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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주일 동안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경제 이슈는 단연 '스트레스 테스트'가 아닐까 싶다. 지난 5월 7일 미국이 금융기관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자산 건전성 평가) 결과를 발표하더니 이번 주에는 한국의 금융감독원에서 은행과 증권사의 파생상품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다고 밝힌 것이다.

 

금융부문의 스트레스 테스트란 어떤 충격 시나리오에 따라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의 발생 여부와 대응 역량 정도를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금융기관의 내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두 달이 넘도록 세계 경제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미국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발표되기도 전에 무용론에 휩싸이더니, 뚜껑을 열고 나서는 혹평을 받는 신세가 되었다. 세계경제 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던 미국 금융기관에 대해 면죄부를 준 데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심지어 '월가와 당국의 공모'라는 비난마저 받고 있다(새사연 브리핑 "요란한 쇼는 끝나고 경제위기 2라운드 돌입" 2009.5.13)

 

한국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과연 이런 우려를 피해갈 수 있을까? 일단 이번 테스트를 시작한 타이밍 자체는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실물경제의 침체와 유리되어 자본시장이 홀로 급등하는 지금 시점이야말로 금융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때인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테스트를 모니터링 차원이라고 밝히고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을 취하고 있다. 미국처럼 '쇼'에 그치지 않으려면 보다 강력한 의지와 투명한 결과 공개가 있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파생상품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한국에서는 처음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좋은 선례를 남길 필요가 있다.

 

주가가 오르자 솔솔 피어나는 '공매도 규제 완화'

 

한편 금융감독원은 바로 어제 12일 공매도(short selling) 관련 가이드라인을 확정, 배포했다. 공매도란 자신이 소유하지 않는 주식을 통상 차입을 통해 매도(대차거래)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지적받아 왔다. 공매도는 주식의 가격이 떨어질수록 수익률이 높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종합주가지수가 급격히 하락하자 한국은 10월부터 이를 전면 금지시킨 바 있다.

 

이런 조치에 대해 외국계 증권사들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내심 공매도 금지 철폐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매도가 주가 하락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지 않다면서 한국의 규정이 선진국에 비해 엄격하다고 주장한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금지조치를 유지하는 틀을 견지하고 있으나, 일부 완화의 여지를 준 것으로 보인다. 이후 국내에 들어 온 각종 헤지펀드들이 요구해온 공매도 폐지로 나아가기 위한 수순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의 오명을 모두 뒤집어쓰는 것은 과도한 것일지 모르나 어쨌든 주식시장의 변동과 불안정을 키우는 데는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2라운드에 대비한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야

 

금융 안정성을 기하겠다는 스트레스 테스트와 그 안정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공매도 가이드라인이 거의 동시에 발표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두 달여 동안 주식시장이 안정화 추세를 보인다고는 하나 여전히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불안 요소들이 잠복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은 가이트너 재무부 장관을 위시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금융감독청 등 거의 모든 금융규제당국이 총동원되어 요란하게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으나, 금융기관의 부실 자산을 정리하는 데 실패하고 잠시 위기를 덮어두는 수준에서 정리되고 말았다. 요란한 쇼는 이제 일단락되고 금융위기의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1라운드와 같은 강력한 충격이 재발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지만 금융기관들의 불안한 움직임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화된 위기를 보지 못하고 일시적인 유동성 장세에 기대어 금융규제를 완화하려고 한다면 더 큰 위험을 불러 올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상동 기자는 새사연 경제연구 센터장입니다.


태그:#스트레스 테스트, #공매도규제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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