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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신문사 전경. 한성신문사는 구마모토 국권당계열 낭인들이 운영했으며,신문사 사장과 주필을 비롯 대부분의 직원들이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했다.
 한성신문사 전경. 한성신문사는 구마모토 국권당계열 낭인들이 운영했으며,신문사 사장과 주필을 비롯 대부분의 직원들이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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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명성황후'가 처음으로 가해자의 땅 일본을 밟는다. 가해자들이 대거 동원된 구마모토(熊本)에서 '명성황후' 아리아가 울러 퍼진다. 

'뮤지컬 <명성황후>' 기획사인 에이콤 인터네셔날은 '2009 명성황후의 숨결을 찾아서'의 세번 째(시즌Ⅲ) 여행지로 일본 규슈 남단에 위치한 구마모토를 택했다. 공연을 하는 때도 명성황후의 기일(10월 8일)에 맞췄다.   

일본 구마모토는 명성황후와 한국인에게는 뼈마디를 시리게 하는 곳이다.

우선 명성황후 시해범인 일본 낭인 48명 중 21명이 구마모토 출신이다. 당시 명성황후 시해사건의 주범 중 한 사람인 한성신보사 사장이었던 구마모토 출신 아다치겐조(安達謙藏, 1864-1948)가 미우라 공사의 의뢰를 받고 구마모토 낭인들을 대거 동원했기 때문이다.

<한성신보>는 일본 외무성이 조선 침략을 위해 만든 신문사로 '명성황후시해사건'의 비밀 본거지로 사용됐다.

구마모토 낭인결집에 중요한 역할을 한 아다치겐조는 일본 구마모토 지역을 기반으로 한 국권당(메이지시대의 대표적인 대외강경노선의 국권파 정치단체) 수령인 삿사 도모후사(佐佐友房)의 제자이기도 하다. 실제 한성신보는 구마모토 국권당계열 낭인들이 운영했으며, 명성황후 시해에는 <한성신보> 전 사원이 동원됐다.

하지만 활화산으로 유명한 구마모토현 아소산 국립공원 입구에 현재 서 있는 마츠무라 다츠키(1868~1937)를 기리는 기념비(가로 1.5mX높이 1.8m)에는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가담한 전력을 '치적'으로 새겨놓고 있다. 

오사카성, 나고야성과 함께 일본의 3대 성 중 하나로 꼽히는 구마모토성의 성주는 임진왜란 때 조선을 침략해 악명을 떨친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 가등청정)다. 그는 당시 조선인을 잔인하게 살해해 '악귀 기요마사'로 불리기까지 했다. 구마모토성 또한 당시 구마모토로 끌려간 조선의 축성(築城) 기술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공연배우는 이태원(명성황후), 박완(고종), 지혜근(홍계훈) 등 8명이며, 공연은 하이라이트 영상과 함께 1시간가량 진행된다. 

행사를 기획한 에이콤 인터네셔날 측은 "뮤지컬 명성황후를 통해 일본인들이 한국의 역사와 정서를 이해하게 하고, 한일간 바람직한 미래 역사를 고민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가해자들의 땅인 구마모토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명성황후 '시해범 후손'도 관람 예정

'명성황후' 공연 장소를 '구마모토 가쿠엔대학'(熊本學園大學)으로 정한 데도 사연이 있다. 일본은 구마모토에 조선어를 가르치는 학교를 가장 먼저 만들어 이 곳에서 조선의 통역자를 많이 배출했다. 이토 히로부미를 단죄한 안중근 의사가 처형되기 전 마지막 5개월간의 통역을 맡았던 소노키 스에키(園木 末喜)도 구마모토 출신이다. 구마모토 가쿠엔대학도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설립됐던 학교다.

일부 언론에서 이 대학을 '명성황후 시해자가 설립'한 것으로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날 공연은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공모하고 사건 당일 직접 왕궁을 쳐들어간 구니토모 시게아키(1861-1909, 한성신보 주필)의 외손자인 가와노 다쓰미(87)씨도 관람할 예정이다. 가와노씨는 명성황후가 묻힌 경기도 남양주 홍릉을 찾아 참배하는 등 조부의 죄를 대신 사죄하며 남은 여생을 보내고 있다. 

이날 공연은 에이콤 인터네셔날 주최로 '뮤지컬 명성황후 구마모토 실행위원회'가 주관한다. 또 가해범 후손을 찾아내 사죄를 이끌어낸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 등이 후원한다.

한편 (주) 에이콤 인터네셔날은 매년 <명성황후 숨결을 찾아서> 현장 기행 행사를 벌이고 있으며, 그동안 100년 만에 복원된 명성황후의 시해장소인 건천궁과 명성황후가 어린 시절을 보낸 여주 생가 현장 기행을 한 바 있다.


태그:#명성황후, #일본 공연, #구마모토,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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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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