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의 대표적인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이 또한번 심상치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시즌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전 구단 이사회는 김호 감독과 송규수 사장의 동반 퇴진을 구단측에 건의하였고, 23일에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대전이 그간 구단 운영을 놓고 많은 어려움과 잡음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일이 또 일어난 것과 다름이 없다.

대전은 어려운 구단 사정 속에서도 2001년 FA컵 우승을 했고, 이것은 한 TV 프로그램에 소개되었을 정도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03년에는 이관우(수원), 김은중(창샤)이라는 스타들과 함께 최윤겸 감독의 지략이 빛을 발하며 홈 승률 1위와 홈 관중 1위 기록을 동시에 세우기도 했다. 이로 인해 대전은 '축구특별시' 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2002년 월드컵 8강 진출이 결정된 대전월드컵경기장과 더불어 대전 시티즌의 인기까지 폭발적으로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려운 구단 사정으로 인해 대전의 영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선수들과 구단 코칭스태프들이 직접 나서서 시민주 공모를 하기도 했고, 김은중, 이관우, 김형일(현 포항) 등 주축선수들을 이적시켜 구단 운영 자금을 마련해야 했을 정도로 대전의 사정은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2007년 최윤겸 감독이 이영익 코치와 폭행사건에 휘말리며 감독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어려운 구단 사정 속에서 김호 감독이 새롭게 대전에 취임하였고, 전반기에 영입된 고종수(은퇴)가 부상에서 회복되어 후반기에 팀의 주축으로 거듭나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엄청난 역사를 이루게 된다.

그러나 2008년 성적은 하위권으로 처지게 되고, 2009년으로 이어지면서 고종수의 연봉 협상 과정에서 일어난 잡음, 외국인 선수 영입, 김길식의 중도 퇴단 등 일련의 사태들과 더불어 성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김호 감독과 송규수 사장의 동반 퇴진론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프런트의 전지훈련비 횡령 등으로 인한 서포터즈의 구단 프런트 고발 사건 등이 이어지고, 이에 무고죄로 맞고발이 이어져 서포터즈가 고발당하는 사태까지 일어나게 되었다.

김호 감독은 대전 이사회의 결정에 연말로 예정된 계약기간을 채우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으나 이것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김호 감독과 대전 프런트 간의 엇박자로 인해 불거진 이 사건은 자칫 대전 선수단 전체의 분위기에 미치는 악영향은 물론 구단과 서포터즈 사이에도 돌아올 수 없는 대립각을 세우게 할 가능성을 높게 만들고 있다.

대전은 FA컵 우승 이외에는 우승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시민과의 밀착도를 높인 운영으로 대전 시민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구단 프런트와 서포터즈 간의 불신, 감독과 구단 이사회의 대립과 불신으로 인해 또한번의 파국으로 가고 있다. 시민 구단 혹은 도민 구단이 K리그 운영에 있어 계속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대전의 이러한 운영은 K리그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높다.

현재 대전은 단기적인 성적이 아닌 김호 감독의 계획에 따라 미래를 길게 보고 조직력을 다지며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화려한 시절을 뒤로 하고 유망주를 육성하고 시민 구단에서 자신의 축구인생을 불태우려 했던 노장의 마지막은 구단 내부의 이권과 알력 다툼 속에서 파국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그간 시민구단 운영의 단점들이 모두 드러났던 대전이었는데 그것으로 인해 김호 감독마저 희생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대전 시티즌이라는 구단이 시민구단의 좋지 않은 운영을 모두 보여줬지만 더이상은 그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축구팬들은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또 한번 맞이해야 하는 파국은 많은 팬들에게 안타까움을 안겨주고 있다. 팀을 놓고 보면 시민구단이라도 매력적인 부분을 많이 갖고 있지만, 그것을 살리지 못하고 결국 또 한번의 파국으로 가고 마는, 그것이 현재의 대전 시티즌이다.

덧붙이는 글 23일 대전 이사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김호 감독과 송규수 사장의 동반퇴진 건의 등 구단 운영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구단 운영이 어렵지만 시민구단으로서 대전은 K리그에서 입지를 다져왔는데, 투명하지 못한 구단 운영과 구단 내부의 이권 혹은 알력다툼으로 인해 또한번 좋지 않은 운영을 보여주고 있는 대전이라 할 수 있다.
대전 시티즌 김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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