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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25일 캄보디아 여객기 추락사고로 한국인 13명이 귀중한 생명을 잃었다. 그 중에서도 KBS 조종옥 기자는 최후까지 아들만이라도 살리려고 꼭 감싸 안은 흔적이 발견되어 사람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수년 전에 아들을 데리고 수영장에 갔다. 170이 써진 곳에 아이를 안고 들어갔다. 제 키가 177cm라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쑥 깊이 빨려 들어가서 겨우 목만 내밀 수 있었다. 손을 들어 아이만 물 위로 들고 저는 한참 동안 물을 마시며 허우적거렸던 기억이 있다. 부모의 마음이란 모두 이와 같을 것이다.

 

아이를 꼭 감싼 어머니 모습 '包'

 

包(쌀 포)는 勹(포)와 巳(사)로 되어 있다. 勹(포)는 옆에서 본 사람의 모습이고, 巳(사)는 임신 초기 아이의 모습이다. 그래서 包(포)는 어머니의 배 안에 아이가 있는 모습이다. 어머니가 아이를 꼭 감싼 모습이다. 아이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부모는, 아이를 처음 가졌을 때처럼 꼭 감싸 안는다.

 

서기 79년경에, 고대 로마의 베스비오산에 큰 화산 폭발이 있었다. 근처 한 마을에 용암이 밀려와 마을 주민들이 모조리 희생당한 일이 있었다. 위 사진은 그로부터 2,000년이 흐른 후 발굴한 광경을 찍은 사진이다. 사진을 보면, 용암이 마을을 덮쳐 죽음을 맞는 상황에서 서로 껴안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抱(안을 포)는 才(재 - 手의 부수 글자)와 포로 구성되어 있다. 손으로 꼭 껴안는 모양의 글자다.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서로 껴안아 힘과 위로를 얻는다.

 

후안 만이라는 오스트레일리아 사람이 4년여 전부터 프리 허그(FREE HUG)라는 안아주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세계적으로 이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승자 독식의 신자유주의 세계 아래, 삶에 지치고, 상처받고, 억압받은 가슴을 안아줌으로써 따뜻한 사랑이 전달되어 평화와 연대의 마음을 느끼게 한다. 가족만이라도 우선 자주 안아 주어야겠다. 그리고 낯선 사람이라 할지라도 언제든지 껴안을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胞(포)는 月(육달월) + 包(포)로 구성되었다. 月(육달월)은 肉(육)의 부수 글자이다. 그래서 아이를 감싸고 있는 膜(막)이나 胎盤(태반)을 말한다. 同胞(동포)는 같은 어머니에서 나온 형제자매들을 일컫는 말이다.

 

飽(배부를 포)는 食(밥 식)과 包(포)의 조합이다. 包(포)가 임신하여 배부른 모습이므로 飽(포)는食(식)을 붙여 먹어서 배부른 모습을 나타낸다. 飽食(포식)하지 않고 적당이 먹는 것이 나와 세상의 건강을 위해 좋은 것 같다.

 

泡(거품 포)는 水(수)와 包(포)의 조합이다. 包(포)가 감싸 안는다는 뜻이므로, 泡(포)는 물이 공기를 감싸 안아 부풀어 오른 모습이다. 水泡(수포)로 돌아갔다는 말은 아무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砲(포)는 石(돌 석)과 包(포)의 조합이다. 砲身(포신–대포의 통)에 탄환(石)을 채워 넣어(包) 발사하는 것이다. 장기의 말에서 包(포)는 원래 砲(포)이다. 그러니까 장애물을 뛰어넘어 날아가는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김점식 기자는 새사연 운영위원이자, 현재 白川(시라카와) 한자교육원 대표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자 해석은 일본의 독보적 한자학자 시라카와 시즈카 선생의 문자학에 의지한 바 큽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포, #프리허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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