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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은 과연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인 '교육정책'을 꾸려갈 의지가 있는 것일까.

서울시교육청이 야심차게 추진해 온 '고교선택제'가 최근 논란에 휩싸였다. 고교선택제의 핵심 내용인 '고교선택→ 추첨 배정' 방식을, 이 제도의 당사자인 중3학생들과 학부모들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변경했기 때문이다. 고교선택제 원서 접수(15일부터 17일)를 불과 며칠 남겨 놓지 않은 상태이기에 논란의 소용돌이는 더욱 크다.

중3 학생 "원서쓰기 10일 남았는데 왜 이제 와서 실망시키는 겁니까?"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참여마당에는 '고교선택제' 졸속 변경에 대한 비판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 고교선택제 비판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참여마당에는 '고교선택제' 졸속 변경에 대한 비판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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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참여마당 게시판에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만사항이 여럿 올라와 있다.

"중3학생입니다. 어제 고교선택제가 변경됐다는 말을 듣고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학교에 갈 것인지 다 정해놓고 모의원서도 쓰고 이제 원서쓰기 10일 남았는데 갑자기 이렇게 바꿔버리면 지금까지 학교 알아보고 준비해온 학생들의 수고는 다 물거품이 돼버립니다. 강남이나 목동 학생들만 학생입니까? 지금 와서야 바꿀 거면 처음부터 이러한 정책을 실행하지 말지 왜 이제 와서 학생들을 실망시키는 것입니까?"(심민섭)

"국가의 정책이 바뀔 땐 반드시 그 이유를 국민에게 알려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행정은 신뢰가 기본이고 신뢰가 무너지면 국가의 정책은 믿지를 않게 되는 것입니다. 서민을 위한 좋은 정책이 고교선택 시행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왜 이렇게 졸속으로 변경되어야 하는지 고교입학을 앞 둔 중3의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방정재)

20% 추첨 배정에 목숨 걸라? 80% 거주지 중심 강제 배정하는 고교선택제

서울시의 고교선택제는 현 중학교 3학년생들에게 총 4번에 걸쳐 원하는 고등학교를 선택하게 한다는 취지로 도입돼 원래 아래와 같은 3단계 전형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었다.

1단계, 서울 전역에서 2곳의 학교를 선택하면 추첨을 통해 학교 정원의 20%를 선발. 단, 서울 중부 학군은 60%를 선발.
2단계, 거주지 학군에서 2곳의 학교를 선택하면 추첨을 통해 40%를 선발.
3단계, 거주지와 인접 학군을 합친 통합학군에서 추첨을 통해 40%를 강제 배정.

그런데, 최근 논란은 서울시교육청이 2단계 전형에 있어 학생들의 선택권을 존중해 추첨 배정하는 대신, 학교와 가까운 거리를 중심으로 강제 배정한다고 전형 내용을 전격 수정, 발표하면서 발생했다.

1단계 20%만 추첨 배정이 유효할 뿐 2단계에 해당하는 40%를 학군 내 거주지를 중심으로 가까운 학교에 강제 배정하는 것으로, 고교선택제의 도입 취지가 무색한 결과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즉, 1단계의 20% 확률만을 놓고 고교선택의 당락을 가르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총 11개 학군으로 나뉜 서울의 고등학교들.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고교선택제와 관련해 수정한 2단계 전형의 '40% 추첨 배정->거주지와 가까운 학교 배정' 사항은 강남, 목동, 상계 등 사교육경쟁이 심한 지역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서울 고교선택제 고교들 총 11개 학군으로 나뉜 서울의 고등학교들.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고교선택제와 관련해 수정한 2단계 전형의 '40% 추첨 배정->거주지와 가까운 학교 배정' 사항은 강남, 목동, 상계 등 사교육경쟁이 심한 지역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진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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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고교선택제 2단계 전형이 수정된 데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존중하면서, 원거리 배정을 최소화하여 학생의 통학 편의 도모 및 학부모 불안감 최소화"와 "학교 정보 공개로 일부 선호 학교에 대한 집중도 심화 예상 - 선호 학교에 대한 집중도를 완화하여 전체 고교 교육의 안정성을 도모"한다는 공식 해명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제대로 염장을 질렀다.

