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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명 도시 시장들이 서울에 온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방한한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세계 대도시 시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실질적인 기후변화 대응책을 논의하는 'C40 세계도시 기후정상회의'가 18일 개막한다. 80개 도시 시장단이 참가의사를 밝혀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 한다(상자기사 참조).

'푸른 도시가 모여 행복한 지구를 만듭니다.'

이번 C40 기후정상회의 표어다. 지하철 광고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푸른 도시가 모이면 행복한 지구를 정말 만들 수 있을까? 기후변화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국가가 많다. 그럼에도 별다른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 도시들이 모인다고 뭐가 다를까.

"도시는 온실가스 절감 시행의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단위"

제3차 C40 세계도시 기후정상회의 표어
 제3차 C40 세계도시 기후정상회의 표어
ⓒ www.c40seoulsumm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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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만난 김영한 서울특별시 기후변화기획관은 "다르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교토의정서를 아직 비준하지 않은 반면, 미국 도시들은 자발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면서 "각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쉽사리 진행되지 못하고 있지만, 도시들은 이미 상당히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를 김 기획관은 "실질적으로 한 도시가 온실가스 절감을 시행하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단위라는 점에서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런던의 혼잡통행료 제도 실시, 파리의 무인자전거 대여시스템 벨리브, 덴마크 코펜하겐의 신재생에너지 활용 등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낸 주체가 도시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는 설명이다.

이어 김 기획관은 "작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비전으로 제시했지만, 이미 서울시는 2007년 4월에 에너지 절약과 효율적인 이용,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친환경 에너지 선언을 발표했다"며 "(서울시가) 저탄소 녹색성장의 주도권을 이미 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또 김 기획관은 향후 서울시의 신재생에너지 키워드는 '수소'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고, 소음도 거의 나지 않으며, 산소와 결합해서 물만 배출하기 때문에 오염 문제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신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기획관은 이번에 개최되는 C40 기후정상회의에 대해 "서울시 주도로 세계 도시들의 기후변화 대응 의지와 실천방안을 명문화한 서울선언문이 공식결의문으로 채택될 것"이라면서 "친환경도시로서 서울의 국제 위상을 높이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

서울시 모델, 런던·파리·코펜하겐

김영한 기후변화기획관
 김영한 기후변화기획관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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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서울시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가.
"서울은 지구온난화와 도시 열섬현상 등으로 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지역이다. 기후변화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그 결과 서울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0년 이후 현재까지 서울 연평균 기온은 약 2℃나 상승했다. 지구평균기온 상승치인 약 0.74℃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기상관련 학술기고문을 보면, 서울은 1920년대에 여름이 6월 4일에 시작한 것으로 나와 있는데, 1990년에는 5월 24일로 9일 정도나 빨라졌다. 또 1920년대 9월 21일에 끝났던 여름이 9월 27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70년 사이에 여름이 16일이나 길어진 것이다. 이것도 1990년대 이야기다. 기후변화 대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사안이다."

-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혹시 서울시가 모델로 삼고 있는 해외 도시가 있는가.
"런던이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본다. 2025년까지 이산화탄소 총 배출량의 60%를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상당히 과감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혼잡통행료 제도를 실시하여 승용차 사용을 자제하도록 한다든가, 비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막기 위해 기존 전구를 효율적인 전구로 교환해주는 행사(Light Bulb Amnesty)를 연 것이 대표적인 예다.

프랑스 파리의 무인자전거 대여시스템 벨리브(Velib)도 주목하고 있다. 2020년까지 차량 운행량을 40% 줄이는 것을 목표로 총 1,451개 대여소에 20,600대의 자전거를 비치한 결과, 10만 명에 이르는 벨리브 이용자가 약 30만km의 거리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32,330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경우는 신재생에너지 활용의 대표적인 예다. 열병합발전소, 폐기물 소각장 등에서 방출되는 폐열을 난방에 이용하는 지역난방시스템을 구축하여 346만톤이었던 1995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05년에는 252만톤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얻었다.

이번 C40 정상회의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우수 사례가 많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각 도시의 정책 사례나 노하우 등을 참고하여 앞으로 정책에 반영할 것이다. 반대로 서울시의 선도적 사례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로 수소 주목"

2008년 '에너지의 날'을 맞이하여 서울시가 개최한 '불을 끄고 별을 켜자' 행사의 한 장면
 2008년 '에너지의 날'을 맞이하여 서울시가 개최한 '불을 끄고 별을 켜자' 행사의 한 장면
ⓒ www.c40seoulsumm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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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40를 통해 소개할 서울시 사례는 무엇인가.
"2007년 C40 2차 총회에 시장님이 참석해서 에너지 합리화 산업 공동 참여에 합의한 바 있다. 작년부터 우리 청사를 시작으로 산하 각 사업소에 이르기까지 에너지합리화사업을 적극 실시하고 있다. 대형할인점, 호텔, 병원 등 민간 사업자와도 건물 에너지 합리화 협약을 체결했고, 이에 필요한 비용을 기후변화 기금을 통해 저리로 융자하고 있다. 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이 이끄는 클린턴 기후구상(CCI)에서 선도적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그 외 대중교통 시스템, 한강 르네상스 등도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 방금 해외 모델 사례로 소개한 런던이나 파리의 특징은 차량 운행량을 감소함으로써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코펜하겐은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서울시 기후변화 대응의 초점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나.
"기후변화 대응은 어떤 한 분야만 추진할 수 없는 문제다. 교통, 주택, 신재생에너지 등 종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2020년까지 온실가스 25%를 감축하고, 에너지 사용의 15%를 절약하며, 신재생에너지 이용을 1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교통량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다양하게 실시하고 있다. 버스 중앙차로제를 확대 실시하고 수도권 환승 체계도 다듬고 있다. 수도권에서 유입되는 차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자전거 교통분담율을 높이기 위해 전용도로도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 현재 추진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태양광이나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기반 시설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월드컵 공원에 준공될 에너지 제로하우스가 대표적인 예다. 외부로부터 에너지 공급 없이 자체적으로 충당하는 명실상부한 에너지 제로빌딩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14일에 노원구 열병합발전소 수소연료전지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한다. 마곡 지구에도 대규모 수소연료전지발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 향후 서울시 신재생에너지 사업 키워드가 수소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 소음도 거의 나지 않는다. 산소와 결합해서 물만 배출하기 때문에 오염 문제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신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주목하고 있다."

