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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벨로 자전거 'Mini FDB-206'의 엠블럼. 미니는 이름 그대로 작고 귀엽다.
 미니벨로 자전거 'Mini FDB-206'의 엠블럼. 미니는 이름 그대로 작고 귀엽다.
ⓒ 유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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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Mini) FDB-206'를 소개하는 홈페이지(http://www.bikeallday.com)에 가보면, 자동차 미니쿠페와 같은 엠블럼을 사용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미니(Mini) FDB-206'를 소개하는 홈페이지(http://www.bikeallday.com)에 가보면, 자동차 미니쿠페와 같은 엠블럼을 사용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 바이크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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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도 라이더의 반열에 올라섰다! 비록 앞에 '초보' 딱지가 붙긴 하지만….

나를 라이더로 만들어준 것은 다름 아닌 꿈(?)에 그리던 '미니(Mini)'다.

나의 미니는 명차를 만드는 BMW에서 만든 미니쿠페도 아니고, 요즘 나의 큰딸이 즐겨보는 미키마우스의 여자친구 미니도 아닌, 20인치 바퀴를 장착한 미니벨로 자전거다. 정식 명칭은 'Mini FDB-206'.

자, 이제부터 초보 라이더가 홀딱 반한(?) 자전거 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시라. 달려라, 달려! 미니야∼ 동네 끝까지.

미니, 이 녀석의 성능을 실험하기 위해 지난 19일 하루 휴가를 냈다(이렇게 말하니 초보 라이더의 첫 라이딩에 비장감이 넘치지 않는가. 사실, 다른 일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휴가를 썼다). 드디어 미니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첫 라이딩] 초보 라이더의 비애

미니, 작지만 강했다.
 미니, 작지만 강했다.
ⓒ 유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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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서기 전에 '이 녀석이 내 몸무게를 지탱할 수 있을까'란 우려가 들었다(내가 좀 많이 나가는 건 사실이다). 미니는 자신의 무게보다 6배 이상 나가는 날 지탱해야 한다(괜히 내 몸무게 계산하지 마시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않나.)

과연, 아무 탈(?) 없이 미니가 잘 달릴 수 있을까? 이런 기우는 바로 깨졌다(사실 나 혼자 좀 오버한 생각이었으니까…, 이해 바란다. 얼마나 들떴으면 이런 생각까지 했겠나).

첫 라이딩의 가장 큰 어려움은 따로 있었다. 바로 바람. 밖으로 나선 순간, 아뿔싸! 그나마 포근했던 날씨는 어디 가고 찬바람이 쌩∼하니 불어온다. 미리 장갑도 꺼내 끼고, 아내가 손수 뜨개질로 만들어준 모자도 눌러썼는데…. 아!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런 시련을 내게 주시다니!

정말 바람은 매서웠다. 초보 라이더에겐 큰 시련이었다. 한 30분 탔을까. 콧물이 주르르 흐르기 시작했다(아, 이거 폼 안 나게…). 그래도 자전거를 끌고나온 오기가 있지, 물러설 수 없었다. 하지만 '추·웠·다'.

이런 상황을 나중에 고수 라이더에게 전했더니, "하필 이번 가을 들어 제일 추운 날 자전거를 탔군요"라며 날 위로해줬다. 정말이지, 그 추위를 생각하면 눈물이 날 듯 하다. 고수의 한마디가 내 마음을 녹였다.

[발견] 늦가을, 바람과 함께 미니를 만나다

추수를 마친 논 사이에 난 수로 길을 따라 씽씽 달려봤다. 아스팔트 위를 구르는 20인치 바퀴를 통해 전해지는 느낌은 만족감으로 넘쳤다.
 추수를 마친 논 사이에 난 수로 길을 따라 씽씽 달려봤다. 아스팔트 위를 구르는 20인치 바퀴를 통해 전해지는 느낌은 만족감으로 넘쳤다.
ⓒ 유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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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을 밟을 때 체인링 사이에 바지 밑단이 씹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호대로 감싸놨다.
 페달을 밟을 때 체인링 사이에 바지 밑단이 씹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호대로 감싸놨다.
ⓒ 유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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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와 첫 라이딩 때, 난 매서운 바람을 뚫고 콧노래까지 부르며 페달을 힘차게 돌려 미니의 엔진을 달궜다. 이런 내 열정에 답하듯 미니는 부드럽게 '시마노 6단 변속기'의 성능을 발휘하면서 아스팔트 위를 힘차게 나갔다.

