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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팜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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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쓰레기
- 하이테크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 | 엘리자베스 그로스만 지음 | 송광자 옮김 | 팜파스 | 488쪽 | 2만3000원

"첨단 전자제품을 어떤 방식으로 제조하고 전자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따라 앞으로 수십 년간 캘리포니아에서 아프리카, 그린란드에서 말레이시아에 이르는 모든 지구촌 시민들의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컴퓨터와 휴대전화는 교체가 가능하지만 강 유역과 인류 건강에 일단 문제가 생기고 나면 하드 드라이브를 포맷시키고 새로운 운영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처럼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들어가는 글'에서)

또 다른 부제처럼 '디지털 기기의 숨은 독성에 관한 인류 건강 보고서'다. 북극 만년설에서 중국 남부지역의 쓰레기 더미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시대에 숨겨진 비밀을 폭로하고, 또 그 대안을 제시한다. 몇 년째 구식 휴대폰을 쓰고 있다고 부끄러워하지 말자. 당신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만큼 지구를, 인류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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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르네상스 中人
| 허경진 지음 | 랜덤하우스 | 400쪽 | 1만9000원

먼저 퀴즈 하나. 조선시대의 기본 신분 분류는? 딩동! 맞다. 사(士)·농(農)·공(工)·상(商)이다. 지금은 모르겠는데, 예전엔 교과서에서 그렇게 배웠다. 물론 노비와 광대와 백정처럼 그들의 울타리 밖에서 살아야 했던 천민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중인(中人)은 어떤 존재였을까.

고전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저자는 수많은 중인 관련 기록과 문헌을 바탕으로 조선 후기 시대의 중심에 중인이 있었음을 '실사구시적으로' 웅변하고 있다. 역관·의원·율관·산관·화원과 하급관리 등, 천민에게조차 존경받지 못하는 '경계인'으로 살며 조선 후기 르네상스를 꽃 피웠던 중인들의 인생실록 50편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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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요 부인의 재판
| 에드워드 베렌슨 지음 | 신성림 옮김 | 동녘 | 424쪽 | 1만6000원

모피 코트 차림의 한 여자가 한 남자의 집을 찾았다. 간단한 인사를 나눴을 때 그녀의 손에는 작은 브라우닝 자동권총이 들려 있었다. 여섯 발의 총성이 울렸다. 남자는 배를 움켜쥐며 바닥에 쓰러졌다. 남자는 프랑스 보수신문 <르 피가로>의 편집장이었고, 여자는 프랑스 급진당 당수의 부인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앙리에트 카요였다.

1914년 3월, 제1차 세계대전을 코앞에 둔 파리지앵들이 전쟁보다 더 매달렸던 '세기의 스캔들'을 다룬 책이다. 그녀는 왜 총을 쏘았을까. '카요 부인의 재판'을 둘러싼 오만가지 자료들을 풍성하게 엮어 '벨 에포크' 시기 프랑스 부르주아 사회가 앓아야 했던 좌우 갈등, 성(gender), 대중언론과 법률제도의 문제 등을 세세히 파헤치고 있다. 독서의 흥미를 빼앗지 않기 위해 밝힐 수는 없지만, 재판 과정도 재판 결과도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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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
- 미국, 미국 문화 읽기 | 강인규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92쪽 | 1만4000원

당신이 남자라면, 화장실이 비어있을 때 어느 용변기 앞에 서는가. 또 이미 다른 사람이 '일'을 보고 있는 경우라면? 저자는 미국 남자화장실의 줄서기 예절에서 '프라이버시'가 대인 관계의 핵심적 요소로 작용하는 미국 문화를 읽어낸다. 미국에서 뉴미디어를 공부하고 있는 저자가 '추상'이 아닌, 살아있는 미국 문화의 속살을 엿보는 방식은 시종 그런 식이다.

