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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재보선 전주 덕진과 완산갑에서 정동영의 힘과 민주당에 대한 지역 민심이 확인됐다. 정치 텃밭에서 단 한 석도 확보하지 못한 민주당 지도부는 당장 재신임이 어렵게됐고, 향후 정국 운영에서도 당분간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졌다.

 

좁게는 전북 정치권의 지각변동도 예고된다. 지난 18대 총선에 이어 4·29 재보선에서도 무소속에게 두 곳의 지역구를 내준 민주당에게 더 이상 전북은 '싹쓸이 표심'이 아니었다. 정동영·신건 무소속 바람이 거세게 분 것은 확실하지만 민주당의 변화를 바라는 전북 유권자들의 뜻이 투표결과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이번 재보선은 작은 선거이지만 그 파괴력은 지난 18대 총선 이상의 파장이 예상된다. 향후 당내 계파 간 지각변동과 정동영·신건 무소속 후보의 복당을 놓고 당내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복당불허를 천명했으나 정동영이라는 대선후보 출신의 거물급 인사와 의석확보 차원에서 결국 입당을 허용할 수 밖에 없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텃밭'에서 충격의 참패= 지난 18대 전북총선에서 민주당은 득보다 실이 많았다. 당초 예고대로 무소속 돌풍이 거세게 불면서 전북의 정치 1번지인 전주완산갑과 김원기 전 의장이 24년간 관리해온 정읍을 무소속 후보들에게 내줬다. 4선의 장영달 의원과 6선의 김원기 전 의장 등 당내 대표적인 중진 의원들이 관리해온 지역구인터라 민주당의 충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1년만에 치러진 4.29 재보선에서도 똑같은 결과가 도출됐다. 이번에는 대선후보를 지냈던 정동영 후보의 탈당후 무소속 출마가 그 파괴력의 핵심이었다. 지난해 총선에서의 결과가 값비싼 교훈이었다면 이번 선거결과는 당내 정치지형 변화까지 몰아올 것으로 보인다.

 

지역정가에서는 지난 18대 총선에 이은 4.29 재보선의 무소속 돌풍과 관련, 유권자들의 인식에 대변화가 일고 있다고 읽고 있다.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합집산 형태의 줄서기가 성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 정 대표 체제 '흔들', 복당 '탄력'=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민주당 탈당 후 무소속 출마까지는 민주당 지도부가 내린 '도박의 결과'였다. 정세균 대표는 차기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까지 내놓는 고육책을 썼지만 결과는 자신의 정치인생에 가장 큰 위기로 내몰렸다. 정동영·신건 무소속 후보의 당선만으로도 정세균 지도체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들 무소속 후보의 복당 움직임이 가시화되면 될수록 당내 내홍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자신의 안방인 전주 두 곳을 내놨지만 한나라당 후보와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던 인천 부평에서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 지도부가 최대 격전지로 뽑은 곳에서 승리했지만 정치텃밭 두 곳을 내줌으로써 그 의미가 퇴색돼버린 것이다. 차기 지방선거를 앞둔 가운데 선거후 이뤄질 전당대회 전후로 민주당 지도부 대교체가 유력하다. 정 대표 체제의 붕괴는 친노386 인사의 퇴보로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더욱이 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 친노386 지도부는 30일 노무현 대통령 검찰소환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맞이해야 한다.

 

적어도 이번 선거에서 민심은 민주당에게 등을 보였다. 반면, 정동영 후보의 복당은 한층 순조로울 가능성이 높아져 복당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 후보의 복당은 곧바로 당내 패권을 놓고 현 지도 체제와의 또 한 차례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한, 정치적 불모지 재차 확인= 한나라당은 4.29 재보선에서 '0대 5'라는 치욕적인 참패를 당했다. 민주당 못지 않게 고민이 크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한나라당은 지난 18대 전북총선에서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표에 도전했으나 결국 실패했고 이번 재보선에서도 마의 10%대 벽을 넘지 못했다. 한나라당 정치불모지인 전북의 현주소를 재차 확인하는 선거였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집안싸움의 틈바구니를 노렸었다. 민주당과 정·신 무소속 연합의 대결구도 속에서 '토공주공 통합본사 전북 유치'라는 현실적인 공약을 내걸고 표심구애 작전을 벌였다. 여당인 한나라당 후보만이 할 수 있다는 논리를 강조했지만 전북민심은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아닌 '정동영'을 택했다. 차기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간판을 단 후보의 당선 가능성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선거결과로도 해석된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전북에서 9.04%라는 한나라당 출신 후보 중 역대 최다득표율을 얻었지만 경제침체가 장기화되면서 MB효과는 더 이상 없었다.

 

이밖에 진보신당 염경석 후보는 지난 18대 총선에 이어 4.29 재보선에서도 지역내 당당한 정치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정동영이라는 거물의 등장에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 텃밭에서 민주당 후보를 내심 제치고 2위까지 넘봤지만 6% 초반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 지역 정치권 지각변동 예고 = 민주당의 재보선 참패로 지역정치권의 희비도 교차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의 민주당 탈당과 동시에 전주시의원 일부가 당을 떠났고 민주당 예비후보들도 당적을 버렸다. 민주당은 당내 분열을 획책했다며 이들을 거세게 비난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의 정치적 결단은 차기 지역정치권 지형도 변화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전당대회 후 패권 다툼의 결과에 따라 탈당파와 잔류파간의 위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신건 후보 허위재산신고 변수 = 정동영·신건 무소속 연합이 전주 재보선 두 곳을 모두 차지했지만 변수가 하나 남아있다. 바로 신건 후보의 재산 축소신고 및 부동산 투기의혹이다. 이번 투표 결과에서는 변수로 작용하지 않았지만 민주당이 전주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한 만큼 결과를 끝까지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정동영#신건#민주당#4.29재보선#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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