앞·뒷바퀴를 감싼 은색 펜더가 햇볕에 반짝이면서 기분을 들뜨게 했다. 더구나 페달을 밟을 때 체인링 사이에 바지 밑단이 씹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호대로 감싸놨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 없이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자, 이젠 성능테스트. 아스팔트를 벗어나 자갈이 조금 깔린 공사장 길로 접어들었다. 우리 집 주변에 흙길을 쉽게 찾기 어려워서 택한 곳이다.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다양한 길을 달려봐야 하지 않겠나. 초보 라이더가 좀 무리했다.

울퉁불퉁 이어지는 길. 영국국기인 '유니언잭'이 팍 박힌 안장의 쿠션이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시작했다. 미니의 안장은 손잡이와 마찬가지로 가죽 느낌을 잘 살려 갈색 처리했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풍겨주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달려도 엉덩이에 무리가 안 올 듯 하다.하지만 울퉁불퉁 길은 오랫동안 달릴 수 없었다. 미니가 MTB 자전거가 아니지 않는가.

'유니언잭'이 박힌 안장. 가죽 느낌을 살려 갈색 처리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풍겨주고 있다. 울퉁불퉁한 길에서 쿠션의 성능을 잘 발휘했다.
 '유니언잭'이 박힌 안장. 가죽 느낌을 살려 갈색 처리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풍겨주고 있다. 울퉁불퉁한 길에서 쿠션의 성능을 잘 발휘했다.
ⓒ 유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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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추수를 마친 논 사이에 난 수로 길을 따라 씽씽 달려봤다. 아스팔트 위를 구르는 20인치 바퀴를 통해 전해지는 느낌은 만족감으로 넘쳤다. 길 맞은 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는 젊은이가 미니를 바라본다. 그 사람의 시선이 미니에게 집중. 녀석, 멋진 건 알아서….

순간, 이 녀석을 자랑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라면 이런 생각 안 들겠는가? 첫 라이딩이고 훌륭한 자전거인데, 한 번 자랑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내가 간 곳은….

아파트 놀이터로 고고씽! (아, 나의 유치함이여!) 그런데, 놀이터에는 휭∼ 썰렁한 바람만이 불고 있었다.

이대로 멈출 수는 없다. 다른 곳으로 가보자. 또다시 날렵(?)하게 미니를 몰고 다른 놀이터를 찾았다. 하지만 여기도 저기도 아이들은 없었다. 왜냐고? 내가 미니를 끌고나온 시간은 오후 2시. 아이들이 학교에 가있을 시간이 아니던가.

결국, 난 미니 자랑질도 못하고 쓸쓸히 집으로 돌아왔다. 나와 미니의 첫라이딩은 좀 싱겁지만 이렇게 끝났다.

눈에 들어온 늦가을이 남겨준 낙엽 더미가 보였다. 미니를 이곳에 세워놓고 사진을 찍으니 낙엽 속에 미니가 묻혀버렸다.
 눈에 들어온 늦가을이 남겨준 낙엽 더미가 보였다. 미니를 이곳에 세워놓고 사진을 찍으니 낙엽 속에 미니가 묻혀버렸다.
ⓒ 유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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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라이딩을 정리하면서 '미니(Mini) FDB-206'를 간략히 평가하자면, 10만~20만원대의 생활자전거보다는 조금 가격이 비싼 미니(30만원대)는 다른 20인치 미니벨로에 비해 이미지가 고급스럽다. 특히 2단접이식 퀵릴리즈 레버가 장착돼 있어 손쉽게 접어서 옮기거나 보관하는데 좋다. 또한 무게가 가볍고, 작동이 편했으며, 변속이 부드러워 주행이 경쾌했다.

