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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에 대한 평가에서 비록 패소했지만 공정한 재판진행과 정확한 법리 파악에 깊은 감명을 받은 변호사가 있는 반면, 반말과 고압적인 말투로 재판을 진행하는 판사, 유사사건의 판결문을 오·탈자까지 그대로 베껴 인용하는 판사, 법정이 아니라 동네 복덕방처럼 재판을 진행하는 판사도 있어 문제로 지적됐다.

이런 지적은 18일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현)가 2009년 한 해 동안 수행했던 소송사건의 담당 판사에 대해 평가한 '법관평가결과'에서 밝혀졌다. 법관평가결과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평가는 서울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6830명이 전국의 모든 법관(2468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변호사들 중 555명이 제출한 법관평가서는 1828건이 접수됐으며, 평가된 법관 수는 689명이었다.

평가는 법관윤리강령을 기초로 ▲공정성과 청렴성 ▲품위와 친절성 ▲직무성실성 ▲직무능력 ▲신속ㆍ정확성 등 5개 항목에 대해 각 20점씩 100점 만점으로 실시됐으며, 전체 법관의 평균점수는 76.38점으로 나타났다.

서울변호사회는 법관평가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최소 변호사들로부터 5회 이상의 평가를 받은 법관 108명을 기준으로 선정한 상위 평가 법관 15명의 명단도 공개했다.

상위 법관 15명의 평균 점수는 97.33점이었고, 최고점을 받은 법관의 경우 5명의 변호사들로부터 100점을 받았다. 

반면 하위 평가 법관 15명의 평균은 43.20점, 최저점은 21.67점이었다. 이 중에는 무려 변호사 16명으로부터 평균 23.44점의 낮은 점수를 받은 판사도 있었다.

서울변호사회는 하위 평가 법관의 명단은 해당 법관의 명예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대법원에는 전달했다.

이와 관련, 서울변호사회는 "법원 내부적으로 하위 평가 법관에게는 그 결과를 적절히 알려줌으로써 자성의 기회를 부여하고, 재판의 질을 담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특히 16명의 변호사들로부터 낮은 평점을 받은 판사는 반드시 시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상위 법관 15명은 김창석·성기문·이인복·정현수 부장판사(서울고법), 문영화·여훈구·이규진·임성근·임채웅·홍승면·황적화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정형식·한승 부장판사(서울행정법원), 최동렬 부장판사(수원지법), 소병석 판사(서울동부지법) 등이다.

김현 회장은 "앞으로도 법관평가의 활성화에 힘을 쏟아 묵묵히 법관의 사명과 사법정의를 실현해가는 훌륭한 법관을 널리 알리고, 그렇지 못한 법관에게는 경각심을 일깨워 법조계 전체의 신뢰를 높이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사들이 생각하는 법관의 문제점은 전체적으로 사건에 대한 예단과 편파적 재판 진행(32%)이 가장 심각했고, 다음으로는 고압적 태도나 모욕(30%), 지나친 조정유도(12%), 강제종결/직무불성실/수차례 기일연기가 각 6% 등의 순으로 지적됐다.

변호사들이 우수법관으로 추천한 이유로 ▲비록 패소했지만, 공정한 재판 진행과 정확한 법리 파악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사건 쟁점 파악에 철저하고, 현장검증 등을 적절하게 지휘함으로써 재판을 매우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진행했다 ▲사건의 핵심을 신속 정확히 파악하고, 쟁점을 정리하는 능력이 탁월해 변론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하면서도 재판진행이 부드럽고 명쾌해 선고 결과에 관계없이 당사자가 납득했다 등의 이유를 꼽았다.

이런 법관 문제 있다

반면 문제 법관의 사례는 우수 법관 사례의 2배나 지적됐다. 기본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경과했음에도 제출한 준비서면과 증거를 전혀 읽지 않고 재판에 임해 법관으로서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고, 법정에서는 미리 예단하는 언행을 했다고 지적했다.

또 반말과 고압적인 말투로 재판을 진행하는 법관들이 있는가 하면, 특정 로펌 변호사들에게 지나치게 편의를 봐 주는 등 편파적 재판 진행이 두드러져 공정성에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행동을 하는 판사들도 있었다.

법정이 아니라 동네 복덕방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변호사도 있었다. A변호사는 "판사가 '원고 소송대리인이 피고 소송대리인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밀리는군요'라는 농담을 왜 계속 반복하는지 모르겠고, 또 변호사사무실 이름이 어떤 뜻인지를 묻는 등 사건진행과 무관한 질문을 반복해 재판의 권위를 스스로 저하시켰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재판장이 기록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엉뚱한 소리만 계속해 옆에 있는 배석판사들이 민망해하며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지적해 준 사례도 공개됐다.

심지어 판결문을 작성하면서 사실관계가 유사하다는 이유로 유사사건의 판결문을 베끼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 오·탈자까지 그대로 베껴 인용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변호사와 사건 당사자에게 상처를 준 법관의 말말말

"나 이 사건 참 지저분하고 더러워서 못하겠네. 변호사가 돈만 버는 게 아니잖아요. 돈만 벌려고 변호사 되었나. 법원의 업무에 협조해야지."

"될 성 싶은 사건은 떡잎부터 다른데 이 사건이 되겠어요? 이런 사건을 왜 법원으로 가져오는지 모르겠어요. 국가에너지 낭비잖아요. 이런 재판은 판결문 4줄이면 끝낼 수 있다. 간단하잖아."

"사실 여기서 이런 재판하고 있기 짜증난다", "법원을 피곤하게 하지 말라", "법무법인에서 그것밖에 안 가르치느냐."

변호사들은 이렇게 입을 모은다. "다소 고압적이고 무례한 판사라도 실력이 뛰어나다면 인정할 수 있으나, 사건내용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기록도 읽지 않고 법정에 들어오는 판사라면 그 판결을 도저히 신뢰할 수 없다"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법관평가, #서울지방변호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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