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메리설산(梅里雪山:6740m)은 운남성 북부 디칭(迪庆)장족(藏族:티벳탄)자치주의 더친(德钦)현에서 10여Km 떨어져 있다. 운남성 최고봉이자 티벳탄들의 최고성산이다. 2대 달라이라마(1204~1283)에 의해 성역화된 이 곳은 각 지역에서 순례를 오는 티벳탄들과 웅장하고 경이로운 설산의 파노라마 풍경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로 인해 언제나 활기차 보인다. 가을이 찾아온 메리설산속으로 함께 들어가보자.

 

5色 5景 메리설산 가을 트레킹① - 세외도원으로 향하는 길

 

리장의 옥룡설산에서 처음 맞이한 만년설의 위용, 호도협 협곡의 웅장함과 거친 물살, 샹그릴라의 수려한 가을풍경과 난생 처음 맞이한 고원에서의 하룻밤, 백망설산의 하늘로 닿는 길 풍경에서 쉴새없이 내뱉었던 탄사도 메리설산 앞에서 우린 그저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먼길을 달려 도착한 더친. 한 발자국만 더 떼면 만년설 속에 파묻힐 것 같이 지척에 있는 운남성 최고봉. 웅장한 산맥을 덮은 만년설의 위용과 성스러움에 압도당해 우린 그저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10월의 메리설산. 가을의 청명한 하늘 아래 세상 모든 빛을 머금고 있는 듯한 순백색 설산은 더욱 반짝인다.

 

여전히 수증기 유입이 많은 탓인지 저녁이 되면 구름이 물러갔다 다시 해가 떠오른다. 강렬한 햇살이 대지를 데우면 어느새 구름들이 몰려와 만년설을 휘감아 돈다. 그렇게 메리설산 뒤편으로 해가 넘어가며 메리설산의 황홀한 첫날을 맞이한다.

 

페이라이스에서 맞이한 가슴 벅찬 일출을 뒤로 하고 본격 트레킹에 나선다. 3300m의 페이라이스를 출발한 우리는 깎아지른 협곡을 굽이굽이 타고 내려가 해발 2200m의 란창강변에 이르렀다. 메리설산 트레킹을 바로 눈앞에 두고 란창강 대협곡과 그 협곡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모세혈관처럼 뻗어있는 차마고도길에 다시 한번 숙연해진다.
 
엄청난 표고차와 경사도를 극복하고 그 사이로 모세혈관처럼 난 길이다. 혈관이 심장에서 출발해 심장으로 돌아오듯 그 길들도 나중엔 한 곳으로 모아질 것이다. 그 길에서 수많은 이와 짐승들의 생명이 희생되었을 테고, 힘겹게 그 길을 지났어야할 이들의 고단함도 묻어있을 것이다. 히말라야 조산운동이 만들어낸 지구의 거대한 아름다운 상처속에서도 그렇게 사람들은 인내하며 개척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황량한 란창강변에서 시땅마을을 거쳐 조금만 올라서면 울창한 원시산림이 펼쳐진다. 골짜기마다 기후가 다른 이 곳. 같은 골짜기에서도 완전히 다른 생태계가 존재하고 있다. 토양의 영향인가? 아님 그 토양의 두께차로 인해 아래쪽에는 나무가 자랄 수 없는 것인지... 어떻게 생각해보면 예전 무분별했던 벌목의 영향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5가지 색깔과 5가지 풍경을 선물하는 가을의 메리설산. 햇빛조차 들어오기 힘든 울창한 원시산림속에도 이미 깊은 가을 내음이 느껴진다. 침엽수와 활엽수가 공존하니 녹색과 울긋불긋 단풍이 어우러지는 고산원시림의 풍경. 해발 3000m를 넘어선 고산에서의 발걸음은 무겁지만 대자연의 상큼함과 가을의 화려함속에 느긋하게 그것들을 음미하며 걸어본다.