슈퍼볼, 스타벅스, 맥도날드, 재즈, 할로윈, 미키마우스 등 미국을 상징하는 25가지 코드와 일상 풍경에 주목해 "미국을 둘러싼 오랜 '권태'를 벗기고 그 나라의 모습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진지하면서도 발칙하고, 그래서 더욱 생생하고 흥미롭다. 저자가 해외통신원으로서 <오마이뉴스>에 올린 글을 다듬고, 새 글을 더해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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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읽는 세계사 1 - 공산주의
| 마르첼로 플로레스 지음 | 김선아 옮김 | 플래닛 | 192쪽 | 1만9800원

전설이 된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결정적 순간'을 얘기했다. 찰나의 사진 한 장으로 영원을 포착한다는 뜻이다. 그렇듯 때로는 사진 한 장이 그 어떤 글보다도 사태의 본질을 훨씬 더 잘 드러내준다.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부터 베를린장벽의 붕괴까지 전 세계 걸쳐 공산주의의 탄생, 발전, 몰락의 여정을 희귀 사진과 그림, 도표와 함께 시각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의 미덕도 거기에 있다.

1991년 구소련 붕괴의 '결정적 순간'을 보여주며 '공산주의의 몰락'으로 마지막 장을 정리한 이 책의 마지막 문단은, 그럼에도 이렇게 끝난다. "몇몇 예외(버트런드 러셀, H. G. 웰스 등)를 제외하고는 처음부터 러시아혁명을 경멸했던 사람들의 동기는 러시아혁명을 믿었던 사람들의 실책들보다 훨씬 덜 명예로운 것이었다. 실망한 연인과 아예 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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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의 털
| 김해원 지음 | 사계절 | 222쪽 | 8800원

예전에 비해 청소년의 교양과 성장을 돕는 책들이 넘쳐나고 있다. 0교시에 야자, 그리고 심야 학원에 허덕이는 그들이 과연 '정석'이나 '해법'과 같은 제목이 붙지 않은 그런 책을 읽을 여유가 있을지 의문이 들긴 하지만, 어쨌든 반가운 일이다. 게다가 '양'이 많다 보니 '질'이 충실한 작품도 많다.

'털'이란 단어가 묘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이 작품은 '사계절1318문고'의 50번째 책이자 제6회 사계절 문학상 대상작이다. 청소년 소설의 주인공이 되기에는 너무도 평범한 고등학생 일호의 '머리털'에 얽힌 이야기로, 그의 머리털은 '두발 자유' 문제로 긴장을 맞고, 청소년 인권 문제와 가족사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새로워 보이지 않지만 새로운 작품"이라며 대상을 수여한 심사위원들조차 심사를 한 뒤 "한참 동안 각자의 털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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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크리크 다리에서 생긴 일
| 앰브로스 비어스 지음 | 정진영 옮김 | 생각의 나무 | 272쪽 | 9800원

정치란 범죄 계급 중에서도 특히 저급한 족속들이 즐기는 생계수단, 외교란 조국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애국적인 기술, 사랑이란 환자를 결혼시키든지, 혹은 이 병의 원인이 되었던 환경으로부터 격리시켜야만 고칠 수 있는 일시적인 정신이상, 축하란 질투의 사회적 표현, 신부란 행복한 미래를 등 뒤에 두고 온 여자…. <악마의 사전>에 나오는 정의들이다.

19세기 시대와 불화하며 세상을 냉소했던 <악마의 사전>의 저자 앰브로스 비어스가 세기말 미국을 배경으로 쓴 17편의 환상소설을 묶었다. 죽음을 다루기에 어둡고, 유령이 출몰하기에 무서운 소설이지만 작가 특유의 아이러니와 위트와 풍자를 통해 부조리한 현실의 인식으로 이끌고 있다. 덧붙여 그의 유령에 대한 정의. '유령은 내적인 공포의 외적이고 가시적인 표상이다.


조선의 르네상스인 中人 - 누추한 골목에서 시대의 큰길을 연 사람들의 곡진한 이야기

허경진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2008)


태그:#이주의 새책, #하이테크 쓰레기, #중인, #카요 부인, #공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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