"고교선택제는 2006년 상반기부터 계획해 작년 9월 고교선택제 골격을 예고했었고 올 4월 결과를 발표해 80% 이상의 학생이 원하는 학교에 배정 받을 수 있다는 취지에 처음엔 헷갈려 하다 교육정책에 적응하기 위해 없는 시간 내어 열심히 입시설명회에도 참여하며 원하는 학교에 가기위한 꿈을 키웠었다.

가까운 학교에 배정받지 못해 먼 곳으로 가야 하는 학부모들에게 '왜 우리가 밀려나야 하느냐'는 전화를 숱하게 받았다"며 "담당자 입장에서 두려운 것은 원래 배정지역에서 벗어나는 학부모의 항의다"라고 말한 담당 장학사께서는 또 다른 변경 반대 항의전화를 받는다면 또 바꿀 것이라는 건가!"(우상희)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몇 년 전부터 준비해 오고 이미 공고가 된 고교선택제가 원서 쓰기 10일 전에 바뀌다니!!! 이럴 수는 없습니다. 잘 나고 잘 살고 힘 있는 사람들의 민원을 받아들여 목동 강남 중계 지역만 유리하게 바뀌었다니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아니 목동 강남 중계 지역만 사람이고 그 외의 지역 사람은 사람이 아닙니까? 3곳의 집값이 올라서 집값안정 대책으로 내놓은 정책이 하루아침에 바뀌다니... 공청회도 없이 그냥 바뀐 것에 대해서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본인이 원하는 곳에 선택할 수 있다는 말에 목동으로 이사를 가지 않고 강서구에 사는데 도로 하나 사이를 두고 갈 수 없다니 이것은 잘못된 정책임이 분명합니다."(이치열)

중3 담임 "서울시, 사과하고 원칙으로 돌아가 주십시오."

교육을 백년지대계라 부르는 것은 그만큼 정성을 기울이며 멀리 내다보면서 서둘지 않고 차분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지난 몇 년간 준비해 온 '고교선택제'의 기존 내용도 고교서열화, 특정지역 집중화 등 여러 우려 사항이 분분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기존 내용조차 시행을 눈앞에 두고 이렇게 바꾸는 것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고교선택제 당사자인 중3학생의 "제도가 바뀐다고 해서 심각하다"는 목소리도 그렇거니와 학생들을 가르치는 현직 선생님의 "담임교사를 거짓말쟁이로 만든 것"이라는 볼멘 목소리는 우리 교육이 어떤 환경에 처해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아까 교육청에 전화해 봤더니 거기서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오늘(5일)은 휴무일이니깐 다음에 전화하라고 하면서 끊어버리구(기분 나빴습니다ㅡㅡ). 지금 원서작성 10일 전이라구요. 돈을 얼마나 드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원래대로 제도 바꿔놔요. 강남만 수준 높이면 되는 거예요? 지금 반 애들도 완전 제도 바뀐다고 해서 심각하거든요?"(이하은)

"과연 시행 초기에 목동이나 강남 쪽 학부모들이 불리해질 것이라는 걸 생각하지 못하셨습니까? 만약 못하셨다면 우둔한 것이고, 알고도 그냥그냥 보내다가 막판에 뒤집은 것이라면 비겁한 것입니다. 비겁할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 살고 계시는 더 많은 학생과 학부모님을 우롱한 것이고, 수많은 중3 담임교사(올해 뿐 아니라 작년, 재작년까지)를 거짓말쟁이로 만든 것입니다.

아직도 늦지 않았습니다. 원서는 12월 15~17일에 접수하고, 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님을 상담하고 원서를 작성하는 시간은 주로 다음 주가 됩니다. 다시 원래대로 회복하겠다고 발표해 주십시오. 교육의 신뢰를 떨어뜨린 것에 대하여 전체 서울시 학생과 교사, 학부모님께 사과하고, 원칙으로 돌아가 주십시오. 교사로 떳떳이 서기 위한 간곡한 부탁입니다." (박래광)


태그:#고교선택제,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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