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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원 연못인 월영지 분수에 뜬 작은 무지개
 공원 연못인 월영지 분수에 뜬 작은 무지개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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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7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과 번동 사이에 문을 연 '북서울 꿈의 숲' 중간쯤에 월영지라는 인공연못이 있다. 이 연못은 맨 위쪽에 있는 후문 쪽에서 흘러내려온 실개천이 월광폭포가 되어 쏟아져 내리고. 월영지에서 잠깐 머물던 물은 실개천을 타고 정문 쪽 또 다른 연못으로 흘러간다.

황폐화된 옛 드림랜드 자리에 새롭게 만들어진 공원이 문을 여는 날 이곳을 찾았다. 그런데 17일 오후에 찾은 월영지 연못 분수대엔 요즘 하늘에서 보기 힘든 무지개가 순간순간 떠오르곤 했다. 마침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분수대 물방울들이 무지개로 떠오른 것이다.

"야! 무지개다!"

마침 할머니 손을 잡고 산책 나온 어린이가 환호성을 질렀다. 요즘 보기 드문 무지개지만 어린이는 무지개를 금방 알아보았던 것이다.

"무지개가 아디 있는데?'

손자의 환호성에도 할머니는 무지개를 금방 찾아내지 못했다.

"할머니 저기 있잖아? 저 분수대"

꼬마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 할머니가 그때서야 무지개를 본 듯 빙긋 웃는다. 역시 무지개는 노인의 눈보다 어린이의 눈에 더 잘 보이는가 보았다.

 호수로 쏟아져 내리는 월광폭포
 호수로 쏟아져 내리는 월광폭포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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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타고가면 볼 수 있을까
들을 지나 산 너머 훨훨 날으면
밤마다 띄워 보낸 꿈속 이야기
별나라 아기들 볼 수 있을까
무지개 무지개다리 건너가
다리 건너 누가 살고 있을까

-차영희 곡, 이성관 시 동요 '무지개다리'

동요의 가사처럼 무지개는 어린이들에게 꿈을 안겨주고 동화의 세계를 꿈꾸게 한다. 무지개는 어쩌면 어린이 나라에 사는 환상인지도 모른다. 거짓말처럼 하늘에 잠깐 나타났다가 소리 없이 스러져 버리는 무지개.

여우비 한 무더기 먼 천둥소리 따라가고 있다.
무지개다리 하나 그 하늘에 걸리고 있다.
저 어디 한려수도의 물마루가 일어서고,
이쪽 뫼뿌리 움켜잡은 불모산 한 끝 자락
분광(分光)하는 수채화로 연육교 놓이고 있다.
네가 마름질한 갈매 빛 먼 하늘
반원형 너의 샅이 그렇게도 아름다울 수 없다.

-하연승의 시 '무지개' 앞부분

 월영지 호수와 호숫가에 서있는 작은 정자 애월정
 월영지 호수와 호숫가에 서있는 작은 정자 애월정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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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연승의 시 '무지개'는 어른의 눈으로 바라본 무지개의 서정이 알알이 박혀 있다. 옛날에는 비 그치고 난 하늘에서 쉽게 바라볼 수 있었던 무지개, 그 무지개를 보기 어려운 것은 환경오염 때문일까? 인간들의 마음에 때가 너무 많이 묻어서일까? 요즘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것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엊그제 개장한 북서울 꿈의 숲 분수대에 잠깐 잠깐 나타난 작은 무지개가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 눈에도 신비롭게 보였을 것이다. 강과 바다를 건너 하늘을 수놓은 거대한 무지개다리가 아니어서 조금은 초라한 무지개, 그러나 공원 분수대 물방울로 피어난 작고 귀여운 무지개가 공원을 찾은 어린이와 시민들에게 소박한 꿈을 안겨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무지개#분수대#월영지#이승철#북서울 꿈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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