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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합의'를 보고도 개운치 않게 끝난 2월 임시국회를 놓고 여당 내에서 말이 많다. 그간 김형오 국회의장과 원내지도부에 불만이 많았던 '친이 직계'는 부글부글 끓는다. 일부에선 '일촉즉발'이란 얘기도 나온다. 홍준표 원내대표의 거취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반면, 최고위원과 중진들은 "이만하면 됐다"는 분위기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도 후한 점수를 매겼다는 후문이다.

 

이런 기류를 감안하면 당장은 아니지만, 그간 쌓인 고름이 언제 터져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2월 국회의 후유증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형님'은 "한 번에 무리하게 할 필요 없어... 이만하면 됐다"

 

"그런대로 잘 됐다."

 

4일 새벽 본회의를 마친 이상득 의원이 동료의원들에게 했다는 말이다. 원내지도부의 '임시국회 성적표'에 긍정적인 평가를 한 셈이다.

 

자신이 2월 국회 초반부터 '일괄 강행처리'를 주장했던 미디어법 일부와 대야협상에서 합의한 경제관련법 중 일부가 불발된 데 대해선 "(못한 건) 조금 있다가 하면 된다. 그걸 너무 무리하게 할 필요는 없다"며 대체로 만족스러워했다고 한다.

 

앞서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의 참석률이 낮자 잔뜩 찌푸린 얼굴로 "지금이 어느 땐데!"라고 원내지도부를 다그치며 '야전사령관' 노릇을 한 걸 떠올리면 의외다.

 

중진들도 큰 불만은 없다는 반응이다. 한 4선 의원은 "일부를 빼놓고는 경제법안도 처리를 했고 미디어법도 '처리시한'을 못박지 않았느냐"며 긍정적으로 평했다. 또 그는 "협상이란 상대가 있는 법이니 100% 얻을 수는 없는 것"이라며 "파국도 면하고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원내사령탑인 홍준표 원내대표도 이날 "정치에서는 명판결보다 화해판결이 고귀하다는 평가를 받듯이 정치에서는 최악의 합의가 최선의 투쟁보다 낫다"고 자평했다.

 

물밑에선 '부글부글'... 친이직계는 불만 가득

 

반면, 물밑 기류는 심상찮다. 특히 '친이 직계'는 속이 곪을 대로 곪았다. 이를 대변하듯 '안국포럼' 출신의 한 의원은 원내지도부에 쌓인 불만을 한참 쏟아놓았다.

 

그는 "어제(3일) 본회의 법안 처리 불발사태의 1차적인 원인은 야당의 말을 안이하게 믿은 원내지도부에 있다"고 일갈했다. "원내지도부가 '의원총회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야당 말만 믿고 본회의 시작을 미뤄 법안 처리 시간이 부족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본회의 시작에 임박해서도 의원들의 출석률이 낮은 데 대해서는 "오후 4시 반부터 의총을 소집해 대기시켜놓으니 의원들의 기력이 빠진 결과"라며 "평소 호루라기를 안 불어도 될 때 자주 부니 결정적인 순간에는 불어도 의원들이 안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지도부를 향한 불신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형오 의장과 이윤성 부의장에도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의장과 부의장이 야당에 '빨리 하라''시간없다'라며 감정을 상하게 한 데다 결정적으로 의사진행 발언까지 5분에서 3분으로 줄여서 자극했다"며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자초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간 여당 의원들은 하지도 않던 밤샘농성까지 했는데 막판에 (의장단과 원내지도부가) 의사진행과 의원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코 빠뜨린 격 아니냐"며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원들은 '밤샘농성'까지 했는데... 원내지도부가 코 빠뜨렸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도 "야당의 '지연작전'도 잘못됐지만 우리 (원내지도부)가 더 이해 안된다"고 성토했다. 이 의원은 "이번에 의원들이 로텐더홀 농성을 한 것도 원내 부대표들이 강하게 촉구하니 마지못해 원내대표가 따라온 것"이라며 홍 원내대표의 지도력을 탓하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의 '중도하차'를 입에 올리는 의원들도 있다. '친이 직계' 사이에서 그렇다. 홍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임기가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간 누적된 불만이 언제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 아무도 모른다. 위태위태한 상태다"란 말이 흘러나온다.

 

한 의원은 "예전 (여당 시절의) 민주당 같았으면 벌써 갈아치웠을 것"이라며 "이미 원내대표를 계속 할 명분을 잃었다"고 쏘아붙였다.

 

일부 초선의원들은 이번 여야 협상을 지켜보면서 심각한 정치적인 회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의 한 의원은 "우리도 무리한 부분이 있는 데다 여야가 믿고 서명한 합의안이 어그러지면서 서로가 서로를 또다시 믿지 못하게 됐다. 답답하다, 뭐라고 할 말이 없다"며 씁쓸해했다.


태그:#한나라당, #2월임시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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