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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무실을 선릉역으로 옮기고 나서 자가용을 사무실에 두고 전철로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제가 서울로 출퇴근하기 시작한 게 2001년 4월부터인데, 전철로 상시 출퇴근하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전철을 타면서 참 좋은 것이 있습니다. 약 한 시간이지만 짬짬히 책을 볼 수 있어서 좋고, 정확한 시간에 약속시간과 장소에 도착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그런데, 얼마 안되는 시간동안 전철을 이용하면서 당황스러운 일도 겪었고, 어이없는 일도 있었기에 적어 봅니다.

 

해프닝 1. 사당역에 화재발생경고 방송

 

지난 해 연말 저녁 사당역에서 4호선을 타고 안산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당고개로 가는 상행선이 3대나 지나갔는데도 하행선은 한대도 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중간에 사당역이 종착지인 전철만 한 대가 왔을 뿐...

 

많은 사람들이 안산방면으로 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릴 즈음에 전철이 구내에 들어왔습니다. 그순간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하면서 "화재발생, 침착하게 대응해서 역무원의 안내를 받아 신속하게 이탈하라...."는 요지의 방송이 나온 것은 안산방면으로 가는 전철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순간, 많은 사람들이 당황하면서 우왕좌왕했으며, 빨리 사당역을 벗어나려는 심리에서인지 안산방면 전철로 서둘러 탔습니다. 앞줄에 서있던 저도 재빨리 탑승하면서 혹시나 속보가 뜨는지 기대하였지만 아무런 소식도 없었습니다.

 

같이 전철을 타고 가던 승객들은 웅성 웅성 대면서 사당역에 과연 불이 났는지..그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하고 있었습니다.

 

집에 오자 마자 저는 재빨리 TV를 켜고 뉴스를 보았지만 아무런 소식도 없었습니다. 사당역에 전화를 해서야 사건 경위를 알게 되었습니다.

 

사건 경위는 이렇습니다.

 

'초등학생 몇 명이 화재경보 단추를 누르는 장난을 쳤고, 사당역 관계자가 공익근무요원이 현장에서 신속히 파악하여 진짜 화재가 아니라는 안내방송을 하였으며, 초등학생들은 혼을 내고 훈계하여 보냈다'라는 요지입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솔직히 지하철에서 화재발생 경고방송을 들었을 때 저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대구지하철참사를 불현듯 떠올리면서 얼마나 많이 불안에 떨었는지...휴...지금 생각해도 사실 잠시나마 무서운 상상을 했던 저 자신을 생각해봅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분들...절대로 장난이라도 화재발생 경고 단추를 누르는 장난은 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만약 혹시 그 많은 승객들이 놀라서 서로 빨리 빠져나가려는 시도를 하다가 계단에서 넘어지고 밟히는 사고로 인하여 자칫 대형사고로 나타날 수 있다는 생각...한 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해프닝 2. 성추행범으로 의심되는 남자를 잡았으나..피해자 없어 훈방조치.

 

그로부터 며칠 후 12월 31일 10시에 잠실 인근에 약속이 있어 아침에 출근하는 중이었습니다. 4호선을 타고 출근하는데 제 옆자리에 옷을 참 독특하게 입은데다 모자를 쓰고 있는 40대(추정) 남자가 있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그 사람 얼굴을 가까이서 확실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역시 또 사당역에서 벌어졌습니다. 2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서 내리는 순간 갑자기 지하철 내에서 약간의 소란이 있어서 무심코 뒤를 돌아 보았습니다.

 

20대 중반 한 여성이 얼굴이 빨개진 채 제 옆자리 남자의 팔을 강하게 부여잡고선 아무 말도 못하고 서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 그 남자가 "왜 이래요? 나가서 이야기합시다"라며 잡힌 팔을 강하게 뿌리치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 여인도 같이 따라 내렸는데 갑자기 남자가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불현듯 떠오르는 것이 '아 이 남자가 그 여인에게 성추행을 했구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그 옆에 교통정리를 하던 공익근무요원이 신속하게 뒤쫓아 갔습니다.

 

그렇게 1-2분이 지나고 가야할 길로 돌아설 즈음 시끄러운 소리가 나 돌아보니 도망친 사람이 제 쪽으로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본능적으로 다리라도 걸어서 넘어뜨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제지하려 했지만 제 쪽으로 오지 않았습니다. 저도 역시 "저놈 잡으세요"라고 소리 지르면서 뒤쫓아갔습니다.

 

결국 공익근무요원 두 명이 합세해서 잡았습니다. 그 때 그 사람이 "제가 심장병이 있어서 좀 앉아 있을게요"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공익근무요원이 "아니 심장병 있는 사람이 그렇게 잘 도망가요? 아니 그런데 왜 도망가셨어요?"라고 물으니 "창피하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공익근무요원에세 "어서 빨리 지하철수사대에 연락해 경찰을 불러서 넘기세요"라고 말한 뒤, 선약이 있어서 제 갈길로 왔습니다. 저녁때가 돼서 저는 또 궁금해서 사당역에 전화를 했습니다.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처리결과는 '지하철수사대에 인계를 했는데 피해자가 현장에 없어서 약 1시간후에 훈방조치가 되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혹시 훈방조치 된 그놈이 강호순이처럼 혹시 또 다른 범죄혐의는 없을까, 그놈이 그곳에서 훈방조치되고 혹시 지금 또 다른 지하철에서 또 다른 성추행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저도 초등학교 4학년 올라가는 딸이 있는데...저놈 같은 놈이 또 있어서 혹시 우리 딸, 동생이 혹시 또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아닌지...정말로 걱정이 됩니다.

 

약 1주일간에 걸쳐서 지하철에서 일어난 두가지 사건을 겪고 난 다음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다만, 상황이 발생되었을 당시에 사당역관계자들께서 너무도 신속하게 조치를 하여 주신 것에 대해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 참 고맙게 생각합니다. 특히 현장에 있었던 공익근무요원들...정말로 든든하더군요..

 

모쪼록 새해에는 앞으로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는 편안하고 안전한 지하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태그:#사당역, #성추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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