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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남참교육실천대회에 참가한 선생님들이 익살스런 공연을 보며 환한 박수를 보내고 있다.
▲ 선생님들의 갈채 지난해 경남참교육실천대회에 참가한 선생님들이 익살스런 공연을 보며 환한 박수를 보내고 있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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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청소년문화의집(관장 노원렬) 방과후 아카데미 '한아름 교실'에서 논술강의를 도맡은 지 2년째다. 지난해는 초․중학생 각각 한 반씩 운영하던 것을 올해는 초등학생만 두 반을 편성하고 있다. 4,5학년 재능반, 6학년 창조반이다.

필자는 매번 강의마다 본시 수업에 앞서 동시 한 편을 낭송한 다음 3분 스피치를 통해 자신의 강점을 밝혀 보는 기회를 가진다. 그러나 다들 눈만 멀뚱멀뚱 거릴 뿐, 의외로 자신을 선뜻 드러내는 아이들이 없다(이는 일반 학교 교실에서도 비슷한 풍경이다). 평소 자기 자신을 나타내는데 소홀히 했던 탓이다.

"난 강점이 없는 것 같아요."
  "나는 장점이라고 내세울 게 하나도 없어요."
  "내가 다른 친구들보다 잘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딴은 정말 내가 잘하는 것이 '이것이다'고 드러내놓을 만한 게 별로 없다는 표정이지만, 하고픈 이야기는 많은데 멍석을 깔아놓으니까 괜히 머쓱해지는 까닭도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기 강점을 밝히려니 막막하다고 너스레를 떤다.  

칭찬할 게 별로 없어요

장애체험캠프에 참가한 강단비 어린이가 모둠활동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강단비 어린이 장애체험캠프에 참가한 강단비 어린이가 모둠활동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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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방법을 바꾸어 봤다. '남을 칭찬하고픈 이야기'를 글로 써 보면 어떨까 싶었다. 그래도 마찬가지였다.

칭찬할만한 거리를 찾느라 연필만 돌돌 굴리며 낑낑대고 있다. 정말 '예쁜 짓'을 가려서 칭찬을 하자니 칭찬할 게 별로 없다는 얘기다.

이렇듯 아이들은 자신을 드러내는데 주저할 뿐만 아니라 남을 칭찬하는 데는 데 궁벽하다. 이는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칭찬의 기본은 관심이다. 관심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그 작은 변화라도 금방 알아챌 수 있는 마음을 만든다.

칭찬의 씨앗은 참 야무지게 싹을 틔운다. 그것으로 해서 칭찬할 수 있는 '꺼리'는 무궁무진해진다.

"칭찬할 게 없어요."
  "억지로 칭찬하고 싶지 않아요."
  "무엇을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사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상대방을 칭찬하는 것에 서툴다. 상호역할 범주가 달라서 어떤 것을 가려야할 지, 어떤 성과를 낸 일을 골라 칭찬을 해야 할 지, 평소 별로 한 것이 없어 꺼려진다. 그러니 봄날처럼 좋은 분위기에 휩싸였다가도 누구하나 칭찬하려면 진땀이 나는 것이다.

"이발을 하셨네요. 참 잘 어울리네요."
  "그 옷 자주 입고 오세요. 머리가 상쾌하고 시원한데요."
  "선생님, 책 많이 읽으시나 봐요. 평소 읽을 만한 책 있으면 추천 해주세요."

칭찬에 인색한 것보다 소소하지만 기분 좋게 하는 말은 서로가 즐거워진다. 작지만 기분 좋은 말들이 술술 나오는 사람 곁에 서면 절로 행복해진다. 그러한 칭찬은 결코 아부도, 비굴한 것도 아니다. 진심어린 미소와 마음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면 누구든 좋게 받아들인다.

칭찬의 기본은 관심이다

장애체험캠프에 참가한 김경재 어린이가 모둠활동 결과를 또렷하게 발표하고 있다.
▲ 김경재 어린이 장애체험캠프에 참가한 김경재 어린이가 모둠활동 결과를 또렷하게 발표하고 있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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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도저도 아니고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누구를 칭찬한다는 것은 힘 든다. 칭찬도 연습이 필요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자기에게 좋아해주는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나를 싫어하는 사람, 그 누군가를 설득해야한다면 그것은 결코 쉽지 않다.

먼저 그의 마음을 열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싫은 사람도 시치미 뚝 떼고 칭찬하고 싶은 것 한 가지를 찾아서 칭찬해야한다. 고래도 칭찬하면 춤을 춘다고 했다.

혹자는 말한다.

"아무리 어렵고 힘 드는 사람이라도 칭찬 연습을 석 달만 하면 칭찬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지는 것이 당연하다. 칭찬은 하면할수록 좋게 묻어나는 법이다. 칭찬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넙죽넙죽 칭찬할 수 있어야한다. 다만 칭찬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있다면 진심을 담은 칭찬이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근데 올해는 아이들이 사뭇 달라졌다. 무시로 거친 말투를 툭툭 내뱉으며 친구를 못살게 구는 몇몇 아이들도 부드러워졌다. 물론 서로 친밀감이 형성된 까닭도 있겠지만, 평소 생활태도에서 분명 좋은 말맛이 도드라졌다. 남을 좋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남의 기분을 좋게 하는 칭찬 바이러스에 기꺼이 감염된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u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칭찬, #칭찬 바이러스, #고래,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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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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