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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왜 스승의 날 학교 안 가?"

"응?"

"선생님들도 학교 가기 싫어서 그런가, 우리가 어린이날 학교 가기 싫은 것처럼 말이야."

"……"

 

초등학생 아들이 묻는데 뭐라고 답해야 하나. '촌지' 문제로 그렇게 되었다고 솔직히 말하면, 그러면 아이의 마음이 어떨까. 선생님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이 예전 같지 않겠지. 그래서 "글쎄" 얼버무리고 말았다.

 

오죽했으면 스승의 날에 교문을 닫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하루 교문을 닫는다고 '촌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단순함이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현실은 그 단순함을 마음껏 조롱하고 있는데 말이다.

 

'촌지' 문제에 모범을 보이려던 어느 학교의 이야기다. 스승의 날을 앞뒤로 일주일 동안 학교에 학부모 출입금지 통고를 했다. 하지만 금지 기간 전에 이미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한다. 참담한 이야기다.

 

또 어떤 지역에서는 교문을 닫고 관내 여러 학교 선생님들이 모여 체육대회를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학부모님들의 뒷수발이 1차, 2차, 3차까지 이어졌단다. 이런 현실 앞에 스승의 날에 굳게 닫힌 교문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스승의 날에 또 선생님들을 불편하게 하려고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촌지' 문제와 스승의 날 휴교는 그다지 관계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런 식으로 해결 방안을 찾는다면 1년 내내 학교 문을 닫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촌지' 수수는 교사로서의 명예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짓이다. 또한 아이들을 차별적으로 대하는 썩은 뿌리이다.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는 반교육적인 부조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스승의 날 휴교로는 절대로 뿌리 뽑히지 않는다. 교사 사회의 일대 혁신 운동이라도 일어나야 그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학부모들의 이기적이고 무분별한 '자식 사랑'도 함께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지나친 경쟁을 탓하며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항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촌지'는 불공정한 경쟁을 부추긴다. 만약에 '촌지'로 자기 자식이 어떠한 덕을 보았다면 그것은 남의 몫을 훔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학부모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차라리 스승의 날에 교문을 활짝 열었으면 한다. 촌지 근절에는 효과도 없고, 선생님들을 '예비 범죄자'정도로 생각하게 하는 스승의 날 휴교, 이제 그만 둘 때가 된 것 같다. 선생님들도 이 날의 휴식이 불편하다고 한다.

 

교문을 열어 스승의 날을 선생님들과 아이들에게 돌려주면 좋겠다. 정성을 담은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한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선생님의 모습은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교사에게 그런 즐거움을 돌려주어야 한다.

 

선물 이야기에 오해 없길 바란다. 우리가 준비한 선물은 아이가 직접 쓴 편지글과 꽃 한 송이가 전부이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삐뚤삐뚤 쓴 감사의 편지글을 받으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작지만 향내 짙은 꽃을 받으시면 아마도 그간의 힘든 일이 잊히면서 더 큰 교육적 열정을 불태우지 않으실까. 아이와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할 것이다.

 

더불어 스승의 날에 학교 안 가는 이유를 묻는 아이에게 진실을 말해줄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촌지가 학교에서 사라지는 날 옛날 이야기하듯 아이에게 진실을 말해 주리라.


태그:#참언론대구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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