이렇게 첫라이딩을 끝낸 초보 라이더에게 고수 라이더가 한 말씀 해주셨다.

"하루에 30분 정도라도 꾸준히 타세요. 한꺼번에 많이 타려고 하지 말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 라이딩, 즐거운 라이딩을 하세요!"

미니야, 널 많이 사랑해 줄게.

가방에 자전거를 넣고 가다, OTL

미니, 이 녀석을 처음 만났을 때, 날렵하고 미끈하게 쭉 빠진 모습에 첫눈에 반했다.
 미니, 이 녀석을 처음 만났을 때, 날렵하고 미끈하게 쭉 빠진 모습에 첫눈에 반했다.
ⓒ 유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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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이 녀석을 처음 만났을 때, 첫눈에 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니에 대한 첫인상은 괜찮음을 넘어서 속칭 '끝내준다'고 할 수 있다. 몸체에 쫘르르 흐르는 자줏빛 색깔(공식 색깔은 '클래식 레드')은 눈을 사로잡았고, 가슴 들뜨게 했다.

미끈하고 쭉 빠진 모습에 반한 나는 무엇부터 해야 할 지 몰랐다. 이 녀석을 타고 어디를 가볼까부터 시작해서 누구에게 자랑하지 등등까지…. 진정하고 생각해 보니, 우선 이 녀석을 집으로 옮기는 것이 처음 할 일이었다.

미니에게는 자신의 몸을 담을 수 있는 '전용 가방'이 있다. '2단 접이식 퀵릴리즈 레버'를 장착한 미니는 손쉽게 가방으로 쏙 들어갔다.
 미니에게는 자신의 몸을 담을 수 있는 '전용 가방'이 있다. '2단 접이식 퀵릴리즈 레버'를 장착한 미니는 손쉽게 가방으로 쏙 들어갔다.
ⓒ 유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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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에게는 자신의 몸을 담을 수 있는 '전용 가방'이 있다. 그 가방을 본 순간, 나는 이 녀석이 '자전거'란 것을 망각한 채 가방에 넣기 시작했다. '2단 접이식 퀵릴리즈 레버'를 장착한 미니는 손쉽게 가방으로 쏙 들어갔다. 그리고 13.1㎏이나 나가는 이 녀석을 땅에 닿지 않고 조심조심 집으로 모셔(?)왔다. 미니의 무게는 37개월 된 큰딸보다 가벼운 무게라 쉽게 생각하고 가방을 어깨에 둘러멨다.(정말이지, 난 미니가 자전거란 것을 망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사람의 무게와 자전거의 무게가 전해주는 중량감은 달랐다. 부피도 클 뿐 아니라 어깨끈 하나에 의지해 어깨가 받치고 있어야 했다. 결국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다 보니 어깨에 가방 끈에 눌린 피멍 자국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또 고수 라이더에게 말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답변은?

"(자전거의) 무게가 있으니 가방이 편하지 않을 거예요. 어쨌든 이동할 때는 자전거를 끌고, 멀리 이동하기 위해 자동차·버스·기차·비행기·배 등에 자전거를 실을 때만 가방을 쓰는 거랍니다. 특히 비행기에 자전거를 실을 때 (가방은) 유용합니다. 자전거를 박스 포장하려면 무지 신경이 쓰입니다. 가방에 자전거를 넣고 신문지나 스티로폼으로 채워주면 간단히 끝!"

그렇다. '자전거 가방'은 자전거를 넣고 둘러메고 걸어다니는 용도로 사용되면 안 되는 거였다. 이어 누군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 그게 바로 나였다. 단순히 '가방'이란 용도에 맞게 자전거를 넣고 집으로 가져온 것인데…. 자전거의 본래 기능을 무시하고 녀석을 어깨에 태우고(?) 온 것이다. 미니야, 용감한(?) 주인 만나서 당분간 고생해야겠다.

이렇게 우리의 첫 만남은 시작됐다.




태그:#미니, #미니벨로, #시승기, #초보라이더, #MINI FDB-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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