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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무화과' 재배에 성공한 이진성 씨가 출하를 앞둔 무화과를 따기 위해 하우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겨울무화과' 재배에 성공한 이진성 씨가 출하를 앞둔 무화과를 따기 위해 하우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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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거칠다. 그 바람을 가르며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힘겨워하는 게 몸으로 느껴질 정도다. 초록을 머금고 소생을 위한 기지개를 켜던 들녘도 한껏 움츠러들었다. 며칠 전 내렸던 눈이 아직 녹지 않은 곳도 보인다. 행인들의 차림새도 다시 둔해졌다.

전라남도 영암군 삼호읍 서창리 들녘. 한 비닐하우스 안에서 누군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겉으로 비쳐지는 작물이 요즘 흔한 딸기는 아닌 것 같다. 하우스 출입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본다.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은 무언가를 따고 있다. 그의 손길을 따라가 보니 무화과다.

'꽃이 속에 숨어 있어 겉에서는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무화과(無花果)는 완전 무공해 식품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는 고혈압과 변비, 부인병, 활력회복에 좋다고 적혀 있다.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한 알칼리 식품이기 때문이다.

비타민과 미네랄, 철분 함량도 풍부해 육류를 섭취한 다음 먹으면 소화흡수가 빠르다고. 숙취 해소에도 좋다.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항암효과도 빼어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피부미용과 수술 후 건강회복 음식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여름철 과일이다.

겨울무화과. 당도가 높아 맛있다. 상품성과 저장성도 좋다.
 겨울무화과. 당도가 높아 맛있다. 상품성과 저장성도 좋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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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여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 봄의 초입. 요 며칠 날씨만 보자면 오히려 겨울에 가까운데, 무화과라니….

"무화과 수확하시는 거예요? 어떻게 지금 무화과를 딸 수 있어요?"
"출하시기를 조절해서 지금 수확하고 있습니다. 밀려오는 주문에 통 정신이 없을 정돕니다."

"가격이 많이 비싸겠네요?"
"하나에 4800원씩 받습니다. 제 철에 나는 것보다 10배 정도 더 받는 셈이죠. 당도도 훨씬 높아요."
"…"

이진성 씨가 자신의 하우스에서 출하할 무화과를 따고 있다.
 이진성 씨가 자신의 하우스에서 출하할 무화과를 따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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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 출하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농업인은 이진성(44·전라남도 영암군 삼호읍)씨다. 15년째 무화과를 재배하고 있는 그가 겨울무화과 재배를 시작한 건 지난해 가을. 수확을 끝낸 무화과나무의 가지를 곧바로 잘라줘 새로운 가지가 자라나도록 했다.

1년에 두 번 수확을 하는 2기작 재배법이다. 이 기술은 전남농업기술원이 지난 2003년부터 개발에 나서 실패를 거듭한 끝에 지난해 성공한 새로운 무화과 재배방법이다. 이 방식은 비닐하우스의 온도 유지가 관건. 여기에 드는 연료비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문제였다. 지금까지 소규모 비닐하우스에서 겨울무화과 시험재배에는 성공했으면서도 대량 생산체제를 갖추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전남농업기술원은 낮에 태양열을 모아놓은 축열 물주머니를 이용했다. 비닐하우스를 4중으로 제작, 야간에도 밖으로 열을 빼앗기지 않도록 했다. 따뜻한 지하수를 퍼 올리는 수막재배법도 병행해 겨울철 온도를 7℃ 이상으로 유지했다. 일정한 온도 유지를 위해 온풍기도 돌렸다.

이씨가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들인 기름값만도 4000만원을 넘는다. 지난 2월부터 '겨울무화과'를 따기 시작한 이씨는 인터넷을 통해 조금씩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몰려드는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대량 주문도 해왔지만 수확량이 많지 않아 납품계약을 못하고 있을 정도다.

'귀하신 몸' 겨울무화과. 다 익은 무화과 한 개에 4800원에 팔린다.
 '귀하신 몸' 겨울무화과. 다 익은 무화과 한 개에 4800원에 팔린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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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화과의 가격은 100g 정도 되는 한 개에 4800원. 제 철에 나는 무화과의 10배에 달한 값이다. 당도도 18∼20도 브릭스로 일반 무화과 13도 브릭스보다 크게 높다. 봄기운이 완연한 5월엔 당도가 20도 브릭스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겨울무화과는 유해 곤충인 초파리가 존재하지 않아 상품성이 높고 저장성도 좋은 것이 특징.

이 씨는 "겨울무화과를 재배한 하우스 3동에서 오는 5월까지 무화과 5∼6톤을 따고, 올 겨울엔 나머지 6개 동에도 2기작 재배를 하면 더 많은 겨울무화과를 딸 수 있을 것"이라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겨울무화과 재배법과 연료 저감기술을 개발한 변만호 전남농업기술원 과수연구소 연구사는 "겨울무화과 생산은 무화과가 생산되지 않는 시기에 따서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어서 가격경쟁력이 높다"며 "초기 투자가 많이 들어가는 단점이 있지만 재배기술 전수를 원하는 농가를 상대로 앞으로 기술전수에 본격적으로 나서 농가소득 증대로 연결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겨울무화과 하나가 4800원. 5개면 2만4000원이다.
 겨울무화과 하나가 4800원. 5개면 2만4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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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무화과'가 익어가고 있는 이진성 씨의 비닐하우스.
 '겨울무화과'가 익어가고 있는 이진성 씨의 비닐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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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겨울무화과, #이진성, #전남농업기술원, #변만호, #무화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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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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