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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컴퓨터의 바탕화면을 장식한 드라마의 한 장면 사진이다. 이 드라마는 어느 장르에 속할까? 참고로, 내 친구는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한다. 하지만, 내 분류는 다르다. 이것은 정치 드라마다.

 

위 사진은 지난주에 막을 내린 김선아, 차승원 주연의 SBS 수목드리마 <시티홀>의 한 장면이다. 그 친구와 술 마시며 이 드라마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가 이런 얘기를 했다. '서른 여섯 여자와 마흔 다 된 남자는 저렇게 연애를 하겠구나!' 라고 느꼈다고. 그 이야기에 혹한 나는 내일 시험 보러가는 친구의 집에 쳐들어가 다시보기로 밤새 <시티홀>을 보았다. 그렇게 민폐를 끼치고 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랬다. 이것은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로맨스 애청자를 위한 정치 입문 드라마라고.

 

<시티홀>은 달랐다

 

드라마의 시작은 로맨틱 코미디였다. 그리고 로맨스는 드라마 끝까지 정치와 잘 버무려져 나온다. 이것은 정치에 관심이 없는 로맨틱 코미디 애청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을까?

 

김은숙 작가의 전작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처럼 남자 주인공은 외모, 경제력, 지적 능력은 물론 싸움 기술도 뛰어나다. 게다가 가슴 속 깊은 곳에 오직 여주인공만이 치유해 줄 수 있는 상처도 가지고 있다. 여자 주인공은 평범한 외모에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엉뚱하기도 하다. 김선아가 연기한 신미래는 그의 이전 성공작 삼순이 캐릭터와 많이 비슷하다.

 

두 남녀 주인공이 만들어가는 알콩달콩 연애담이 전부였다면, 작가의 전작들, 연인 3부작과 크게 차별화 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내가 기사를 쓰고 싶은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 <시티홀>은 달랐다.

 

내 삶 깊숙이 관여하는 정치

 

드라마 <시티홀>은 정치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다. 주인공 신미래(김선아)와 친구 정부미(정수영)는 시의원 선거에서 친구 민주화(추상미)에게 표를 주었다. 하지만, 신미래는 권고사직을 당했고, 정부미는 신미래의 1인 시위를 막기 위한 희생양으로 해고되었다. 시의원인 친구는 오히려 이들이 부당하게 권고사직 당하는데 일조했다.

 

시장 선거에서 민주화가 승리당 지지율이 낮은 지역 유권자들에게 온천 향응을 제공하며 투표를 못하게 하려 하자 정부미가 강하게 제지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에서 정부미는 이렇게 말한다. "그동안은 정치랑 나랑 무슨 상관이냐 하며 냅뒀는데, 살다보니 상관 있더라고." 이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정치는 내 삶 깊숙이 영향을 준다. 모범 공무원 정부미가 누구에게 표를 던졌느냐에 따라 해고되기도 하듯이 말이다.

 

 

김은숙 작가의 전작 <프라하의 연인>은 대통령의 딸을 여주인공으로 썼고, 국민의 존경을 받을만한 멋진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시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었다. 작가는 노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일까? <시티홀> 속 신미래의 행동 여기저기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이 겹쳐 떠오른다.

 

신미래는 고졸에 힘없는 서민이다. 서민들의 지지를 얻어 시장에 당선되었지만, 다수인 기득권 세력은 그를 무시하고 사사건건 딴죽을 건다.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시장이 시의회 의원들의 회의장에 들어가자 소수당 의원들은 시장에게 예를 갖추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다수당 의원들은 자리에 앉은 채 시장을 무시한다.

 

신미래의 모습에서 노무현을 보다

 

그 순간 노무현 대통령의 첫 국회 연설 장면이 떠올랐다.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갔는데도 많은 야당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었다. 친구에게 그 모습이 연상된다고 말하자 친구도 그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내 친구는 게시판에 누군가가 쓴 글을 통해 그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시장이 된 신미래가 엄청난 외압 때문에 유해 폐기물 공장 건설 인허가를 내 주어야만 하는 장면이 있다. 할 수 없이 서류에 사인을 한 후 비서들에게 이것을 뒤집겠다고 했다. 어떻게 뒤집을까 궁금했었는데, 사직서를 낸 후 시장이 아닌 상태로 사인을 했으므로 사인의 효력을 무효화한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조국이 이렇게 묻는다. 왜 모든 것을 다 거느냐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많이 들었던 말이다. 그때 '올인'이라는 말이 다 걸기라는 뜻이란 걸 알았었다. 신미래는 힘이 없기에 다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국은 원래 올곧고 신념이 있는 정치가가 아니었다. 다른 정치인들처럼 권모술수를 쓸 줄 알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심만 있을 뿐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겠다는 비전은 없었다. 그러던 그가 신미래를 만난 후 올바른 사람으로 변해간다. 중의법적 표현으로, 조국이 신미래를 만난 것이다.

 

 

2010년 자치단체장 선거

 

선관위의 고민은 낮은 투표율이라고 한다. 젊은 층의 투표율이 특히 낮다고 들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시청자들은 이제 정치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왜 꼭 투표를 해야 하는지, 드라마 <시티홀>을 통해 확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과거에는 그닥 관심을 갖지 않았던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와 시의회 의원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는 분명히 알게 되었을 것이다. 대중매체가 가진 고마운 기능이다.

 

유권자의 투표율은 이제 충분히 올릴 수 있다. 선관위는 두 마디의 표어만 준비하면 된다. 바로 이것이다.

 

'당신의 한 표가 신미래를 지킵니다. 당신의 참여가 조국을 만듭니다.'


태그:#시티홀, #조국, #신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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