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괜찮수? 천성근 본인은 괜찮다고 한다. 그가 정말 괜찮을까? 한국 교육에 묻는다. 이대로 진짜, 괜찮을까?

▲ 진짜, 괜찮수? 천성근 본인은 괜찮다고 한다. 그가 정말 괜찮을까? 한국 교육에 묻는다. 이대로 진짜, 괜찮을까? ⓒ 커리지필름

교육은 무엇일까요. 사람을 키워내는 것이지요. 그럼 사람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따져봐야죠. 여러 '당연한 답'이 떠오르지만 현실은 왜 자꾸 각박한 답을 내세우며 학생들을 몰아세울까요. 

9월 11일에 개봉한 영화 <울학교이티>(박광춘 감독)를 보며 여러 생각을 해봐요. 주인공 천성근(김수로 분)은 강남 영문고의 체육선생이에요. 학생들에게는 '좋은 사람'이지만 입시에는 '쓸모없는' 체육선생이기에 위기가 찾아오지요.

학부모들의 압박으로 학교는 체육시간을 줄이고 국영수 시간을 늘리려 하지요. 천성근에게 국영수 선생을 하란 얘기는 나가란 소리나 다름없지요. 그러나 10년 전 얼떨결에 취득한 영어교사 자격증을 생각해내고 영어교사가 되려 하네요.

고등학교가 배경인 한국 영화는 <여고괴담>처럼 공포이거나 <두사부일체>처럼 코미디가 될 수밖에 없어요. 제도권 고등학교 현실은 웃기지만 벗어나는 일은 무섭거든요. 영화는 현실의 반영이기에 <죽은 시인의 사회> 같은 건강한 드라마가 나올 수 없지요. 그래서 <울학교이티>는 코미디 영화로 관객들을 찾아가네요.

영화에서 입시에 도움이 안 되는 체육시간을 줄이라는 학부모의 압박이 어쩜 이렇게 자연스러울까요. 실제 고3 예체능 시간은 국영수 자습하는 시간으로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지요. 그렇다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에요. 영화에서처럼 학생들은 학원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학교 와서 휴식을 취하지요. 천성근이 영어 선생으로 변신할 때 유명 학원에서 수강하는 장면은 무너진 공교육과 극성인 사교육의 상징이지요.

학생과 선생의 관계를 묻는다

좋은 사람인 천성근 학생들 가정환경과 특성을 잘 헤아리고 있고 마음 상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그는 '좋은 사람'이다. 그러나 학교에서 '좋은 사람'은 별로 필요로 하지 않는다.

▲ 좋은 사람인 천성근 학생들 가정환경과 특성을 잘 헤아리고 있고 마음 상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그는 '좋은 사람'이다. 그러나 학교에서 '좋은 사람'은 별로 필요로 하지 않는다. ⓒ 커리지필름


학생과 교사는 이러한 안타까운 교육현장에 있지요. 고등학교에서 학생과 교사는 사제지간이 아니라 '지식을 주고받는 서비스 관계'로 전락하지요. 요즘에 '좋은 선생'은 시험에 나올 것을 잘 알려주어 좋은 대학에 보내주는 교사를 말하지요. 천성근에 대한 학생들의 속마음은 솔직한 현실을 보여주기에 씁쓸하지요.

선생과 학생 사이에 '사랑의 매'란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하던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되겠지만 단순히 지식을 주고받는 관계가 되어서도 안 되지요. 그렇다면 학생들이 책으로 지식을 얻거나 인터넷 수강하는 게 더 나을 테니까요.

영화는 교육이란 무엇이고 선생과 학생은 어떤 사이여야 하냐고 물어요. 대학 서열화와 차별이 뚜렷한 한국사회, 입시에 포로가 된 고등학교 교육, 이러한 현실에 이런 물음은 '순진'하지요. 그렇기에 처음을 돌아보게 하는 이러한 순진함이 소중하고 이 영화가 '좋은 영화'가 되는 것이지요.

사람이란 무엇입니까?

 존경하는 선생님에게서 사람 됨됨이를 배우는 학생들은 얼마나 될까. 무너진 공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은 얼마나 더 좌절해야 하는가.

존경하는 선생님에게서 사람 됨됨이를 배우는 학생들은 얼마나 될까. 무너진 공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은 얼마나 더 좌절해야 하는가. ⓒ 커리지필름


입시 교육에 대해 누구나 비판을 하지만 자기 자식만큼은 좋은 대학을 보내려 하지요. 사교육비에 등골이 휘지만 빚을 내서라도 아이들을 공부 시키는 게 한국 부모들이죠. 고등학교 교육이 이렇게 된 원인을 들여다보면 버젓이 학벌이 자리 잡고 있지요. 학벌에 혜택을 받은 사람은 이익을 아니까, 불이익을 받은 사람은 억울한 일들을 겪었기에,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 하지요.

이 정부 들어서 영어몰입교육을 시작으로 대학입시 3단계 자율화, 초·중·고 일제고사 부활, 특수목적고 증설, 국제중 설립에 이어 학교성적공개까지 입시 교육체제를 확고하게 하네요. 인성교육을 내세우며 입시에 목매인 '눈 가리고 아웅'식 교육도 문제였지만 드러내놓고 줄을 세우겠다는 정책도 끔찍함 그 자체지요.

이러한 지옥같은 현실을 피해 아이들을 전부 외국으로 유학 보낼 수는 없지요. 어쩌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는 간단할 수 있어요. 영화 제목 포스터에 나온 '티처의 재구성'이란 말처럼 대학과 고등학교 교육 목표를 재구성하는 것이지요. 여기에는 시민들의 이해와 합의가 필요하지요.

사람이 유일한 '자원'이라고 주장하지요. 사람이 자원이라고 생각하는 그 천박함을 탓하기에 앞서 사람이 중요하기에 입시에 맞춰진 기계로 키워서 안 되겠지요. 마지막으로 글 처음에 썼던 질문을 다시 얘기해봅니다. 사람이란 무엇입니까?

울학교이티 김수로 학벌 영어몰입교육 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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