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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통탄할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결정 이후 한나라당은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입법과정의 불법에 관해서는 일언반구의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방송채널의 정치적 배분만을 서두르고 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아예 미디어법의 원칙적 쟁점을 희석하려는 듯 4대강, 세종시, 지역행정통합 등 국민이 반대하거나 의아해하는 정책들을 강요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무리한 정책의 이면에는 이미 국민의 양해를 구하기도 어려운 미디어정책이 숨어 있다. 똑같이 거칠고, 정치적 복안이 깔린 정책들이 미디어법의 가리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싸워야 한다... 미디어법에서 밀리면 다 밀린다

 

이와 같은 오류와 기만을 막아줄 수 있는 기능을 국민들은 제일 먼저 민주당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언론법 추진과정에서의 불법적 행태에 관하여 단 한마디도 해명이 없는 다수당을 향하여 불법과 정략을 저지할 수 있는 책임과 힘은 제1 야당인 민주당에게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만약 집권당의 언론관련법 날치기 행태를 그대로 넘기고 거의 모든 언론매체가 권력의 종속물이 되도록 방치한다면 선진화는 고사하고 늘 내세우던 민생조차 그 앞날이 어두울 것이다.

 

법제정이 강행되던 초기에 국민들은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이 의원직 사퇴서를 쓴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보궐선거가 시행되던 때까지 국회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미디어관련법의 부당처리에 관한 대국민 호소를 한 사실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헌재의 판결이 난 이후 미디어 관련법은 민주당에서도 세종시 문제와 4대강 예산에 밀리거나 묻혀가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금도 천정배, 최문순 의원은 사퇴서를 내고 원외에서 사력을 다한 투쟁을 하고 있지만 이 투쟁도 원내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투쟁의 비중을 높여주지 않으면 역시 국민들 눈에 띄기 어려운 힘겨운 투쟁일 뿐인 것이다.

 

만약 민주당이 미디어 관련법을 강행하는 집권당의 횡포를 막지 못하면 다른 오류와 무리수에 대해서도 야당의 견제 기능이 줄줄이 밀리는 도미노현상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우리는 민주당이 이 시점에서 어떤 투쟁방식을 선택하라고 감히 지적권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투쟁 방식은 집권당의 허구를 밝혀내는데 정책감시의 첫 번째 비중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집권당은 일자리, 다양성, 글로벌산업 등의 속보이는 거짓말과 그 안에 도사린 정권획득의 보상정략, 그리고 정권유지의 연장 전략 등 허구로 국민을 속여 왔다. 민주당이 이에 비중을 두고 투쟁해야 시민운동권과 방송당사자들도 투쟁의 자기분야를 찾고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투쟁 방식이 필요할 때

 

오랫동안 언론민주화운동을 해 온 시민사회도 사실상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70년대와 80년대에 해직된 언론인들도 미디어법 강행에 대하여 항의를 계속했고 한편으로는 헌재판결에 관한 기대를 걸었으나 지금은 그 모든 힘겨운 항의와 저항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방송이 정부가 독점적으로 허가하고 재허가 하던 관행을 합의제 독립기구인 구 방송위원회가 맡도록 개선하는데 20년 이상이 걸렸고 집권을 돕고 그 보상으로 방송허가를 요구하던 큰 신문사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오늘의 방송체제가 있도록 하는데도 실로 긴 세월이 걸렸다. 이와 같은 개선에는 주로 거리에서, 외롭지만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언론, 시민단체의 역할도 결코 작지 않았다. 또한 여러 형태의 희생을 감내하면서 직장 안팎에서 시민운동권과 사안에 따라 주장을 같이 하던 방송사 노조의 역할 역시 큰 것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과 살림살이 모두를 병들게 하는 언론의 정치화를 시민사회와 언론사 노조가 알기 쉽게 설명하는 일이 쉽지 않다. 조중동이 모두 방송까지 차지하면 왜 안 되는지를, 이들이 모두 돈만을 노리고, 권력을 배경으로 해서 이른 바 방송시장, 또는 국민정서의 교류 광장을 어디까지 망가뜨려 놓을 것인지에 대해서 설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이 나라의 법적판정의 종착역인 헌법재판소가 내린 판정, 떳떳치 않게 확보한 물건도 소유가 가능하다는 어처구니없는 판정에 대해서 매일매일 생활에 쫓기는 분주한 국민들에게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여기에 시민·언론단체와 노조까지도 예전의 그것처럼, 민주화 분명한 목표 밑에 희생과 고초를 감내하던 때처럼 강하고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이른바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양극화의 기점에서 결국 정권만이 모든 정책과 이해관계의 답인 것처럼 이념을 휘두르는 행태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 시민운동과 언론사의 비판적 전문그룹은 감시, 비판 희생의 길목을 걸어 온 지가 수십 년에 이르는 경륜을 지니고 있다. 민주화에 도움은커녕 국민 모두의 장래를 짐작하기 어려운 만큼 퇴행시키는 행위, 이 분명한 현상에 대해서는 끈질긴 투쟁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투쟁의 방식이 전과 다르게 바뀌었다면 바뀐 대로 시행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의 전리품 놀이,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은 거대 신문과 방송을 연계해, 언론을 정권의 전리품으로 확보하고 이들에게 보상품과 특혜를 배분해 권력을 연장하려는 의도를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 위법한 의회 운영을 통해 그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시민사회와 언론은 방송을 전리품과 보상품으로 사용해 일자리, 다양성 글로벌 산업을 내놓겠다는 정부의 거짓말을 끈질기게 설명하고 알려야 한다.

 

복잡하고 야박한 세태 속에서 조금이라도 정당하고 반듯한 삶의 정보를 확보해야 하는 국민들과 이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언론 당사자들이 언론의 전리품 현상을 방관한다면 몇 세대로 이어질지 모르는 그 상실의 악순환을 어떻게 견디어낸단 말인가.

 

정치권의 힘이 모자란다면 험한 민주화의 역정을 걸어 온 시민세력과 언론당사자들이 연대해서라도 이 악순환의 고리는 기필코 끊어야 한다. 미디어관련법은 반드시 다시 손질되어야 한다. 그리고 권력의 보상품으로 받은 언론이 언론문화와 국민생활과 사회전체를 어지럽히는 현상을 한시도 놓치지 말고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김학천 기자는 열린미디어 연구소장입니다. 


태그:#언론법, #미디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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