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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살리기가 된 좀비 운하!

 

한반도와 역사를 같이한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은 흔히들 '민족의 젖줄'이라 표현한다. 갓 태어난 아이의 허기진 배를 채워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어머니의 젖인 것처럼 4대강은 생명 그 자체이자, 생명의 잉태와 보살핌의 시공간을 말한다. 또한 인류 문명의 발상지가 강 주변이듯이 우리나라 역시 4대강은 문명의 보고이자 역사의 현장이며 국가 경제와 국민들의 생활과 불가분의 관계이다. 이러한 4대강을 잘 지키는 것은 우리 후손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강의 내일은 위태위태하다. 국운 융성의 길이라던 대운하 사기극은 국민의 준엄한 촛불 앞에 사라지는 듯했다. 대통령이 직접 고개까지 숙이며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대운하는 영화 <새벽의 저주>의 좀비처럼 무덤에서 기어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강 살리기'란다.

 

지난 6월 8일, 정부는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최종 확정 발표했다. 그러나 강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국민 불신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 여론조사를 봐도 국민들은 '4대강 살리기'란 이름으로 대운하를 추진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 1월 국토해양부와 최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를 봐도 과반수가 넘는 국민이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운하로 의심한다. 또한 대다수 이 땅의 양심인사들은 정부의 4대강 사업이 단군 이래 최대의 환경 파괴 사업이며, 막대한 세금 낭비, 그리고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사업이기에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 지난 6월 3일 서울대 교수들로부터 시작된 시국선언은 전국 대학교수, 종교인, 문화예술인, 교사, 학생들로 거세게 번지고 있다. 87년 민주항쟁을 포함해도 역대 최대 인원이 시국 선언에 참여하고 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이명박 정권의 독선적인 국정운영을 쇄신하고 4대강 정비 사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홍보 탓만 하는 독선 정책

 

환경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진영의 저항은 더욱 거세다. 마스터플랜이 발표 된 다음날, 시민사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망국적인 4대강 정비 사업 폐기를 위해 무기한 농성에 돌입함을 밝혔다. 조계사에 설치된 농성장에는 시민들과 각계인사들의 참여와 격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시민사회는 민주당 등 야당과 4대 종단, 학계 및 사회단체 등과 함께 '혈세낭비 환경파괴 국민고통 4대강 죽이기 저지 범국민대책위'를 구성해 지난 18일 출범했다. 범국민대책위는 강죽이기 저지 100만 서명운동과 4대강 진실을 알리는 지역 설명회를 진행하면서 오는 6월 27일 서울광장에서 "4대강의 생명과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한마당"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들은 4대강 정비 사업에 대한 국민 반감과 저항이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권은 홍보 탓만 하고 있다. 대통령은 마스터플랜 발표 직후 열린 국무회의에서 관계 장관들을 크게 질타했다고 한다. 4대강 정비 예산이 늘어난 것처럼 발표되고 국민 반감이 오르는 것이 제대로 홍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대통령의 불호령 탓인지 국토해양부, 환경부 등의 정부부처는 공격적인 홍보를 벌이고 있다. 국가공무원뿐만 아니라 지방공기업 임원까지 자발적이란 미명하에 반강제로 참여시켜 일방적 교육을 시키고 있다. 국무총리 등은 연일 언론을 통해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4대강 정비 사업의 추악한 진실은 정부의 파상적인 물량 홍보로도 결코 감출 수 없을 것이다.

 

감출 수 없는 4대강 정비 사업의 추악한 진실

 

정부가 밝힌 4대강 사업을 보면 2012년까지 22조 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된다. 간접연계 사업까지 고려하면 30조가 된다. 4대강 마스터플랜은 작년 12월부터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작성되었으며 지난 4월 27일 중간보고를 거쳐 6월 8일 최종 확정되었다. 정부는 본 공사를 9월~10월 중 착공할 계획이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세계적으로 22조원 규모의 사업 계획을 단 5개월여 만에 확정한 사례가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만큼 졸속계획이라는 것이다. 4대강 사업 내용을 보면 강바닥을 파헤치는 준설 사업과 물을 가두는 보 설치 등으로 식수원 오염 등의 수질오염과 생태계 훼손이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수질 및 생태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국민의 생명수이자 자연생태의 보고인 강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면서 부실하게 계획을 만드는 것은 커다란 재앙의 시작일 것이다.

 

정부의 비민주적인 사업 진행 방식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국민과의 소통은 없고 일방적인 홍보만 난무하기 때문이다. 한 달 만에 마스터플랜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정부는 4대강 마스터플랜이 부실함을 감추기 위해 예산 낭비와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제도인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도록, 위헌 소지가 있음에도 국가재정법을 개정했다. 또한 사전환경성검토, 환경영향평가, 문화재 지표조사도 초단기 날림으로 끝내려 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국민의 입을 막고 있다. 경찰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헌법의 하위법인 집시법으로 막고 있으며 심지어 기자회견조차 번번이 방해하고 있다. 한술 더 떠 국정원은 시민사회를 사찰하거나 국민을 회유하고 협박하고 있다. 이는 대규모 토목공사 위해 앞선 이들이 피 흘려 이룩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이다.

 

시화호, 양양국제공항, 그리고 4대강 정비, 부실과 낭비의 기념비적 상징정책

 

부실한 계획과 불검증, 그리고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되다 잘못된 사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잘못된 사업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받기 때문이다. 사업 규모가 클수록 그 피해 역시 커지게 된다. 시화호 담수화 계획은 대표적인 부실 계획에 따른 재앙이었다. 그리고 외신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공항', '유령공항'이라 불리는 양양 국제공항 사례는 국제적 망신거리이다. 이용객이 없는 인천공항철도 역시 부실한 계획과 불검증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불량 작품이다.

 

그리고 사업비 증가 역시 심각한 문제다. 처음 14조로 가능하다던 사업은 단 몇 개월 만에 22조가 됐다. 정부부처의 연계사업을 고려하면 30조에 이른다. 그리고 4대강 정비 사업의 공사비가 여기서 끝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경부고속철도는 최초 예상보다 4~5배 늘었고, 합천댐의 경우는 무려 17배 증가하는 등 대규모 토목 국책사업의 사업비 증가는 예삿일이 되었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4대강 정비 사업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30조 이상의 혈세가 낭비될 단군 이래 최악의 토목사업이 될 것이며 그 피해는 상상을 불허할 것이다.

 

오만한 정권의 미래는 없다!

 

반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좋은 평가를 받은 사례도 있다. 1998년부터 시행된 '4대강 물 관리 종합대책'은 지역 주민,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가해 수립된 것으로 정부 스스로 '한국 환경정책사에 큰 획을 그었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2006년에 수립된 치수분야 최상위계획인 '수자원장기종합계획' 역시 관계전문가, 시민사회, 지역주민 등이 참석해 1년 여 동안 논의를 거쳐 수립돼 '사회적 불신해소에 큰 역할'을 하였다는 것이 정부의 평가였다.

 

4대강 사업이 제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계획과 검증, 그리고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4대강 사업은 예측 한계가 명확한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기에 더더욱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강을 막대한 혈세를 들여 죽이려 하지 말고 지금 그대로 둬라! 어느 시인의 절규처럼 왜 어머니 가슴에 누굴 위해 삽질을 하겠다는 것인가? 오만한 정권의 미래는 없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4대강, #정비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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