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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악법 날치기 처리에 반발해 의원직을 반납하고 거리로 뛰쳐나갔던 민주당 의원들의 원내 복귀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한나라당과 정권이 언론악법을 원천무효 할 때까지 투쟁하겠다던 애초의 결의를 상기한다면 민주당의 국회 복귀 소식은 곧 정부 여당이 미디어 악법 포기한 것을 뜻할 것이므로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마땅할 일이다. 그런데 신문이나 방송 그리고 온라인 사이트 어느 곳에서도 정부 여당이 미디어 법을 포기했다거나 혹은 포기할 조짐이 보인다거나 하는 소식은 한 꼭지도 찾아 볼 수 없으니 이상한 일이다.

 

여당은 여전이 법안 처리의 합법성을 강조하고 있는가하면 한 걸음 더 나아가 야당이 투표 방해 행위를 했다고 역 공세를 가하는 등, 정치 상황은 법안이 처리될 당시와 비교하여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의원직을 걸고 여당의 폭거를 막겠다던 야당이 소위 '민생 현안' 때문에 국회에 복귀하겠다는 조짐을 접하게 되니 진실성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찾아보기 어려운 야당의 태도에 실망이 이만 저만 아니다.

 

'한나라당의 폭주가 계속 될수록 의회에서의 투쟁을 포기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등 순수 여당 의석이 180석을 육박하고 공룡 여당의 폭주에 은연중 동조하고 있는 자유선진당을 포함하면 200석 가까운 의석을 확보하고 있으며 번번이 수의 논리로 자신들의 폭거에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하고 있는 거대 여권에 비해 민주. 민주노동. 창조한국. 진보신당을 모두 합쳐도 100석에 미달하는 야권이 원내에서 합법적으로 여권을 견제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아무 것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야당을 자신들의 폭주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구색용 정도로만 생각하는 현 상황에서 야당이 여당에게 얻어낼 수 있는 양보란 기껏해야 야당이 의회를 포기하지 못할 만큼의 미끼이거나 당근에 불과할 뿐이다.

 

 현재의 의석분포와 야당의 셈 흐린 대응이 계속 되는 한 여당은 언제나 진정으로 자신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다수결로 밀어붙일 것이고, 거리로 뛰쳐나간 야당에 약간의 미끼를 던져 자신들의 폭거에 합법성을 부여하기 위한 들러리로나 활용할 속셈이니,지금 시점에서 민생을 핑계로 야당 내부에서의 의회 복귀 주장은 한나라당의 전략에 휘둘리는 하책(下策) 중의 하책에 불과하거나, 이를 주장하는 당사자들이 스스로의 의원직 유지에 급급한 이기적이며 기회주의적인 발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지금 야당이 야당으로 존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며 유일한 대여투쟁은 여당이 하는 어떤 일에도 정당성을 부여해주지 않는 일 뿐이다.

 

즉, 정권과 여당이 국회를 무대로 어떤 일을 시도하고 일방처리 하던 간에 야당이 국회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음으로서 이명박 시대가 헌정 사상 유래 없는 야당 없는 야만의 시대였음을 역사와 국민들이 똑똑히 알게 해야 하며, 부패한 세력에게 절대 권력을 허용한 국민들에게 무책임한 선택을 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만 하는 시점인 것이다.

 

시장에서 떡을 팔아 어린 자녀를 키우던 해님댁이 고개에서 호랑이를 만났다. 호랑이는 아이들에게 먹이기 위해 남겨온 떡에 욕심을 보이며 그녀를 위협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그녀는 겁에 질려 하나를 건네주고 황급히 고개를 하나 넘었다. 하지만 호랑이는 다음 고개에서 다시 그녀를 위협했다.

"떡 하나 더 주면 안 잡아먹지."

그래서 또 떡을 주고 달음질쳤다. 다음 고개에서도 그 다음 고개에서도 호랑이에게 떡을 빼앗겼고, 나중에는 팔과 다리 그리고 결국에는 목숨까지 잃게 된 동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민주당이 민생을 핑계로 어설프게 원내에 복귀했다가 4년 내내 희롱만 당하다 종국에는 모든 것을 잃지 않을까 심히 염려되는 한편,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하고 세비 수령 통장을 해지하고 의원회관에서 과감하게 철수한 천정배의원의 결단과 진정성을 높이 평가하며 그의 진정성이 담긴 투쟁을 적극 지지하는 바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겨레와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민주당, #천정배 , #의원직총사퇴, #미디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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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음악 오디오 사진 야구를 사랑하는 시민, 가장 중시하는 덕목은 다양성의 존중, 표현의 자유 억압은 절대 못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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