"이미 서울은 2007년 4월에 친환경에너지 선언"

서울시가 기후변화를 주제로 진행한 디카 사진 콘테스트 수상작인 전희철씨의 청정발전기
 서울시가 기후변화를 주제로 진행한 디카 사진 콘테스트 수상작인 전희철씨의 청정발전기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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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서울시에 이번 C40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서울시 주도로 세계 도시들의 기후변화 대응 의지와 실천방안을 명문화한 서울선언문이 공식결의문으로 채택될 것이다. 친환경도시로서 서울의 국제 위상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구체적으로 무슨 회의를 하는가.
"'도시의 기후변화 대응 성과와 과제'란 주제 아래 총 7번의 전체 회의가 열리게 된다. 전체회의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위기, 저탄소 도시를 위한 정책 방향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예정이다. 또 각 분야별로 총 16개 분과회의도 함께 진행된다. 탄소중립교통, 효율적인 물관리, 녹지 확충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 회의 결과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구속력이 있어야 하지 않나.
"C40 정상회의는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동시에 그동안의 실질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다. 이와 관련하여 각 도시 시장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주요 정책에 대한 의무감을 갖게 된다."

-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부분과 도시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부분이 각각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충돌'이나 중첩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실효성인데?
"사실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은 일찍부터 제기됐다. 그러나 각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쉽사리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도시들의 경우는 다르다. 이미 상당히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미국의 경우를 보자. 교토의정서를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반면 미국 도시들은 자발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실질적으로 한 도시가 온실가스 저감책을 시행하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단위라는 점에서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 서울시의 경우는 어떤가.
"작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대통령께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비전으로 제시하지 않았나. 하지만 이미 서울시는 2007년 4월에 에너지 절약과 효율적인 이용,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친환경에너지 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주도권을 이미 쥔 셈이다. 이번 C40을 통해 친환경도시로서 서울의 위상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본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절대 거창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안 쓰는 플러그 빼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 생활습관 하나만 바꿔도 기후변화를 완화시킬 수 있다. 서울시가 기후친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승용차 요일제나 탄소마일리지 제도 등 서울시 녹색 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80개 도시 시장단 참가 의사… 클린턴 전 대통령도 참석
C40 정상회의 기간, 서울 기후변화 박람회도 열려

세계 대도시 시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실질적인 기후변화 대응책을 논의하는 'C40 세계도시 기후 정상회의'가 18일 서울에서 개막한다. 올해로 3번째를 맞는 이번 회의에는 특히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기조 연사로 방한할 예정이어서 더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C40 세계도시 기후 정상회의'는 국제적, 국가적 노력과 별도로 도시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세계 대도시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협의체로, 전 미국 대통령인 빌 클린턴이 이끄는 클린턴 기후구상(CCI)과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서울시는 "그동안 많은 공을 들여 준비해온 이번 정상회의에는 런던, 도쿄, 토론토, 시드니, 자카르타, 상파울루 등 주요 도시 시장을 포함해 세계 41개국 80개 도시 시장단이 대거 참석 의사를 밝혀와 지방자치단체 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C40 세계도시 기후 정상회의'는 2005년 런던에서 18개 대도시 모임으로 시작된 C40 기후리더십그룹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2007년 뉴욕에서 51개 대도시가 모인 2차 정상회의, 그리고 이번에 서울에서 열리는 3차 회의에 80개 도시들이 참여함으로써 대규모 국제회의로 자리 잡게 됐다.

서울시는 2006년에 C40 기후 리더십 그룹 회원도시로 가입했으며, 2007년 뉴욕에서 열린 제2차 정상회의에서 도쿄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제3차 정상회의 서울 유치를 확정한 바 있다. 이번 회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 기후변화 대응 사례'를 19일 발표할 예정이다. 20일에는 김형국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의 '우리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 발표가 이어진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참석자들은 4일간에 걸쳐 회의를 통해 각 도시의 기후변화 대응 경험과 노하우를 주고받고 관련 토의를 통해 구체적 실천방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합의는 마지막 날인 21일(목)에 참가 도시들의 온실가스 감축 실천방안을 담은 '서울선언문'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정상회의 기간 동안에는 코엑스 그랜드볼룸과 B2(구 인도양홀 9실)에서 서울 기후변화 박람회가 동시에 열리게 된다. 삼성, 현대, 포스코, 효성, 하니웰, 카네카 등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이번 박람회에서는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화 관련 분야의 첨단 기술이 전시된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의 실상과 국내외 도시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되며, 기상캐스터 체험, OX퀴즈, 소망나무 등 관람객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태그:#기후변화, #서울, #C40, #클린턴,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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