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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명 '나영이 사건'으로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성폭력사건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일상생활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나영이사건'은 피해자가 여성어린이라는 점, 그리고 그 피해가 너무나도 명백하고 끔찍한 점 때문에 모두의 공분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누구의 관심도 갖지 못하는, 심지어 피해자도, 목격자도 가해자도 그것을 '성폭력'사건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건은 너무나도 많다.

대부분의 성폭력 피해자들은 삼촌이나 사촌, 이웃집 아저씨 등 비교적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이후 저항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책과, 수치스러워하는 주변사람으로 인해 많은 좌절을 당한다. 성폭력사건의 책임을 자기스스로, 그리고 외부에서(특히 부모) 피해자인 자신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자신과 가장 가까운 지인들은 이 사건을 잊기를 바란다.

그러나 기억은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종종 비슷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과거의 기억은 알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심지어 사랑하는 연인과의 스킨십도 과거의 성폭력경험 때문에 거북스럽다.

책 '아주 특별한 용기'는 성폭력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이러한 현실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한다. 30여 년간 미국 전역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워크숍과 강의를 진행했던 저자 앨렌 베스는 성폭력피해자들에게 가장 먼저 '기억을 수집하기'(아주 특별한 용기 1부의 제목)를 권유한다. 연이어 성폭력이 일어났음을 인정하고, 치유를 결심하라고 권한다. 그리고 매우 따뜻하게 이야기해준다. 그것은 '당신의 탓이 아니었어요'

사실,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한 '당신의 탓이 아니었어요'라는 말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너무나도 인색하다. 특히 야한 옷을 입었거나, 밤늦게 돌아다니다가, 혹은 모텔까지 따라간 사람의 성폭력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비난한다. 여성어린이가 아닌 성매매여성 또는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력에 대해서 사람들은 판단을 망설인다. 이것은 매우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로 성폭력 피해자에게 또한번의 상처를 주는 2차 성폭력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은 성폭력내지 성추행이 벌어졌을 때, 피해자로 하여금 그 문제를 제기할 수 없도록 강제한다. 대학가의 M.T, 직장에서의 회식 등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성추행에 대해서도 '분위기를 망친다', '니가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라는 식의 비난은 그들에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빼앗는다. 그래서 저자는 성폭력피해자가 그것을 성폭력으로 인정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아주 특별한 용기'라고 이름 붙여주었다.

성폭력피해자들이 삶을 이어가는 것은 '생존'이라고 불릴 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다. 이들이 죽음과도 같은 고통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아주 특별한 용기를 내어 자신의 목소리를 낸 피해자에 대해서는 신변 보호와 각별한 지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아주 특별한 용기 4부 '생존자 편에 선 사람들을 위하여'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주변사람들에게 필요한 조언들을 해준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나영이 사건'이 이미 국민적인 이슈가 된 상황이기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모두가 성폭력 피해자들의 주변사람들이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 한국사회가 성폭력 피해자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지하고 격려해 주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나영이 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성폭력 사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이번 사건에 분노했던 모든 국민에게 '아주 특별한 용기'의 일독을 권한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 http://blog.naver.com/peoplefor 에도 게재하였습니다.



아주 특별한 용기 - 성폭력 생존자들을 위한 영혼의 치유, 개정판

엘렌 베스.로라 데이비스 지음, 이경미.이원숙 옮김, 동녘(2012)


태그:#아주특별한용기, #나영이사건, #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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