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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오는 수요일 18회 마지막 방송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아쉽습니다. 그동안 강마에를 보는 재미로 살았는데 이제 무슨 재미로 살아야 하나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좀 한심하다고요? 그런데 나만 그런 건 아닙니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많은 유행을 만들어내며 장안의 화제가 된 드라마였습니다. 강마에 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인기를 얻었고, '똥덩어리'는 유행어가 됐고, 드라마를 패러디한 동영상은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인터넷에 널리 퍼져있습니다.

 

이런 인기를 입증하듯 강마에를 연기한 김명민은 공중파방송을 비롯한 케이블방송 등 모든 드라마를 대상으로 한 2008 코리아 드라마 어워즈에서 대상을 안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이런 걸 보면 나 말고도 '베토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꽤 있는 모양입니다.

 

이 드라마의 성공에 대해서 '강마에'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사람들한테 먹혔다는 게 일반적 견해입니다. 물론 수긍합니다. 그러나 나는 이 드라마의 성공 요인을 캐릭터 플러스 사랑 이라고 봅니다.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사랑의 모습이 매력적이었기에 시청자의 관심을 오래 끌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사랑의 영원한 공식인 삼각관계지요. 특별한 게 있다면 오케스트라를 배경으로 했다는 것 정도일 뿐 정말 뻔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런 뻔한 사랑이기를 특별한 사랑 이야기로 포장을 잘 했습니다. 그래서 <바람의 나라>나 <바람의 화원>처럼 잘 만든 사극 사이에서도 굳건히 1위를 사수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도대체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식 사랑은 어떤 사랑이었을까요? 아마도 강마에라는 인물이 좀 유별난 만큼 그 사랑법도 좀 괴팍하지 않았을까요?

 

그렇습니다. 강마에의 사랑은 자신한테도 아주 어려운 시험을 푸는 것처럼 힘들었지만 상대방인 두루미에게도 참 못할 짓이었습니다.

 

그래서 종영이 1회밖에 안 남았는데도 아직도 문제를 다 못 푼 학생처럼 아직도 사랑은 어떤 가닥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어려워 보이는 사랑이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사랑을 택할까, 이전의 그 세계를 선택할까?

 

강마에는 자기감정에 혼란을 느낍니다. 그간은 자기를 좋다고 쫓아다니는 두루미의 감정에 어정쩡하게 따라가다가 점점 두루미에게로 향하는 감정 속에서 지금까지 자기가 이뤄온 것들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면서 강마에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섭니다.

 

두루미를 좋아하면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음악 스타일이 바뀌는 거지요. 그전의 것이 교과서적으로 악보에 충실하였다면 이제는 나름대로 해석을 하는 식의 변화가 오자 그는 깜짝 놀랍니다. 자기 세계가 흔들리는 걸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누구나 사랑을 하게 되면 자기 세계에 미묘한 변화가 옵니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개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데미안>의 한 구절처럼 강마에의 세계에 두루미는 균열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강마에는 마침내 두루미에게 결별을 선언합니다. 아직 시작도 안 한 사랑이지만 강마에는 사랑 때문에 그간 자신이 애써 이룬 게 무너질까봐 두려워 피해버린 겁니다. 이렇게 시작도 안 한 사랑이 정말 시작도 안 하고 끝나버리는 걸까요?

 

1회분만 남은 상황에서 <베토벤 바이러스>에는 질문 하나가 던져져 있습니다. 강마에가 사랑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자기의 신념이나 생활방식 이전의 그 세계를 선택할 것인가, 과연 어느 걸 선택할까요? 설마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고 지금 상황 그대로를 보여주면서 시청자의 판단에 맡기는 건 아닌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태그:#베토벤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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