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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이명박 정부의 첫 예산안이 발표되었다. 이번 예산안은 이명박 정부의 '삽질경제' 철학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른바 '공사판 예산'으로 불리는 SOC 분야의 2009년도 예산은 21.1조원으로 2008년 예산에 비해 7.9% 증가하였다. 이는 총지출 증가율 6.5%를 훨씬 상회하는 규모이다.

 

경제재정은 선진국 3배, 복지재정은 절반 수준

 

우리나라 재정지출 구조가 지나치게 경제부문에 치우쳐 있고, 사회복지 분야는 지나치게 취약하다는 점은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예를 들면, 2005년 기준 우리나라 재정지출 중 경제재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21.0%인데, 미국은 6.6%, 호주 6.6%, 캐나다 5.9%에 불과하다(‘2007~2011 국가재정운용계획’). 반면, 재정지출 중 복지재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 56.4%, 호주 51.4%, 캐나다 58.1%인데, 우리나라는 26.7%에 불과하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여 복지재정 비중은 절반 수준인데 반해 경제재정 비중은 3배를 초과한다.

 

경제재정은 SOC투자, 기업에 대한 R&D 및 금융지원 등으로 구성되는데 건설업체와 대기업에게 직접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반면, 복지재정은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국민 개개인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간다.

 

사회기반시설과 자본축적이 부족한 후진국에서는 경제분야에 집중된 재정이 초기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민간자본축적과 사회기반시설이 일정 궤도에 오른 후에는 경제분야에 집중된 재정이 오히려 과잉투자와 예산낭비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재정지출의 중심은 자연스럽게 교육과 사회복지 분야로 옮겨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경제관료는 아직도 '후진국 습관'을 못 버리고 경제분야에 재정지출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건설과 대기업 중심'의 예산구조를 '사람 중심'의 예산구조로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이 그동안 계속 제기되었다. 그 영향으로 지난 수년간 SOC 예산의 증가율은 매우 미미하였고, 사회복지와 교육 관련 예산의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컸다. 예를 들면, 2008년 예산안의 경우 SOC 투자 증가율은 2.0%에 불과한 반면, 사회보건복지 증가율은 20.9%이었고 교육예산 증가율은 13.4%이었다. 심지어 2007년 예산안의 경우에는 SOC 투자 증가율이 오히려 -1.4%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번 2009년도 예산안에서 일거에 뒤집혀졌다. 이러한 '삽질경제' 예산은 이번 한번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의 재정지출계획을 밝힌 '2008~2012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의하면, SOC투자에 대한 증가율을 연평균 7.3%로 잡고 있으며, 교육은 7.6% 보건복지는 8.7%로 잡고 있다. 불과 1년 전에 작성된 '2007~2011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의하면, SOC 투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1.9%에 불과하였으며, 교육은 8.6%, 보건복지는 9.7%로 편성되었다. 결국, 교육과 복지 예산을 줄여 '공사판' 예산에 투입하는 방향으로 국가재정운용계획이 변경된 셈이다.

 

고등교육 예산은 제자리... 대학등록금 해결은 립서비스?

 

일부에서는 2009년도 교육예산 증가율은 8.8%이고, 보건복지 예산 증가율은 9.0%가 되니 괜찮은 편이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막을 보면 그렇지 않다.

 

우선, 교육 예산을 보면, 3조원 가량 증가하였는데 이는 모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증가에 의한 것이다. 우리나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의하면 내국세의 20%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주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내년도 내국세 예산이 약 170조이니, 이의 20%인 약 34조원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편성될 것이고 이는 모두 유아 및 초중등교육에 쓰여질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재정 중 가장 심각한 분야는 고등교육 즉 대학교육 관련 예산이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관련 정부예산은 GDP 대비 0.6%로 OECD 평균 1.1%의 절반 수준이다(교육과학기술부 보도자료 '2008년 OECD 교육지표 결과 발표' 2008. 9. 9).

 

반면, 고등교육 관련 민간부담은 GDP 대비 1.8%로 OECD 평균 0.4%의 4배가 넘는다. 이는 우리나라 학부모의 대학등록금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고등교육과 성인교육 관련 예산의 증가율은 거의 0%이다.

 

결국, 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편성되어야 하는 예산 외에 나머지는 동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등록금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그동안의 정부여당의 말은 모두 립서비스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

 

복지예산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복지예산 증가의 대부분은 이전 정부에 의해 계획되어 올해부터 시행된 기초노령연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 그리고 공적연금 지출 등 자연증가분에 의한 것이다. 정부의지가 반영된 재량적인 지출증가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4%대 성장도 빠듯한데 7%대 예상하고 재정지출 늘려

 

한편, 재정건전성의 문제도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 대규모로 감세를 했지만 총재정지출 규모는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에 균형재정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단언하고 있다. 그 근거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의 실질성장률이 연 5~7%, 경상성장률은 연 7.2~9.2%까지 예상된다는 것이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4%대의 실질 성장률도 낙관할 수 없다고 하는 판에 정말 꿈도 야무지다. 바깥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골방에 앉아 혼자 꿈꾸고 혼자 웃는 자폐증 환자와 뭐가 다른가?

 

정부의 바람대로 7%대 실질성장률을 올린다고 치자. 그러나 선진국은 덩치만 크다고 되는게 아니다. 덩치 큰 미국보다 북유럽 국가가 더 선망이 대상이 된 이유가 무엇일까? 모든 국민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정부가 보살피는 것이 진짜 선진국이다. 사람을 외면하고 건설과 자본에 편중된 이번 예산안은 대한민국호의 방향타를 후진국으로 되돌리는 예산안이다.


태그:#예산, #등록금, #SOC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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