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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과학자 클럽> 버트런드 R. 브린리 (지은이), 찰스 기어(그림), 강미경 (옮긴이)
 <괴짜 과학자 클럽> 버트런드 R. 브린리 (지은이), 찰스 기어(그림), 강미경 (옮긴이)
ⓒ 두레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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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중간고사가 끝났다. 딴 짓 좀 그만하라고, 제발 "중간고사 대비 문제집" 좀 풀라고, 잔소리 해대는 것도 당분간은 쉴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내 아이만 학업성적이 뒤처질까, 시험공부를 시키면서도 문득문득 생각한다. 틀린 것과 맞은 것을 골라내는 문제풀기가 꼭 필요한 공부일까. 스스로 다양한 생각을 하고 무한한 상상을 할 아이들을 정답이라는 틀 안에 벌써 가둬버리는 것은 아닐까. 

<괴짜 과학자 클럽>은 공부나 시험과는 담을 쌓은 아이들의 이야기들이다. 아니, 학교나 공부 이야기는 아예 등장하질 않는다. 그렇다고 머리가 나쁘고 고약한 장난만 치는 아이들은 아니다. 교과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을 뿐, 웬만한 과학 선생님들보다 과학 실력에 한해선 훨씬 뛰어나리라.

메머드 폴스 마을에 사는 호기심 넘치는 이 아이들은 "괴짜 과학자"라는 클럽을 조직한다. 그리고 과학적 지식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각양각색의 소동을 벌인다. 네스호의 괴물이 떠올리게 하는 수중괴물을 만들고, 비행접시와 기구를 만들어 경주를 한다. 그런가하면 공룡 알을 발견하기도 하고, 낡은 대포에 관한 해묵은 비밀을 풀어내기도 한다. 귀신 들린 집에서 어른들을 골탕 먹이기도 하는데 모두 장난꾸러기들이라면 한번쯤 꿈꿔보았을 법한 모험들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발명품을 만들어 어른들을 속이고 갖가지 말썽을 피우는 내용들만 들어 있는 건 아니다. 수중괴물의 사건을 보면, 괴물의 출현으로 마을에 관광객들이 몰리자 아이들은 적당한 선에서 만든 괴물을 스스로 파괴하는 결단력을 발휘한다. 또 시리즈의 2권에서 인공강우 사건을 보면 자연을 인간의 힘으로 조작하려 할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지 경험하고 느끼기도 한다. 지진 관측을 위해 지진계를 설치하다가 어부지리로 도둑 일당을 잡게 되기도 하니 마을 어른들에게 골칫덩어리만은 아닌 셈이다.     

그런데 짤막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소설의 내용도 재미있지만 그보다 더 주목하고 싶은 점은 메머드 폴스의 이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해본다는 것이다. 민주적인 방법의 의사결정을 거쳐 무슨 사건을 벌일지 정하고, 온갖 잡동사니를 취급하는 고물상에서 재료들을 구해다가 자신들의 아지트에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드는 괴짜 과학자들. 그들과 비교하면, 학원에서 꽉 짜인 과학실험을 학습하고, 과외선생님에게서 영재교육을 받는 우리 아이들이 불쌍해진다.

앞으로는 점점 창의력 교육이 중요해질 거라고 한다. 단순 지식 습득과 주입식 교육은 미래가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스스로 뭔가를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자유를 아이들에게 줘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과학의 달>이랍시고 여는 학교 행사는 20여 년 전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독후감을 쓰기 위해 추천 과학 도서를 읽고, 비슷비슷한 과학상상화를 그리는 것이 여전히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이 경험하는 <과학의 달>이다.

오늘은 큰 아이가 나무젓가락과 고무줄을 이용해 투석기를 만들었다. 손바닥보다도 작은 투석기인데 제법 멀리까지 날려 보낸다. 시험이 끝나 한껏 가벼워진 마음으로 좋아하는 공작놀이에 열중하는 아들. 괴짜 과학자는 책 속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괴짜 과학자 클럽

버트런드 R. 브린리 지음, 찰스 기어 그림, 강미경 옮김, 두레아이들(2009)


태그:#아동문학, #과학동화, #괴짜 과학자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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