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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롯데월드 허가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제2 롯데월드는 지난 94년, 롯데그룹의 신격호 회장 구상으로 추진됐으나, 국방부 등의 반대로 무산됐던 사업이다. 그런데 MB정부가 이를 사실상 허용했다. 이에 한나라당을 비롯한 일부 보수 인사들도 나서서 이 사업 추진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4-5차례에 걸쳐 이 사업에 대한 각계 인사들의 의견과 취재기사를 내보낸다. [편집자말]
김성전 국방정책연구소장.
 김성전 국방정책연구소장.
ⓒ 오마이뉴스 김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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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5년간 보류해온 '제2 롯데월드' 건설을 허가하기로 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국방부는 동편 활주로를 3도 이상 틀게 되면 안전에 이상이 없어 555m 고층 건물을 지어도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군사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공군 출신 김성전(52·예비역 중령) 국방정책연구소장은 정부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되는 논리"라고 일축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성남공항 인근의 제2 롯데월드 건설은 단순한 항공안전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김 소장은 "공군의 전술기 운용은 일반 민항기들이 뜨고 내리는 것과 다르다"며 "전쟁이 터지면 재빨리 전투기들이 떠서 전개한 뒤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데, 가운데 고층건물이 버티고 있으면 어떻게 작전을 수행하느냐"고 정부 주장을 반박했다.
 
"아부 잘하고 정치 잘하는 군인이 커 왔다"
 
공군 수뇌부가 새 정부 들어 '허가'로 입장을 바꾼 데 대해서도 김 소장은 "과거에도 우리 군은 아부 잘하고 정치 잘하는 군인이 커왔다"고 비난했다. 그에 따르면 이계훈 현 공군참모총장도 제2 롯데월드 건설에 반대해 왔으나 갑작스레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 소장은 13일 오전 공군 홈페이지에도 글을 올려 "군대도 나오지 않은 군 미필 대통령이 어떻게 공군을 이해하고 군 전략을 이해하겠느냐"며 "이번 일은 총장님의 의지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고 쓰기도 했다.
 
제2 롯데월드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서도 김 소장은 "한국에 낙후된 지역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송파구에 건물을 짓느냐"고 비판했다. 롯데그룹을 향해서도 김 소장은 "앉아서 편하게 돈 벌어들이려는 발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보수단체를 향해서는 "북한을 돕자면 '좌빨'이라 욕하고, '북한 침략을 대비해 안보를 튼튼히 하자'던 보수단체들은 (국가안보가 달린 일인데) 다 어디 있느냐"고 쓴소리를 했다.
 
공군사관학교(29기) 출신 김 소장은 공군 전투기 조종사와 국방부 21세기 국방개혁연구위원, 전투발전단 전략연구실 전략연구장교를 거쳐 예비역 중령으로 예편한 뒤 국회 국방위 임종인 전 의원 보좌관을 지냈다.  
 
다음은 김 소장과의 일문일답. 
      
롯데그룹이 2006년 12월 4일 공개한 제2롯데월드 슈퍼타워 조감도.
 롯데그룹이 2006년 12월 4일 공개한 제2롯데월드 슈퍼타워 조감도.
ⓒ 롯데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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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논란이 많았던 555m 높이의 제2롯데월드 건설을 허가했다. 정부에서는 활주로 방향만 3도 틀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논리다. 공군의 전술기 운용은 일반 민항기들이 뜨고 내리는 것과 다르다. 전쟁 터지면 재빨리 전투기들이 떠서 전개한 뒤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데, 가운데 고층건물이 버티고 있으면 어떻게 작전을 수행하나?"
 
- 국방부와 공군은 첨단충돌방지장치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한다.
"단순히 이착륙할 때는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전술기 운용은 다른 문제다."
 
- 활주로 방향을 3도 트는 것으로는 안전 보장이 안 된다는 얘긴가.
"동편 활주로를 3도 트는게 문제가 아니다. (제2 롯데월드가 건설되면) 서편 활주로의 사용도 제한된다."
 
- 제2 롯데월드를 짓게 되면 성남공항의 군사적 기능이 많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항공안전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 아닌가.
"지금 수도권 공군 비행장은 수원·성남 밖에 없다. 전쟁 터지면 그 곳은 사용 안할 거냐? 성남공항은 국빈들이 드나드는 곳이기도 하고, 유사시 수도권 국민들을 보호하고 방어하는 전진기지다. 활주로를 틀어 롯데월드를 세우면 기능이 떨어진다. 그럼 공군부대를 옮긴다고? 지금 수원비행장·대구비행장도 소음 때문에 옮기라는 지역여론이 들끓고 있다. 산지가 많은 좁은 땅덩어리에서 어디로 간단 말인가?"   
 
