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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엔 뽕나무가 참 많네. 요즘 농촌에서 다시 누에를 기르나봐?"

"노인들만 사는 요즘 농촌, 일손부족이 심각할 텐데 어떻게 누에를 기르지?"

 

지난 5월 19일 친구의 모친상으로 찾은 전북 정읍의 한 마을입구에 있는 언덕은 온통 뽕나무 밭으로 뒤덮여 있었다. 옛날에 누에를 많이 길러 명주를 짜던 시절에도 볼 수 없었던 풍경이었다. 뽕나무 밭이 그 시절보다도 훨씬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려고 할 때 뽕나무 밭에 나온 한 농부를 통해서 그 의문이 풀렸다. 내가 내 나이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그 농부에게 요즘 이 마을에서는 누에를 많이 치느냐고 물어 보았다.

 

"누에요? 요즘 누에치는 농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머리를 가로 흔드는 그에게 '그런데 웬 뽕나무 밭이 저렇게 많으냐'고 재차 물을 수밖에 없었다.

 

"아! 저 뽕나무 밭이요? 오디 따려고 심은 나무들입니다. 오디는 단 며칠만 수확하면 짭짤한 수입이 되거든요"

 

그때서야 그는 우리들이 궁금해 하는 이유를 알아차린 듯 뽕나무 밭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었다. 우선 뽕나무 밭이 많은 것은 지금 한창 자라고 있는 뽕나무 열매 '오디'를 수확하기 위한 것이 거의 대부분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뽕잎을 먹여 기르는 누에치는 농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그 누에도 옛날처럼 명주실을 뽑기 위한 것은 아니고 누에로 만드는 건강식품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누에와 뽕잎으로 만드는 건강식품은 강장제인 누에가루와 누에그라. 그리고 누에환과 뽕잎차, 뽕잎냉면 등 상당히 다양하다는 것이 농부의 설명이었다.

 

그런데 누에를 기르려면 일단 많은 일손이 필요하기 때문에 노인들만 살고 있는 농촌에서 누에를 기르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뽕나무밭 농가들이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수확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는 것이었다.

 

"그럼 저 뽕나무 밑에 깔아놓은 비닐과 볏짚도 오디를 수확하기 쉽게 마련해놓은 것이겠네요?"

내 질문에 농부가 빙긋이 웃는다.

 

"바로 그렇습니다. 오디가 많이 익었을 때 일일이 하나씩 따는 것은 너무 힘들거든요. 나무를 흔들면 오디들이 우수수 떨어지는데 땅바닥에 그냥 떨어지면 모으기도 어렵고 상품가치도 떨어지잖아요? 그래서 저렇게 비닐과 볏짚을 깔아놓은 것입니다"

 

농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일행들이 머리를 끄덕인다. 농촌인구가 대부분 노인들이어서,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고소득 작물인 뽕나무 열매 오디를 효과적으로 수확하기 위해 농민들이 고안해낸 방법이 비닐과 볏짚을 깔아 놓아놓은 것이었다.

 

그렇다고 뽕나무 열매 오디를 수확하는 일이 마냥 수월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다른 밭작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간도 짧고 일손이 적게 가는 뽕나무 오디 수확이 나이든 농부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오디의 판로는 어떠냐고 물어 보았다,

 

"뽕나무는 뿌리는 물론 잎이나 줄기까지 모두 약용으로 쓰이잖아요? 그런데 오디는 그중에서도 당뇨병에 매우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 인근 정읍과 부안 등에 오디로 술을 담가 파는 주조회사들이 성업 중인데 오디로 만든 '뽕주"라는 술이 인기가 대단하답니다."

 

아직은 오디 생산량이 많지 않아 작년에도 생산한 오디를 모두 시내에 있는 주류 공장에서 구입해갔다고 한다. 농부는 자신의 밭 1000여 평에도 뽕나무를 심어 기르는데 오디로 얻는 수입이 괜찮다는 귀띔이었다. 옛날과 달라진 풍경, 요즘 농촌의 많은 뽕나무밭과 뽕나무 아래 비닐과 볏짚은 오디를 수확하기 위한 농사도구들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뽕나무밭, #누에치기, #이승철, #볏짚, #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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