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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내다리의 전설을 알고 갔다면 올해 액운은 없을 텐데', 아니 모르고 갔더라도 미내다리 부근에 설치되어 있는 '안내간판만 제대로 읽어보았더라도 비록 힘은 들더라도 나이만큼 다리를 왕복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비록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긴 하지만 하라는 대로 해서 손해볼 게 없었기에 한번 해볼만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하긴 먼 곳도 아닌데 이번 정월 대보름에 나이만큼 왕래하지 못한 한(?)을 올해 추석에는 꼭 일곱 번 왕래해 풀어 볼란다. 혹시 아나? 전설처럼 행운을 가져다줄지 모르는 일 아닌가.

 

지난 주말 대보름과는 전혀 상관없이 문득 강경 부근에 일이 있어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미내다리'를 표시하는 이정표를 보고는 아무 생각없이 다리 방향으로 운전대를 돌렸다.

 

그 전에도 몇 번씩이나 그곳을 왕래하면서 '언제 한번 가봐야지' 하는 생각은 수도 없이 했었지만, 한번도 가보지 못한 탓에 이번에는 바쁜 일도 없고 해서 여유를 가지고 미내다리를 찾았다.

 

미내다리 전설을 제대로 읽었다면 나이만큼 왕래했을 텐데

 

 

길게 늘어서 있는 뚝방길을 따라 한참을 이동하고 있는데도 미내다리는 그 자태를 드러내지 않은 채 꼭꼭 숨어있었다. 그리고 왼편으로 펼쳐진 광활한 논과 오른편으로 보이는 천이 길게 펼쳐져 있을 뿐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는 미내다리가 있을 만한 곳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주위 경관을 지켜보며 한참 이동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지나온 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내고 있는 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얼핏 사진 속에서만 봤던 미내다리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뚝방길에서 오른편 천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였다. 그 길을 따라 내려가니 마침내 그 유명한 미내다리가 그 자태를 드러냈다.

 

'전혀 다리가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에 놓여있네? 그것도 물도 흐르지도 않는데.'

 

 

마치 다리를 재건해서 보존해 놓은 것처럼 전혀 손상되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는 미내다리가 잔디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져 있었다.

 

차에서 내려 일단 카메라 꺼내 미내다리의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입구에 서 있는 안내간판도 읽어보지도 않고 사진만 찍고는 다시 다리 위로 올라가서 왔다갔다 하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기에 정신이 없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대여섯번 정도는 다리 위를 왕래했던 것 같다. 다시 다리 아래로 내려와서는 다리 밑을 찍는데, 별로 추운 날씨도 아니었는데 고드름처럼 생긴 것이 몇 군데 듬성듬성 생성돼 있었다.

 

돌 하나하나, 전체 다리의 모습, 주변 경관, 머릿돌까지 카메라에 담은 뒤 같이 갔던 동료와 "옛날에 이처럼 튼튼한 다리를 놓을 수 있었다니 참 대단한 것 같다"는 감탄사만 연발하고는 현장을 떠날 채비를 했다.

 

"그래도 무슨 말이 쓰여져 있는지는 읽어보고 가야 되는 거 아녀?"

"사진 찍어 놨으니께 가서 읽어보면 되죠 뭐."

 

하고는 급한 일도 없는데 부리나케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난 '미내다리의 전설'을 읽어보고는 후회하고 말았다.

 

 

안내간판에는 ‘미내다리(유형문화재 제11호)의 전설’이 이렇게 기록되어 있었다.

 

"미내다리는 강경의 대표적인 역사유적으로, 이 지역의 명물일 뿐만 아니라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가면 염라대왕이 '강경 미내다리를 보고 왔느냐'고 물어볼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러한 중요성을 반영하듯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승되어오고 있다.

 

옛날 미내다리 부근의 개울에 다리가 없어 늘 아쉬움을 느끼던 이곳 사람들이 돈을 걷어 마을의 두 청년에게 다리를 놓게 시켰다. 다리를 다 놓고 보니 경비로 쓰고 남은 엽전이 얼마가 남았다. 이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던 두 청년은 나중에 다리를 보수할 때 쓰기로 하고 남은 엽전을 모두 다리 밑에 묻어두었다.

 

그리고서 얼마 후에 한 사람이 우연히 병을 얻어 눕게 되었다. 좋다는 약을 다 써보았지만 병은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점점 심해져만 갔다. 그러자 그의 다른 친구가 전에 묻어 두었던 엽전이 있음을 생각하고는 이것을 파내 친구의 병 치료에 쓰려고 다리 밑을 파보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아무리 땅을 파도 엽전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이에 병든 친구는 병세가 더욱 위중해져만 갔고,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구렁이로 변했다. 그리고 집을 나온 구렁이는 미내다리 밑으로 스스로 들어가 흔적을 감추고 말았다. 이로부터 이상하게 이 다리는 점점 토사에 묻히게 되고 통행하는 사람들도 적어졌다.

 

그러고서 다시 상당한 세월이 지나게 되면서 미내다리는 거의 폐교(廢橋)지경에 이르게 되었고, 이에 일부 주민들은 다리돌을 마음대로 빼다가 집으로 가져가려고 까지 했다. 그러자 그 순간 갑자기 하늘에 검은 구름이 몰려들고 천둥이 쳤다. 이에 겁에 질린 주민들이 다시 돌을 갖다 놓자 천둥이 그치는 것이었다. 이로부터 미내다리 돌은 구렁이돌이라 하여 누구든 함부로 손을 대거나 훼손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정월 보름날 이 다리를 자기 나이만큼 왕래하면 그 해의 액운이 소멸된다고 하며, 추석날 이 다리를 일곱 번 왕래하면 행운이 온다고 믿는다."

 

정월대보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전설을 제대로만 읽었다면 미신이라고 해도 내 나이만큼 다리 위를 왕래했을 것이다. 비록 전설처럼 올해 액운이 소멸되지 않는다하더라도 말이다.

 

정월대보름에 보름달보고 소원 빌었는데, 전설을 간직한 미내다리를 나이만큼 왕래하면서 또 소원을 빌었다면 올해 내 운세는 만사형통이 될 수 있었을까?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미내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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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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