- 지난 15년간 공군이 반대해왔는데, 새 정부 들어서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이계훈 공군참모총장도 원래는 반대 입장 아니었나.
"공군은 오랫동안 제2 롯데월드 건설이 작전상 이유로 안 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이계훈 참모총장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이 총장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어서 잘 안다. 굉장히 다정다감하고 성실하게 일 잘하는 군인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서 만큼은… 클라우제비츠가 군인의 유형을 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제2형이 온건 다감한 인물이다. 이들은 활발하고 꼼꼼하며 일도 잘하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경우에는 절대 나서지 않는 유형이다. 공군 수뇌부가 그런 것 같다. 과거에도 우리 군은 아부 잘하고 정치 잘하는 군인이 커 왔다. 그런 것이라고 본다." 
 
- '정치 잘하는 군인'이라는 말은 안보전문가인 군의 목소리가 청와대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그 동안 반대했던 장관이나 참모총장, 국방부 관계자들이 모르고 반대했겠나? 또 MB가 군사전문가냐? 아니다. 그렇다면 전문가 의견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공군은 자기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 예전 노태우 정권 때 F-18 도입을 주장하던 정용후 총장이 퇴임식도 못하고 쫓겨난 일이 있다. F-15K 도입을 반대하던 조주형 대령이 잡혀갈 때도 공군은 아무 말도 못했다. 지금은 타성화된 공군 선배들이 올바른 목소리를 내서 도와줘야 할 때다."
 
이상희 국방장관(오른쪽)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제2롯데월드 신축문제 등 현안보고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이 이계훈 공군참모총장.
 이상희 국방장관(오른쪽)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제2롯데월드 신축문제 등 현안보고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이 이계훈 공군참모총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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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리자면 손님 더 와야... 성남공항도 민간개방하면 좋지 않나"
 
- 이명박 대통령은 제2 롯데월드 허가 이유로 경제논리를 드는 것 같다. 재계 총수들을 만나서 "1년에 몇번 오는 귀빈 때문에 (롯데월드를) 반대하는 것은 적절지 못하다"고 말한 적도 있는데.  
"경제를 살리려면 국빈이 더 와야 한다. 외국에서 손님들이 더 많이 와야 한다. 그러면 수도권 접근성이 높은 현재의 성남공항을 이용하는 게 더 좋지 않나? 성남공항도 민간개방하고 기업인들도 이용하게 하면 더 좋지 않나? 발상 자체가 우습다."
 
- 롯데도 제2 롯데월드로 고용창출 등 경제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내가 매판자본이라는 말도 쓴 적이 있지만… 나는 롯데가 일본기업이라고 본다. 한국의 기업도 아닌 재벌이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거다. 경제효과? 지금 한국에 낙후된 지역이 얼마나 많나. 굳이 송파구에 그것도 제1 롯데월드가 이미 만들어진 곳에 건물을 지어야 하나? 정부가 특정 재벌을 비호하는 형태로 가서는 안 되지만, 롯데도 앉아서 편하게 돈 벌겠다는 발상을 해서는 안 된다." 
 
- 제2 롯데월드가 건설되면 유사시 공군의 작전수행이 지장을 받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오히려 보수단체가 나서서 반대해야 하지 않나. 
"이번 일은 국가 안보가 달린 문제다. 그런데 안보라는 말만 나오면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던 보수단체들은 다 어디로 갔나? 북한을 돕자면 '좌빨'이라 욕하고, '북한 침략을 대비해 안보를 튼튼히 하자'던 보수단체들은 어디 있나? 보수의 태도가 너무 이상하다. 진보진영도 마찬가지다. 안보 논리에서 진보는 보수에 밀리고 있는데, 정부에서 15년간 안 내준 허가를 이상한 논리로 만들도록 해 놨는데도 진보는 말이 없다."
 
- 롯데는 제2 롯데월드 건설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안보와 안전 문제로 어렵다면 대안은 없나.
"가장 좋은 것은 제2 롯데월드를 안 짓는 거다. 그래도 지어야 하겠다면 공군이 제시한 203m 이하 기준을 따르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남 영암 대불공단에서 전봇대 2개를 뽑으라고 지시한 적 있다. 그런데 지금 제2 롯데월드는 송파구에 거대한 전봇대 하나를 세우는 거나 다름없다."


태그:#제2롯데월드, #김성전, #서울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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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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