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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관련 법안의 날치기 처리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왔는데, 이번 역시 '관습헌법' 때만큼이나 절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리과정은 전부 불법으로 인정하면서도 해당 법 자체는 합법이라니, 법에 무식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참으로 난해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러니까, 법을 제정한 절차는 불법이지만, 그렇게 불법으로 제정된 법 자체는 합법이란 얘긴데, 이렇듯 앞뒤가 뒤틀린 법해석을 대단히 명석하게 내놓는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말이지 낯뜨겁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헌법재판관들은 역시 두뇌가 상당히 명석하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화석으로조차 존재하지 않는 관습헌법을 발굴해내는 뛰어난 탐색력에, 불법마저 합법으로 변신시키는 무한 창조력까지 겸비한 그들에게서 한국을 대표하는 무한 잠재력의 강렬한 힘을 느끼게 됩니다. 오호라, 위대한 인물들이여!

 

그런데, 그들의 위대함은 비단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더군요. 그들의 자질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사 하늘에서는 그들에게 죽어도 죽지 않는 불사조의 능력까지 내려주었나 봅니다.

 

헌재의 판결이 나오자 양식있는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즉시 헌법재판소의 사망을 선고했습니다. 이 날부로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죽었다는 얘긴데, 이런 사망선고가 이번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는 데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과거에도 이미 수차에 걸쳐 헌재가 몰상식한 판결을 내놓을 때마다 일반 시민들과 사회단체들은 사망선고를 내린 바 있습니다. 그렇게 수차례 사망한 헌재의 목숨은 사망선고 수만큼 많아야 한다는 논리가 되는데, 헌재는 어찌 그리 많은 목숨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망선고 뒤에 부활했다는 소식은 단 한 차례도 들어본 바가 없는데, 그동안 사망선고를 하고 나면 늘 부활하여 관뚜껑을 박차고 나오곤 했나 봅니다. 죽어도 금방 되살아나는 불사조의 능력을 구비한 것이죠. 오호라, 불사조의 영웅들이여!

 

한때 '독수리 오형제'라는 불사조의 영웅들이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만, 그 독수리 오형제도 '헌재 구형제'에는 비할 바가 아닌 것 같습니다. 독수리 오형제야 고작 한 시절을 풍미했을 뿐이지만, 헌재 구형제는 결코 꺼지지 않는 불세출의 영웅적인 모습을 지속해오고 있으니까요. 과연 앞으로도 언제까지 불사조의 영웅으로 남아 활약상을 보여줄지 그 기대(?)가 자못 크다 하겠습니다.

 

세류에 따라, 권력의 향방에 따라,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죽어도 결코 죽지 않는 불세출의 영웅 헌법재판소! 불사조여 영원할지어다!

 

그런데, 그런 영웅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과 국민들의 마음은 어찌 이리도 허탈하기만 한 걸까요?


태그:#헌재판결, #미디어법, #관습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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