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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나주는 쪽으로 천연염색을 많이 하는 고장이다. 그 나주로 천연염색을 하러 갔다. 작년에도 가서 쪽과 양파를 이용해 염색을 해본 적이 있다. 쪽물은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양파는 색이 많이 빠져버렸다. 지금은 옷에 얼룩이 진 것처럼 남아있다.

 

오늘은 양파 염색은 하지 않고 다른 재료로 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천연염색을 한다는 생각에 기대가 됐다. 체험관에서 예슬이와 나는 손수건과 티셔츠 하나씩을 골랐다.

 

천연염색을 위한 염료는 체험관에서 미리 준비해 주었다. 그래서 염색체험은 물을 들일 옷가지에 무늬를 내는 것으로 시작했다. 티셔츠와 손수건에 무늬를 만들기 위해서 고무줄로 모양을 만들어 묶었다. 나는 세게 묶었다. 세게 묶지 않으면 묶은 부분도 염색물이 스며들어 무늬가 예쁘게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될 수 있는 한 세게 묶어야 한다.

 

예슬이는 세게 묶지 못해 아빠와 엄마께서 도와주었다. 이렇게 고무줄로 묶은 다음에 맑은 물에 넣고 헹궜다. 하얀 옷에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기름기를 없애줘야 염색이 잘 되기 때문이다.

 

난 코치닐을 염료로 한 염색을 하기로 했다. 코치닐이 무엇이냐면 동물성 염료이다. 선인장에서 자라는 벌레가 '코치닐'인데 그것을 갈아서 만든 것이다. 징그럽다고 생각하겠지만 미세한 벌레여서 별로. 그리고 100도가 넘는 물에 팔팔 끓이니까 그다지 느낌이 없다.

 

예슬이는 치자를 염색재료로 했다. 치자는 식물의 열매이다. 노란색 열매인데 그것으로 염색을 한다. 색깔이 꽤 예쁘다. 나는 동물성 염료, 예슬이는 식물성 염료를 고른 것이다.

 

아빠께서 정자에 가서 하자고 하셨다. 분위기도 정자가 훨씬 낫겠다고 하셨다. 진짜 정자에 가니 분위기가 좋았다. 나와 예슬이는 양재기에다가 코치닐과 치자 염료를 따로 담아서 가지고 갔다.

 

난 코치닐 염료에 티셔츠와 손수건을 넣고 주물렀다. 처음에는 힘든지 모르고 했다. 한 10분 넘게 지났을까 조금은 지루해졌다. 그 사이 코치닐의 색깔인 자줏빛으로 내 손이 물들어 가고 있었다. 자줏빛이 참 아름답게 보였다. 그 색깔을 보니 티셔츠와 손수건이 아주 예쁘게 물들 것 같았다. 입고 다니면 정말 예쁠 것 같았다.

 

예슬이 손은 노랗게 물들고 있었다. 처음에 볼 때는 몰랐는데 예슬이가 티셔츠와 손수건을 넣고 주무르고 있는 노란색도 정말 예뻤다. 치자염색도 해보고 싶었다. 아빠께 치자도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오늘은 이것만 하자고 하셨다.

 

30분도 넘게 주물렀다. 염색이 충분히 들었다고 생각됐다. 이제는 염색물이 든 옷과 손수건을 가지고 물에다 헹궈야 한다. 싱크대에 물을 받아놓고 여러 번 헹궜다. 그 다음 탈수기에 넣어 물을 뺀 후 빨랫줄에 널었다. 널어놓고 보니 정말 기대했던 대로 예쁘게 물들었다. 뿌듯했다.

 

빨랫줄에 널어놓은 옷과 손수건이 마르는 동안 천연염색 전시관에 들어가서 전시품을 둘러보았다. 천연염색으로 만든 예쁜 옷들이 많았다. 핑크빛이 도는 웨딩드레스도 있었다. 평상복으로 입고 다닐 수 있는 멋진 옷들도 많았다.

 

천연염색이 이렇게 멋있고, 은은한 색깔도 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내가 나중에 결혼을 한다면 천연염색을 한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었다.

 

일요일인데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체험장에 와서 그런지 피곤함도 있었다. 하지만 깨달음이 더 많았다. 천연염색은 인내심이 조금 있어야 할 것 같다는 것. 너무 재촉하면 물이 잘 들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천연염색으로 입힌 색은 예뻤다. 우리 조상들이 옛날부터 천연염색으로 물을 들여 옷을 입고 다녔다니 정말 똑똑했던 것 같다. 자랑스러운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슬비 기자는 광주 동신여자중학교 1학년 학생입니다.


태그:#천연염색, #슬비, #코치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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