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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09년 7월 10일 금요일이다. 일을 하고 왔다. 늦지 않기 위해 수첩에 꼼꼼하게 인터넷으로 검색한 내용을 적어놓았다. 지하철에서 몇 번 출구로 나가 어느 건물을 지나서 우회전 하는지, 다리를 건너 교육 장소까지는 몇 킬로미터나 되는지... 수첩을 보니 지하철역에서 교육 장소까지는 609미터고 도보로 약 9분이 걸리는 곳이다. 이정도면 택시를 잡지 않고 걸어가는 것이 낫다.

총총총 걸어서 도착하니 시작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했다. (집에서 1시간이 넘는 거리를 갈 때는 산책을 할 준비를 하고 와야 한다. 혹시 헤매더라도 여유 있게 그 시간을 즐길 수 있어야 하므로 보통 걸리는 시간보다 초행길에는 1시간 정도 더 일찍 나서야 한다. 초행길에 헤매면 정말 식은땀이 난다.) 준비를 하고 마음속으로 동선정리를 한다. 그러고 나서는 잠시 똘망이를 생각했다.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 똘망이 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

똘망이가 어제 탈이 났다. 덥다고 찬 것을 계속 먹고 자더니 어제 아침에 설사를 하고 어지러워했다. 결국 2교시 수업 후 조퇴하고 집에 왔다. 오늘은 좀 나아지는 듯보였으나, 여전히 어지럽고 힘들다는 전화를 오전 8시 넘어서 했다. 그래도 일단 학교는 가라고 했지만 걱정스러웠다. 괜찮아지기를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동안 다른 선생님들이 도착했다.

오늘 교육대상자는 모두 저학년이고 그 중 내가 해야 하는 학년은 3학년이다. 어떤 아이들일지 기대하면서 교실에 들어간다. 40분 동안 무엇을 가르칠까? 칠판에 오늘 교육내용을 쓴 후 알림장에 기록하라고 하면 아이들은 참 열심히 쓴다.(직업이 학생이다 보니 쓰는 것은 역시 나보다 잘 한다.) 그 중 잘 쓴 학생 공책을 사진 찍은 후 칭찬을 한다. 그러나 글씨체가 좋은 아이들은 별로 없다. (초등학생 대부분이 우리들 학교 다닐 때보다 글씨체가 별로 좋지 않다.)

구강보건교육을 하다가보면 눈과 마음이 한 없이 부드러워질 때가 있다. 그러나 목소리와 얼굴 표정은 엄하게 나온다. 때론 야단을 칠 때가 있다. 즐겁게 웃으며 진행을 하다보면 처음 듣는 내용은 쉽게 이해하기가 힘들다. 각자 친구와 이야기 하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기 때문에 앞에서 이야기 하는 선생님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반 아이 모두를 집중시키려면 때론 그 중 튀는 아이들을 수업에 참여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마음으로 아는 것 같다. 정말로 미워서 야단치는지, 가르치기 위해서 야단치는지... 수업집중이 힘든 아이를 보면 그  녀석이 먼저 안쓰러워진다. 그리고 그 옆 친구가 안쓰럽고, 담임선생님이 안쓰럽고, 부모가 안쓰럽다. (누군들 모범생처럼 잘 듣고 잘 따라하고 싶지 않을까? 때론 마음과 몸이 따로 놀 때가 있다.) 야단치면서도 수업은 계속 된다. 이론과 실습까지 모두 끝나도 여전히 칫솔을 입 속에 넣고 더 닦으려고 하는 아이들이 있다. 치아 닦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면 참 재미있다. 느낌이 아주 좋다. 닦기 전과 닦은 후의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치아2개 반에서 3개정도를 한 번에 닦을 수 있는 회전법은 3분이 좀 넘는 시간동안 치아의 모든 면을 각 10번씩 닦을 수 있다. 그런데 치아가 일렬로 되어있지 않고 들어가고 나온 상태로 배열되어 있거나, 이가 빠지면서 새로 나오고 있는 입 안 상태라면 이 회전법으로도 잘 안 닦이는 곳이 있다. 그래서 회전법으로 다 닦은 후 치아 한 개 한 개를 닦을 수 있는 방법으로 간단하게 한 번 더 닦아준다.

충치예방법 다섯 가지. 바른 잇솔질, 불소의 이용, 치아에 좋은 음식 먹기, 치아 홈 메우기(2010년도부터는 건강보험 적용이 된다.), 6개월에 한 번씩 치과 정기검진. 이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역시 바르게 닦는 것이다. 실습시간. 모든 아이들이 치과위생사를 보면서 따라한다. 이론 수업도 재미있어 하지만 이 실습수업을 할 때면 딴 짓하는 아이가 없다.

배우고 가르치는 것. 무엇인가 하나를 제대로 배워서 지식을 쌓고, 스스로 익혀서 바로 그 순간이 지나가도 잊지 않고 할 수 있는 것. 평생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바로 그것이 오늘 하고 온 일! 구강보건교육이다. 오늘은 치과위생사들 5명이 출동하여 각 반에 들어가 찾아가는 교육을 했다. 입에서 단 내가 나도록 같은 이야기를 해도 항상 부족하다. 초등학교 3학년. 이제 열 살 정도. 남은 인생동안 잊지 말고 잘 실천하길 바라지만, 사람의 기억력에 한계가 있는지라, 이 아이들이 내년에도 이 교육을 받아서 하나에 또 하나를 더 한 상태로 구강건강을 위해 알맹이를 채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수업이 모두 끝난 후 똘망이에게 전화하니 조퇴하고 집에 왔다가 건강보험 카드 들고 내과에 다녀왔다고 한다.(자신의 용돈으로 비용을 지불했으니 엄마가 그 비용을 채워달라는 요구를 한다.) 그 와중에도 참치야채죽이 먹고 싶으니 오는 길에 죽집에 들러 사 달라고 한다. 똘망이는 올 해 다시 건치아동으로 돌아왔다. 똘망이와 밤톨이에게 교육하는 그대로가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전달이 되니, 구강보건교육의 적임자는 역시 '엄마치과위생사'가 아닐까 한다.  죽 먹고 앉아서 공기놀이하는 똘망이. 이제야 엄마마음도 놓인다.

덧붙이는 글 | 구강보건협회에서는 해마다 초등학교에 방문하는 구강보건교육을 합니다. 올 해는 그 대상구가 구로구입니다. 내년에 혹시 공문이 내려오면 지원구에 근무하는 보건선생님들은 교육신청을 하여 보다 많은 아이들이 치과위생사에게 전문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세요.



태그:#치과위생사, #구강보건교육, #초등학교3학년, #구강보건협회, #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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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 구강건강교육 하는 치과위생사. 이웃들 이야기와 아이들 학교 교육, 책, 영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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