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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열린 '치유와 소통을 위한 고양이 캠프에 참가한 거원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9일 열린 '치유와 소통을 위한 고양이 캠프에 참가한 거원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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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선택할 권리를 존중했다는 이유로 지난 12월 해임당한 박수영 거원초 교사에게는 누구보다 강력한 우군이 있다.

바로 학부모이다. 자신의 아이를 통해 박 교사를 기억하고 있는 거원초 학부모들은 해임 처분 이후 매일 같이 학교로 나와 박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튼튼한 버팀목으로 버텨왔다. 이들은 해직교사들과 함께 9일에도 '일일 교사', '자원 봉사자'로 캠프에 참여했다. 

이날 캠프에 참가한 학부모들은 지난 6일 거원초 교장이 보낸 '가정통신문'을 그냥 무시했다고 했다.

학부모 마 아무개씨는 "언제부터 아이가 캠프를 가는데 학교장이 인정해야만 했냐"며 "그렇게 따지면 예전에 영어 캠프라던가 청학동 캠프 갈 때도 교장한테 보고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학부모 윤 아무개씨는 "그런 가정통신문이 오기 전에도 박수영 선생님이 해임돼야 할 10가지 사유를 적은 통신문을 보내기도 했다"며 "그런 것에 휘둘리기 보다는 선생님을 보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선생님과 어울릴 기회를 더 주고 싶었고 뭔가 새로운 것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 아무개씨는 "(그런 불안보다) 학교에 드나들던 경찰 때문에 한동안 잠을 잘 자지 못했다"고 탄식했다. 김씨는 "학부모와 선생님을 밀어내려는 경찰들이 '앞으로', '앞으로'라는 외침이 계속 들렸다"며 "이제 경찰만 보면 사실 무섭다, 일도 손에 안 잡힌다"고 말했다.

사실 거원초 6학년 9반 아이들은 이제 졸업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박 교사를 교단에 돌려보내기 위해 계속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마씨는 "거원초 교장은 처음엔 (해임 결정에 대해) 항의하는 학부모들한테 '솔직히 생활기록부에다 일제고사 거부했다고 적으려다 말았다'고 했었다"며 "하지만 우리는 끝까지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윤씨는 "이런 학교는 떠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했을 때 '왜 떠나냐, 우리가 바꿔야지'라고 말한 이가 있었다"며 말을 이어갔다.

"막상 부모 입장에서 내 자식이 볼모로 잡혔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기 때문에 목소리를 크게 내기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두렵지는 않다. 맞다. 정말 이 상황이 아니라면 우리가 바꾸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태그:#일제고사, #거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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