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그 어디서 내 생각도 잊었는가 꽃처럼 어여쁜 그이름도 고왔던 순이 순이야~"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의 중요한 승부처에서 어김없이 나오는 노래, 혹은 롯데자이언츠가 패하더라도 9회가되면 나오는 노래 구도 부산의 야구 열기를 한 순간에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부산갈매기"는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야구를 보고 있어도 가슴속이 뜨겁게 차오르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흥얼거리게 해준다.

 

롯데팬이 아닌 나에게도 이 정도의 열기를 느끼게 해주는데 롯데팬들의 입장은 어떨까? 아마도 부산갈매기 노래만 나오면 롯데! 롯데!를 외치며 신문지를 말고 환호할지도 모를일이다.

 

 야구장을 찾는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한다.

야구장을 찾는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한다. ⓒ 노봉훈

방송에 대한 시청권한은 제작자가 아닌 시청자에게 있다. 하지만 시청권한은 있지만 제작자가 제작을 거부하면 말 그대로 시청을 할 수가 없다. 최근 문화방송의 경우 9시뉴스 앵커가 해임되면서 PD와 제작진이 제작거부를 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문화방송이 방송을 하지 않는 것은아니다. 우리는 9시가 되면 바뀐 앵커의 목소리로 뉴스를 시청하고 일일연속극, 미니시리즈도 모두 본다. 현실 그대로 제작거부를 해도 방송은 모두 볼 수 있는것이다.

 

야근을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N사이트에 접속해서 내가 원하는 팀의 야구중계를 시청했다. 인터넷이라 가끔 트래픽 문제로 끊기는 현상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야구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행복했고 야근 시간이 무료하지 않았다. 비록 내가 응원했던 팀은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했지만 구도 부산을 뜨겁게 달궜던 롯데의 가을잔치를 보면서 위안을 삼기도 했다. 그렇게 가을잔치가 끝나고 5개월여의 시간을 무료함속에서 보냈다. 그나마 3월에 WBC가 있어서 한달 정도는 일찍 야구를 접할 수 있었고 업무시간에도 위성 DMB를 이용해서 우리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볼 수 있었다. 비록 상사의 눈치를 보기는 했어도.

 

그렇게 몇 주가 지나고 560만 관중을 목표로 한다는 프로야구가 개막되었다. 잠실구장을 포함한 대구, 부산, 인천에서의 야구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높았고 특히, WBC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의 모습을 현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너무 행복한일 아니겠는가?

 

하지만 야구라는 스포츠는 월요일을 빼고 주중3연전과 주말3연전 홈앤드 어웨이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야구를 접하기란 쉬우면서도 쉽지가 않다. 주중이나 주말 하루정도는 현장을 찾아 야구를 본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3일 연속 야구장에 간다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이 때문에 인터넷이나 케이블 방송을 통해서 응원하는 팀의 야구중계를 본다. 현장에서 울려퍼지는 부산갈매기의 노랫소리를 들으면 당장 현장으로 달려가고 싶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아쉬울 뿐 캐스터와 해설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현장으로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랜다.

 

 안방에서 TV로 보는 묘미와 현장에서 보는 묘미는 분명 다르다.

안방에서 TV로 보는 묘미와 현장에서 보는 묘미는 분명 다르다. ⓒ 노봉훈

프로야구 개막후 2주 오늘도 어김없이 퇴근 후 케이블 채널을 돌렸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프로야구 중계는 온데간데 없고 WBC명장면, 베이징올림픽 명장면이 나오고  S채널에서는 이승엽 선수의 경기상황 만 나올 뿐 한국프로야구를 중계하는 스포츠채널은 없었다.

 

결국 인터넷 아프리카에 접속 후 아쉬움을 달래기는 했지만 지난해 보았던 케이블TV의 수준을 따라가기에는 어렵고 보는 중에도 식상할 수 밖에 없었다. 케이블채널의 D방송에서 프로야구 중계를 했지만 수준은 아니었다. 야구팬들도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를 손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어설픈 방송으로는 야구팬들의 수준을 충족시킬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프로야구 중계가 없었던 덕(?)에 전국의 야구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답답해하던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야구장에 가 어렵사리 표를 구하고 경기를 관람했지만 경기중 놓쳤던 장면들을 다시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나, 현장에서 내가 응원했던 팀이 이긴다면 그 경기를 하이라이트로 다시 보고 싶어하는게 일반인들의 특성 아닌가? 현장에서 놓친 장면이나 이긴 경기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80-90년대 케이블 채널이 없던 시절 평일에 야구중계는 꿈도 꾸지 못했고, 토요일과 일요일 비가 오지 않으면 14시부터 16시 50분까지 프로야구를 중계했다. 정규방송 관계로 경기를 끝까지 볼 수는 없었지만 그나마도 응원하는 팀의 경기가 중계되는 날이면 주말 오후를 TV앞에서 보냈던 시간을 야구팬들은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라는 말이 있다. 청춘남녀가 연애를 할 때 서로 떨어지면 곧 헤어진다는 말로도 통한다. 방송중계가 없어서 현장을 찾는 팬들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만약, 지금처럼 매일매일 접하지 못하고 인터넷과 일간지에 의존하게 된다면 결국 프로야구는 관심밖으로 밀릴 수 밖에 없다. 이는 곧 관중감소와 인기하락으로 이어진다는 해석도 된다.

 

KBO와 대행사, 그리고 스포츠채널이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언제까지 팬들을 볼모로 잡고 완력싸움을 할지는 모르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팬들도 하나 둘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국가가 있어야 야구를 한다"는 말의 진리 "팬들에게 사랑받는 구단이 되겠다"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경기를 펼치겠다"라는 말처럼 팬이 존재하지 않으면 결국 스포츠는 사장된다. 3사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여 하루 빨리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기를 바란다.

2009.04.23 14:35 ⓒ 2009 OhmyNews
프로야구 야구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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