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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부르는 사람' 우창수.
 '노래 부르는 사람' 우창수.
ⓒ 우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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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가수'라 해야 하나, '노동가수'라 해야 하나. 그에게 물었더니 '그냥 노래하는 사람'이면 좋겠단다. 노래가 어떤 사람에게 공감을 받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단다.

'노래나무 심기'하는 우창수. 부산·울산·경남지역 집회나 노동현장에 가면 그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큰 몸집에 킨 머리카락에 통기타를 메고 '못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 앞에서 그는 노래로 위안해 주고 있다.

그는 올해 마흔세 살. 지난해 학습지 교사를 하다 해고된 아내와 결혼했다. 요즘 그가 더 바빠졌다.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때문이다. 20일 저녁  부산에서, 7월 24일 울산에서 각각 무대에 선다.

노동자들이 쓴 시에 곡을 붙여 발표한다. 전국현장노동자글쓰기 '해방글터'에 올라온 시들을 보고 그가 곡을 붙인 것이다. 배순덕(민주노총 부산본부 동부노동상담소)의 "그리움", 안윤길(현대중공업 노동자)·조성웅(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장)의 "배 만드는 사람들" 등을 부른다. 한 마디로 '시가 된 노동자의 이야기'이며 '노래가 된 노동자의 시'다.

"하청노동자 출근 시간은 있어도 퇴근 시간은 없더라/하청노동자 노동시간 결정은 원청노동자 생산에 따라 결정되더라/어이해 어이해 어이해 어이해/하청노동자 월급 날짜는 있어도 일정하지는 않더라/원청노동자 월급 받고 남을 때 하청노동자 월급 날짜가 정해지더라/어이해 어이해 어이해 어이해"(배순덕 시, 우창수 곡).

우창수는 노동과 생명, 평화를 노래한다. 흔히 말해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담았다. 지역과 현장을 누비는 가수다. 그는 1990년부터 7년 가량 노동문화예술단 '일터' 소속으로 활동했고, 이후 솔로로 활동하고 있다. 시에 곡을 붙이는 창작은 10년 전부터 하고 있다. 2000년에는 노래창작 모임 '개똥이'(지금의 소금꽃)를 만들기도 했다.

산재 추방의 노래로 알려진 "더 이상 목숨을 팔지마"도 많이 알려져 있고, "기계를 멈춰"와  "사람이 그립지 않소"라는 노래는 현장 노동자들이 좋아한다. 

"아들에게"에 푹 빠진 사람들도 있다. 화물연대 김동윤 열사 추모제 때 부산 서면에서 불렀던 노래다. 그 뒤부터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나이 많은 노동자가 그 뒤에 전화를 해서 '어떻게 하면 그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느냐'고 묻더라. 그를 따로 만나 운동장에서 그 노래를 불러 주었다"고 한다.

'반전․평화'도 노래한다. 분신이나 다름없는 기타에는 'NO WAR'가 새겨져 있다. 반전평화를 그려 넣은 배지들이 붙어 있다. 1998년 일본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한 전국교환회(ZENKO)'의 초청으로 도쿄와 나가노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이라크 전쟁이 일어났을 때 열린 '반전 콘서트'에 참가하기도 했고, 지난해 부산 일대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때도 무대에 섰다.

요즘 그는 '나눔 공연'도 하고 있다. 집회 현장뿐만 아니라 성당이나 호스피스병동을 찾아 노래를 들려 준다. 우창수씨는 "요즘은 나눔 공연을 많이 가는 편인데,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노래하면 많이 공감한다"면서 "소외받는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사는 이야기를 노래하면 공감하더라"고 말했다.

"전투적 가요나 단어보다는 서정적인 노래들이 이웃한테는 더 감동이 되는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수 우창수는 부산과 경남, 울산지역 노동집회 현장에서 노래를 많이 불러오고 있다. 사진은 올해 1월 창원에서 열린 고 배달호 열사 추모제 때 노래 부르는 우창수의 모습.
 가수 우창수는 부산과 경남, 울산지역 노동집회 현장에서 노래를 많이 불러오고 있다. 사진은 올해 1월 창원에서 열린 고 배달호 열사 추모제 때 노래 부르는 우창수의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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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노동가요를 부르면 돈이 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돈이 안된다"고 대답했다. "자본주의 주류 음악 질서, 대중음악 질서에 속하지 않기에 그것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것이 안되더라도 좋은 노래 만들면 그것으로 자부심을 갖는다. 그것 때문에 견디는 것 같다. 밥이 안 되더라도 노래를 부르게 되더라"고 설명한다.

"청소년들은 감수성에 맞는 노래를 부르거나 듣는다. 정리해고나 노동현장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노래가 드물고, 잘 접할 기회도 없다. 그런 삶을 담은 시들도 많은데, 그런 시에 곡을 붙이면 더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 할 수 있겠다 싶다."

우창수씨는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에 가보면 어떤 과제 때문에 하는 것도 있다"면서 "이제는 가족들도 함께 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노동자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노래캠프도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공연은 오는 20일 오후 6시30분 부산 양정청소년수련관 소극장과 7월 24일 오후 7시 울산 일산해수욕장에서 열린다. 부산공연은 배순덕의 "그리움", 울산 공연은 안윤길․조성웅의 "배 만드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부른다.

또 이번 두 공연에서는 애니메이션 기법의 영상물에다 창작곡이 가미된 노래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도 처음으로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울산노동뉴스가 후원한다.


태그:#우창수, #민중가수, #노동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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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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