 

3750m의 위뻥Pass. 현지어로는 난쩡산(南争山:아름다운 산림이란 의미) 능선이라 불리는 곳이다. 메리설산 봉우리중 주봉인 카와커보 다음으로 신성시되는 멘츠무(선녀봉:페이라이스에서 볼때 제일 좌측에 있는 봉우리)가 바로 정면에 보이는 곳이기도 한다. 순례길 첫 관문이라 멘츠무봉을 보며 기도를 한다. 신이 잘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걸어놓은 타르쵸가 장관을 이룬다.

 

고전에 의하면 위뻥으로 가는 길은 이 곳 능선에서 별도 통과의식을 하고 비밀통로(?)를 통해서만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주변에 사는 이들도 몰랐던 이 마을. 매년 시땅마을에 곡식을 사러오는 이들의 행선지를 궁금히 여긴 한 사람이 판 곡식자루에 구멍을 내었다. 흘러내린 곡식을 따라 이들 행적을 따라가 보았다고 했다.
 
그 행적은 매번 이곳 능선까지 연결된 후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다고 하는데, 능선 이후로는 워낙 숲이 울창해서 더 이상 갈 수 없었다고 했다. 주변을 수색하던 중 소나무 가지로 덮어놓은 곳을 발견하여 들쳐보니 그 뒤로 숲을 지나가는 길이 나타났다. 그 길을 따라가보니 설산 아래 전원마을 위뻥이 나타났다고 한다. 바로 설산 신들이 사는 세외도원으로 가는 비밀통로가 아니었을까?

 

힘겨웠던 장시간의 오르막길으 끝나고 위뻥마을을 향한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기생하는 고산이끼가 바람에 흩날리며 고산의 정취를 더해준다. 굽이를 돌 때마다 원시림 사이를 비집고 얼굴을 내미는 메리설산의 고귀한 설봉들은 마치 손에 잡힐듯 가까워 보인다. 3년동안 가을이면 모든 일을 제쳐두고 이 곳에 왔었다. 별반 다를게 없어 보여도 그 속엔 지난번에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고, 같은 풍경일지라도 다른 의미로 다가선다. 어쩌면 이 매력 때문에 이 곳을 못 떠나고 있는지도...

 

그렇게 우린 위뻥을 출발해 7시간 만에야 메리설산속 세외도원 위뻥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변한 것이라곤 찾아오는 이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는 것 말고는 집들도 사람도 그대로였고, 세상을 다 감싸 안을 수 있을 듯한 포근함과 신비스러움은 그대로였다. 그래! 바로 이 곳이 나의 샹그릴라인 것이다.

 

5色 5景 메리설산 가을 트레킹② - 5色 5景을 만나다. 베이스캠프를 향해...

 

위뻥의 밤. 설산의 신들이 내려다보는 그 곳의 밤은 언제나 특별하다. 밤하늘을 수놓는 별들의 향연과 함께 고요한 그 곳엔 신들의 고귀한 숨소리마저 느껴지게 한다. 설산 바로 아래 위치한 그 곳은 만년설의 한기보단 티벳탄들을 굽어 보살피는 포근함이 느껴진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보냈던 MT의 밤처럼 짧게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지겨워지지 않는 그 곳. 시간마저 정지된 듯한 그 곳에서 항상 그랬듯이  칠흙같은 어둠속에 순백색의 날카로운 선을 그려낸 설산과 밤하늘을 쳐다볼 뿐이였다. 어쩌면 제임스힐턴이 묘사한 샹그릴라 '욕심과 탐욕이 없고 늙지 않는 곳'인 듯... 그리곤 어느새 동이 터 왔다.

 

위뻥마을에서 맞이하는 최고의 아침. 구름  한점 없는 설산의 만년설위로 햇살이 내리비친다. 음과 양이 극명하게 구분되며 저 높은 곳에 위치한 신의 영역처럼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이 곳에도 똑같이 따사로운 햇살이 드리운다.
 
신을 모시고 살아가는 이들의 분주한 아침이 시작된다. 향나무를 태워 연기를 내 새로운 하루를 열어준 신에게 예를 올리고, 집집마다 신을 모셔논 사당에 정성껏 성수를 올리며 이들의 일과는 시작된다. 출가를 하지 않아도 출가한 이들만큼이나 그들의 마음속엔 절대 신앙이 자리잡고 있었다.

