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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이 범죄 피의자 증거물을 찾는다며 새벽에 가정집을 방문해 압수수색을 벌여 이에 놀란 임산부가 유산한 사건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피해자의 진정에 따라 해당 경찰관들에게 주의조치를 취하도록 경기경찰청장에 권고했으나, 경기경찰청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이 문제를 삼고 나서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25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와 다산인권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한아무개씨는 지난해 7월 살인을 저지르고 자신의 집으로 도망 온 사촌 동생을 부인과 함께 설득해 경찰에 자수하도록 했다.

 

그러나 경기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 7~8명이 증거물을 찾는다며 새벽 3시에 임신 7주째인 한씨 부인이 혼자 있는 집에 갑자기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크게 놀란 한씨의 부인은 유산을 하고 말았다.

 

이에 한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했고, 인권위는 지난 23일 "경찰관들이 진정인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신체의 안전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하고 해당 경찰관들에 대해 주의조치토록 권고했으나 경기경찰청장은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은 "살인사건 피의자에 대한 긴급체포 후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 확보를 위한 긴급성이 요구됐고, 피의자의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 등 형사소송법상의 적법절차를 준수해 정당하게 직무를 집행했다"며 주의권고 수용거부 의사를 인권위에 전했다.

 

경찰 "정당한 직무집행"... 인권위 "신체 안전·사생활 자유 침해"

 

그러나 인권위는 경기경찰청장이 주의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사실을 공표한 자료에서 "비록 형사소송법상의 위법성을 발견할 수 없다 하더라도 임의수사에 있어 진정인과 피해자의 동의와 협력이 필수적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했다"고 밝혔다.

 

특히 인권위는 ▲진정인이 피의자를 자수하게 하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했고 ▲피해자가 임신 7주차로 심신의 안정을 요하는 상태였으며 ▲심야시간대에 경찰관 7~8명이 동원된 위압적인 상황이었던 점 ▲압수수색 직후 피해자의 하혈 및 태아유산이라는 당시의 정황 등을 들어 경찰수사의 문제를 제기했다.

 

인권위는 "경찰관들의 행위는 피해자의 주거 평온을 보장하기 위한 업무상의 주의의무와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헌법적 책무를 위반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신체의 안전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다산인권센터를 비롯한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26일 오전 11시 수원시 우만동 경기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 규탄과 함께 인권위 권고를 수용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김경미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경찰이 무리한 공권력 집행으로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도 인권위의 권고마저 수용하지 않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경찰은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고 피해 당사자에 대한 배상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이어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알리고 유사한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피해자 측과 논의를 거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인권단체들이 공동 대응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그:#경기경찰청, #심야 압수수색, #임산부 유산, #인권위 주의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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