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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최근 지구대를 폐지하고 장기적으로 풀뿌리 치안을 확립한다는 목적으로 파출소 신설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인천에서는 최초로 부평구에 부평2동 파출소가 다시 문을 열었다.

 

경찰은 현재의 지구대 체제는 미국식을 본 딴 것으로 도보 순찰 등이 필요한 한국 사정에 맞지 않다면서 장기적으로 파출소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인천지방경찰청은 지난 달 14일 홍익태 인천지방경찰청 차장 주재로 파출소 확대 추진 관련실무자 회의를 진행했다.

 

당시 인천 소재 경찰서별로 총10여개의 파출소 신설 계획을 인천경찰청에 제출했다. 인천경찰청은 이 가운데서 부평경찰서 관할의 부평2동 치안센터를 파출소로 개소하는 것을 승인했다. 부평서는 동암·역전·철마지구대의 인력 등을 조정해 10월 13일부터 부평2동 파출소 운영을 시작했다.

 

동암·철마지구대 치안 수요 높은데도 인원 빼내

 

부평서는 역전·동암·철마지구대에서 10명 정도씩 차출해 부평2동 파출소에 배치했다. 부평2동 파출소의 치안 지역은 종전 역전지구대가 담당하던 지역이다.

 

부평서의 발표를 보면 역전지구대는 부평2동을 포함해 부평역 주변지역 등 4㎢의 치안을 담당했다. 폭력 사건 등 5대 범죄가 연간 1041건 발생했으며,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도 281명에 이르고, 112신고도 연간 1만 2490건에 달한다.

 

신설된 부평2동 파출소가 담당하는 치안 면적은 2.28㎢다. 하지만 부평2동 치안 구역에는 인천가족공원이 포함돼있어 면적만 넓지 치안 수요는 높지 않은 편이다.

 

부평2동 파출소가 치안을 담당하는 지역의 인구는 2만 3251명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5대 범죄도 지난해 248건이 발생했으며, 교통사고로 인명 피해도 57명이다. 특히 112신고는 3431건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치안 수요가 적다.

 

특히 부평2동 파출소가 속한 역전지구대의 112신고 출동 현황을 살펴보면 인근의 철마와 동암지구대에 비해 출동 빈도가 낮다.

 

2008년 7월부터 올해 6월말까지 지구대별 112신고 출동 현황을 살펴보면 역전지구대 1만 2490건, 철마지구대 1만 6146건, 동암지구대 1만 5490건으로 집계됐다. 치안 구역 거주 인구수도 역전지구대가 6만 9659명인 것에 비해 철마와 동암지구대는 각각 15만 231명, 8만 6624명으로 훨씬 많다.

 

거주 인구수와 치안 수요가 동암과 철마지구대 관할지역이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부평서는 각 지구대에서 10여명씩을 차출해 부평2동에 배치했다. 또한 동암과 역전지구대 순찰차 1대씩도 부평2동 파출소로 전환해 운행 중이다.

 

"다른 지역 치안 공백 예상"↔"현 인력으로 치안문제 해결 가능"

 

이로 인해 적절한 치안 대응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 경찰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동암·역전·철마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의 말을 종합하면, 민원이 폭주하는 여름철에는 112신고를 접수하고도 밀려 있는 접수 건으로 인해 출동이 제때에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지역에 대한 경찰 인력을 추가로 배치하지 않고, 기존 인력과 순찰차를 부평2동으로 전환해 치안 공백이 예상된다.

 

특히 부평서는 상대적으로 치안 수요가 적은 해당 지역에 경찰관을 26명 배치해 역전·동암· 철마지구대의 순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강력 범죄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워 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부평서가 당초 백운·청천1치안센터를 파출소로 신설할 계획을 수립하고도 계획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백운이나 청천동 지역은 치안 수요가 많음에도 경찰서와 지구대가 멀리 떨어져있다.

 

이렇듯 부평서가 치안 수요가 적은 부평2동에 파출소를 신설하고 인력을 대거 배치한 것은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부평2동 파출소 신설은 조진형 국회의원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이와 관련, 조진형 의원의 보좌관인 이익성씨는 <부평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의정보고회에서 주민들이 파출소 신설을 요청했고, 부평 남부권역의 치안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부평2동에 파출소를 신설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요청했다"면서,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에 대한 배려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부평경찰서 배상훈 서장은 16일 <부평신문>과 한 전화 인터뷰에서 "부평2동은 순찰차가 순찰하지 못하는 골목길이 많은 서민 밀집 지역으로 지역 여건에 맞게 치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출소를 신설하게 된 것이고, 파출소 신설 지역으로 거론된 치안센터는 건물이 노후하거나 주차 공간이 부족한 문제 등으로 인해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구대의) 인원 차출에도 불구, 현재의 인력으로 충분히 지역 치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일부에서 제기되는 정치권의 입김 등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도저히 납득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복수의 지구대 근무 경찰관들은 한목소리로 파출소 신설이 필요한 지역은 처음에 검토된 백운·청천치안센터로, 경찰서와의 원거리 문제와 치안 수요 등을 따지면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치안 수요가 적은 부평2동에 파출소를 신설한 것은 납득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신설 파출소에 비교적 젊은 경찰관을 위주로 배치한 것은 파출소 신설에 따른 정치적 효과만을 기대해 배치한 것으로, 합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익명의 한 경찰관은 "민원이 밀릴 때는 신고를 받고도 바로 출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차량과 인원을 빼서 치안 수요가 적은 지역으로 배치하는 것은 해당 지역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로, 만약 대형 사고를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지 모르겠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부평경찰서, #인천지방경찰청, #파출소 신설, #조진형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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