 

위뻥마을. 순례자들에게도 여행자들에게도 메리설산을 좀 더 가깝게 알현하기 위한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방인의 눈에 이 곳 마을은 특별하다. 설산 바로 아래 위치한 지리학적 장점(?)뿐만 아니라 마을이 품고 있는 분위기는 고향같은 포근함과 신비스러움이 묻어난다.

 

'세외도원'이라는 애칭이 결코 과장되지 않는 이 곳. 오랜 시간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신비스러움 속엔 많은 신화를 지니고 있다. 그 신화속엔 실제로 존재하는 것도 있는데 한 나무에 여러 종류의 나무가 서로 다른 가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진 않았지만 그 나무는 실제로 위뻥마을에 존재한다고 한다.

 

그리고 설산을 가린 봉우리 꼭대기엔 일반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금으로 만든 사당이 있다고 한다. 이전부터 전해 내려져 오는 이 설화는 마을의 한 노인(73세, 현재 생존)이 동틀무렵 정확하게 보았다고도 전해진다. 그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마을사람들이 여러번 그 꼭대기를 찾아올라 갔으나 어찌된 영문인진 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진'처럼 그 꼭대기로는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 신비스럽고 성스러운 곳이라 그 명성에 걸맞는(?) 설화들이 곳곳에 많이 숨어 있는 듯하다.

 

2일차 트레킹. 위뻥마을에서 1991년 등반대 17명 전원사망이란 세계 산악계의 큰 뉴스를 만들었던 중일합동 등반대가 구축했던 베이스캠프를 거쳐 메리설산 주봉(카와거보) 생명의 호수인 얼음호수를 다녀오는 8~9시간의 쉽지 않은 여정이다. 상위뻥 마을을 지나며 해사모 회원들이 한국에서 직접 준비해서 가져온 학용품과 옷가지를 학교에 전달했다. 잠시나마 순수한 동심들과 말이 통하지 않지만 가슴으로 따뜻한 마음을 나누니 설산의 신도 흐뭇한 기분에 그 마음을 활짝 열고 우리를 반겨준다.

 

상위뻥마을을 벗어나면 시원스런 개활지가 펼쳐진다. 평탄한 길을 잠시 거닐다보면 얼음호수에서 내려오는 작은 개울을 만날 수 있다. 전날 시땅마을에서 위뻥마을로 넘어오며 물한방울 구경하지 못한 우리들은 그 황량함에 혀를 내둘렀지만 막상 그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니 촉촉한 자연의 습기와 시원스런 물줄기가 우리의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해준다.

 

개울을 건너면 본격 오르막이 시작된다. 해발 3200m에서 시작되는 오름짓은 3700m까지 쉼없이 이어진다. 숨찬 오름짓이 이어지면서 일행들의 발걸음이 현저히 느려진다. 산소가 희박한 고산지대라 힘겨운 발걸음이 계속되는 것 같아 속도를 줄인다. 뒤처진 일행들을 살펴보니 힘들어서가 아닌 메리설산속 원시산림이 만들어내는 풍광과 상큼한 자연의 내음에 취해 미쳐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여느 곳처럼 풀한포기 자라기 힘든 황량함 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설산이 아닌 원시산림을 거느린 이 곳. 세계적으로도 보기 힘든 원시산림과 빙하, 설산이 공존하는 특별함이 존재하는 운남성 최고의 트레킹 코스이다.

 

메리설산의 가을은 5色 5景으로 표현된다. 청명한 가을하늘의 푸르름, 순백색의 설산과 구름, 울긋불긋한 단풍과 신록의 원시산림, 빙하와 호수. 가을의 메리설산은 다양한 풍경의 색상이 만들어내는 종합선물세트와도 같다.
 
3시간의 힘겨운 오름짓끝에 만난 베이스캠프(3600m). 17명의 생명을 거둔 신의 분노보단 화려한 어떤 표현도 머릿속에 떠올리지 못하고 그저 '와~'하는 감탄만 자아낼 수 밖에 없는 웅장한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바로 가을 메리설산의 5色 5景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우린 그 스펙터클한 풍경에 압도당해 피로도 배고픔도 잊은 채 그저 한참을 바라보고만 있을뿐이였다.

태그:#메리설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