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스타벅스보다 아름다운 북카페>
 <스타벅스보다 아름다운 북카페>
ⓒ 아르케

관련사진보기

이건 푸념도 아니고 하소연도 아닌데, 내게 미국이란 나라는 언제나 지도 속 큼지막한 네모 비슷한 땅일 뿐이다. 그런데 미국이란 나라 이름을 잊어버릴래야 잊을 수 없는 많이 이유들이 나 같은 대한민국 시민들에겐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가득하다.

미국 속내(!)를 직접 들여다 본 체험 기록이라면 한번쯤 들춰보게 된다. 미국이란 나라를 끼워 넣지 않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이 대한민국 현대사에 깊숙이 관련되어 있고, 미국 안에는 100년 넘는 이민사를 지닌 한인들이 깊숙이 뿌리내리고 살아가고 있다. 미국은 일본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멀고도 가까운 나라’이다.

다른 무엇보다 시민활동가의 눈으로 바라본 미국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그 큰 나라를 다 돌아볼 수도 없고 어쩌면 그럴 필요는 없는데, 시민활동가의 눈에 비친 미국 사회는 어떠했을까를 묻는 것은 그것이 왠지 우리 마음에 좀 더 잘 스며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한 권 책을 손에 들고 제목을 보니 <스타벅스보다 아름다운 북카페- 하승창, 미국에서 한국을 보다>(아르케 펴냄, 2008)란다.

“1년 동안 공부에 전념한 것도 아니었고, 학교에 늘 머문 것도 아니었다. 아이를 돌보느라 그간 해보지 않았던 가사노동을 일부 맛보았고, 공부보다는 사람들을 만나고 가보고 싶은 곳을 찾아가보는 쪽에 더 많은 시간을 가졌다. 남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영어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었고, 강의를 열심히 들은 것도 아니었지만 내게는 예상치 않은 소득을 안겨준 시간이기도 했다.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미국 사회의 작동방식이나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미국 내 한인 사회를 들여다 보면서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을 알 수 있게 된 것이 좋은 경험이었다. 미국 내 한인은 지금 한국의 이주노동자들보다는 나은 삶을 누리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의 이주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내에서 이민자로서 겪는 고통과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그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듣는 것은 결국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이나 이민자들이 지금도 겪고 있고, 앞으로도 겪을 어려움과 고통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스타벅스보다 아름다운 북카페- 하승창, 미국에서 한국을 보다>, 301)

사는 대로, 보는 대로, 정치는 그렇게 우리 곁에 늘 있어

시민활동가의 눈으로 본 미국 사회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의 삶에 관한 이야기는 ‘하승창의 뉴욕리포트’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오마이뉴스>에 소개된 바 있다. 그 기록이 오롯이 모아져 한 권 책으로 나온 게 바로 <스타벅스보다 아름다운 북카페- 하승창, 미국에서 한국을 보다>이다.

책 앞에 빽빽이 줄 지어 자리한 ‘차례’를 눈으로 따라가며 시민활동가 하승창이 본 미국 사회 이야기를 찬찬히 마음에 그려보았다. ‘살 준비를 하다-미국 사회에 등록하다’라는 첫 장 제목이 눈에 쏙 들어온다. 무심코, ‘등록’하지 않고서 살아가는 미국이란 어땠을까를 상상해보았다. ‘차별받는 흑인 마음을 헤아리자-한흑연대기구’라든가 ‘뉴욕 이민자의 날-차별이 아닌 정의를!’과 같은 이야기를 유심히 살펴보게 만드는 제목이 아닐 수 없었다.

책 제목이 <스타벅스보다 아름다운 북카페>였던가. 물론 그 제목 그대로 담은 ‘스타벅스보다 아름다운 소호 북카페’라는 이야기도 있긴 하다. 단순히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책과 사람, 그리고 세상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공간이라는 점이 지은이 눈에 비친 그곳 북카페의 특징이랄 수 있겠다. 한국에서처럼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일 그 익숙한 사람 냄새에 푹 빠진 지은이는 알게 모르게 시민활동가의 눈으로 미국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나도 책으로나마 덩달아 그 길을 따라가 보았고.

