이 자신들의 수익 원천을 쉽게 포기할 리 없다.

 

특히 최근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줄이고 가계대출 확대에 집중해왔다. 그간 예대율을 훨씬 뛰어넘는 무리한 투자, 투기성 파생상품에 대한 위험한 투자를 해온 까닭에 금융위기를 맞아 손실을 입게 되었고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안전하고 만만한 수익처가 가계였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위험이 높기도 하고, 정부의 규제들로 인해 금리를 마음껏 올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출을 회피했다.

 

여기에 더해서 정부가 예대율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당분간은 은행들의 예금유치 노력이 더해질 것이고, 이에 따라 예금 금리와 함께 대출 금리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물론 새로운 기준금리가 시행되는 초반에는 기존 금리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낮은 가산금리를 책정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은행들의 자발적인 결정으로 가산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높은 원가의 상품만 채택하여 대출 기준금리 상승

 

게다가 COFIX금리는 그 자체가 기존의 CD금리보다 높은 3% 후반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금리가 0.2~0.3%로 거의 없거나 매우 낮은 요구불 및 수시입출식 예금은 제외하고 산출했기 때문이다. 이를 제외한 정기예금, 정기적금, 금융채 등의 금리는 [표1]에서 보이듯이 대체로 3~4%에 이른다.

 

은행연합회는 고객이 원하는 경우 언제든지 지급해야 하는 단기성 자금으로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제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표2]에서 보듯이 실제로 요구불 및 수시입출식 예금의 변동성이 다른 예금에 비해 높다고 보기는 힘들다. 보통 월급이나 생활비 통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예금이 항상 거치되어있기 때문이다. 결국 원가를 비싸게 매겨서 대출 금리를 높이려는 의도이다.

 

가계 등골 빼먹는 은행, 가산금리부터 내려야

 

자금순환을 통해 경제를 안정시키고 성장시켜야 할 은행이 언젠가부터 국민경제와 가계경제를 갉아먹으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은행들은 몸집불리기에 집중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고 카드와 펀드, 파생상품 등으로 손을 뻗어갔다. 그 결과 카드대란이 찾아왔고,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으며, 반토막 펀드가 유행했다. 최근 금융위기를 거치면서도 은행은 자금경색의 주범이 되거나 과도한 가계대출 집중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장 올해 은행과 가계의 상황만 비교해도 은행의 이익과 국민의 이익은 확연히 배치되고 있음이 드러난다. 증권업계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은행들은 순익 10조를 달성할 예정이다. 순익의 대부분은 이자수익이다. 반면 개인 금융부채는 800조를 넘었고, 가계부채(가계신용잔액)는 700조를 넘었다. 고용불안으로 소득은 줄어들고, 대출 금리는 오르는 탓에 가계의 경제사정은 쉽게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은행은 친절한 미소로 "고객님"을 외치기 전에 이자부담에 시달리는 수많은 고객님을 위해서 가산금리부터 내려야 한다. 원가를 반영해서 기준금리도 높였고, 주택도 담보로 잡고 있고, 변동금리 대출이기 때문에 대출자가 금리변동 위험도 부담하는데 가산금리까지 높이는 것은 돈 가진 자의 횡포다. 가계부채가 우리경제의 복병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공시되는 오는 2월16일 은행의 양심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이수연 새사연 연구원이 작성했습니다. 이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주택담보대출 금리, #가계대출, #가산금리
댓글2

새사연은 현장 중심의 연구를 추구합니다. http://saesayon.org과 페이스북(www.facebook.com/saesayon.org)에서 더 많은 대안을 만나보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