“한인유권자센터는 한인 시민권자들을 조사하고, 이들을 유권자 명부에 등록시키는 한편, 투표에 실제로 참여할 것을 독려하는 일이 기본이지만 이렇게 조직된 사람들을 각종 문화학교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센터의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센터를 중심으로 한 활발한 활동은 뉴욕이나 뉴저지에서의 한인들의 영향력을 높여나가는 데 기여하고 있다. (중략)

그동안 미국 사회에서 마이너리티인 한인들은 표로 인식된 적이 없었다. 일정하게 소외된 그룹들이 자신들만의 영토를 구축하듯, 한인 지역을 중심으로 세금을 또박또박 내면서도 별 의견없이 간섭받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면 LA폭동은 그렇게 살 수 없음을 보여 준 사건이었고, 최근의 이민법 문제는 그런 점에서 소수 민족의 소외감을 더욱 크게 느끼게 했다.”(같은 책, 53)

미국 의회를 연구하러 간 것은 아니었지만 지은이는 왜 정치가 그토록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지를 새삼 확인케 해준다. 그리고 그것은 이민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으며, 이것은 어느덧 우리나라의 많은 외국인들 이야기와도 맞닿는다.

“향후 10년 이내에 우리 사회에 새로운 한국인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도시로 몰려올 때 우리는 그들을 한국인으로 받아들이게 될까? 아니 이미 새로운 한국인들이 학교로 들어오고 있는데, 우리의 교과서에는 그같은 변화가 얼마나 반영되어 있을까? (중략)

지금은 이주 노동자 혹은 외국인이라는 공동체와 분리된 특수한 영역의 문제인 것처럼 우리에게 인식되고 있지만 앞으로도 여전히 그러할까? 소위 3D업종과 각종 서비스 영역에 조선족과 이주노동자들이 없다면 유지되지 않을 것이고 농촌은 결혼이민으로 이주해 온 여성들 덕분에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고 있다. 공동체와 분리된 특수한 영역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미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으며 공동체의 유지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같은 책, 270)

결국 이 모든 게 사람 이야기다. 미국을 가든 한국을 가든, 도시를 가든 농촌을 가든 이 책이 말하는 이야기는 결국 사람 이야기이다. 아니, 이 세상 모든 책이 사실 다 사람 이야기이다. ‘스타벅스보다 아름다운 북카페’를 그림 그리듯 설명하는 지은이 마음뿐 아니라 우리 마음에도 그득해야 할 것은 바로 사람 이야기이다. 제목에 담긴 의미를 새삼 다시 꼽씹어보는 순간이다.

아버지 부시처럼 아들 부시도 이제는 대통령이 아니다. 버락 오바마를 새 대통령으로 맞이한 미국 사회를 생각할 때 이 책에 담긴 내용 중 어떤 것들은 가끔 철 지난 신문 기사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람 이야기는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없는 ‘우리 이야기’이다.

책에는 미국 한인의 삶과 의식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한인 교회의 의식 성향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진보 학풍을 지닌 학교로 알려진 뉴스쿨과 같은 교육 관련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이민 문제와 연관된 이런저런 정치와 생활 관련 이야기들이 짤막짤막한 분량으로 꽉꽉 채워져 있다.

‘미국에서 한국을 보다’ 이것은 지은이가 이 책에 담기 위해 고안해 낸 알맹이 없는 문구가 아니다. 이것은 시민활동가로서 아니 대한민국의 한 구성원으로서 느끼는 미국과 한국의 묘한 연결고리를 담아낸 것이다. 미국 역사나 정치를 배울 요량이라면 모르지만, 미국 사람이 느끼는 생활 속 정치에 대해서 그리고 정치에 담긴 삶의 긴박하고도 꼭 필요한 문제들에 대해 미국 사회의 예를 살펴보고자 한다면 이 책이 그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스타벅스보다 아름다운 북카페- 하승창, 미국에서 한국을 보다> 하승참 지음. 아르케 펴냄, 2008.

* 이 책이 나오기 전 오마이뉴스에 '하승창의 뉴욕리포트'라는 이름으로 연재된 바 있다. 해당 기사들에 담긴 댓글을 통해 책에 관한 의견, 느낌들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 참고하시길.

*이 서평은 제 오마이뉴스 블로그, 다음 블로그 및 블로거뉴스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글에 한하여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스타벅스보다 아름다운 북카페 - 하승창, 미국에서 한국을 보다

하승창 글.사진, 아르케(2008)


태그:#스타벅스보다 아름다운 북카페, #하승창, #미국, #시민활동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