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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82일만에 국회를 정상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0일 '단독 원 구성'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협상에 임했었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라고 왜 단독 원 구성을 할 방법을 강구해보지 않았겠느냐"며 "'안 된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에 끝까지 대화와 타협으로 원 구성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의 협상 타결 직전까지 '단독 원구성'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실제 의지가 있어서가 아니라 '압박용'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

 

홍 원내대표는 "(원 구성을 단독으로 하려면) 세 차례에 걸쳐 단독처리를 해야 한다"며 "(첫째) 국회법을 단독 처리해야 하고, 둘째 상임위를 강제 배정해야 하고, 셋째 무기명 비밀투표를 단독으로 해야 하는데, 이 세가지 절차 중 하나라도 민주당이 물리적으로 방해하면 원구성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나온 '야당에 너무 많이 양보한다', '다수 의석을 가지고도 야당에 끌려다닌다'라는 당내 비판 목소리에 대해 "원 구성에 대한 국회 절차를 국회의원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일축했다. "우리가 200석을 가져도 단독 원 구성은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인정해야 이명박 정부 성공"

 

홍 원내대표는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여야가) 윈윈 게임이었다"고 평가한 뒤,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강조했다. 그는 "거대 여당이 야당을 일방적으로 무시해서는 국민들이 등을 돌리게 된다"며 "야당을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국회를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상의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가축법 개정 문제와 관련, 야당으로 하여금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를 인정하도록 설득한 반면, 정부 측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 '사퇴 불사'라는 배수진까지 치며 협상의 물꼬를 튼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선과 총선에 전패를 한 민주당의 입장을 존중해야 했다"며 "외교부나 농수산부 입장에서는 강력히 반발할 수 있지만 민주당의 입장을 최소한이라도 들어주지 않으면 원 구성이 될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농수산부나 외교부의 반발을 설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앞으로도 민주당을 대화와 타협의 상대, 국정 파트너로 대접해야만 이명박 정부가 성공할 수 있다"며 "야당을 파괴의 대상이나 무시의 대상으로 삼아서 정부 여당이 성공한 전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7월말 여야 원 구성 합의가 청와대의 반대로 결렬된 것에 대해서는 "청와대는 법과 원칙대로 하자는 것이고, 나는 정치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었기 때문에 관점이 달랐다"며 "결국 인사청문회 당사자인 청와대가 틀리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당시 협상 결렬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해명했다.

 

"권위주의 시대 논리로 보면 내 지도력 손상, 그러나..."

 

이 당시의 협상결렬과 함께 한나라당 몫 국회 상임위원장 경선 결과가 원내지도부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은 점 때문에 원내사령탑인 홍 원내대표의 지도력이 상처를 입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홍 원내대표는 "원내지도부가 지시하면 모든 것을 일사불란하게 따라가는 소위 권위주의 시대의 논리로 보면 내 지도력이 손상됐다"면서 "그러나 당헌에 경선을 하기로 돼 있고, 박진 의원이 (통외통위위원장이) 된 것은 국회의원의 뜻이지, 그것을 홍준표 지도력이 손상됐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11개 (상임위원장) 내정 중 한 곳만 (지도부의 의도와) 다른데, 그것을 두고 지도력이 훼손됐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타율이 90%를 넘는데..."라며 당 안팎의 평가를 아쉬워했다. 또한 "나는 '친이(명박)'도 아니고 '친박(근혜)'도 아닌 홍준표 독자 브랜드로 원내대표를 수행하고 있지만, 한나라당 내에 엄연히 친박, 친이가 존재하는 한 그런 일이 앞으로도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내 및 청와대와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대통령께서 추구하는 국정철학을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안다"며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원내에서 가능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지만, 대통령이 잘못 판단할 때는 대통령에게 직언을 드리는 것도 내 임무"라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80여일간의 개원 및 원 구성 협상 과정을 통해 정치력과 리더십에 대한 1차 평가를 받았다. 국회 정상화와 함께 이명박 정부가 'MB노믹스'를 위한 강공 드라이브를 본격화 하고 나섬에 따라 야당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거대 여당의 원내사령탑인 홍 원내대표는 이제 '제2의 시험대'를 앞두고 있는 셈이다.

 

 

다음은 홍준표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요지이다.

 

"원 구성에 대한 국회 절차를 국회의원들도 잘 몰라"

 

- 원 구성 협상 타결을 어떻게 평가하나?

"내가 자평할 수 있나. 하하. 윈윈 게임이었다."

 

- 가축법 관련해서 정부와 청와대에서는 불만이 있는 것 같은데.

"어제 맹형규 정무수석이 이 대통령에게 보고 드리고 끝났을 것이다."

 

- 문제 없는 것으로?

"그렇다."

 

- 이후 야당과의 관계 전망은?

"앞으로도 대화와 타협으로 국정을 끌어갔겠다. 거대 여당이 야당을 일방적으로 무시해서는 국민들이 등을 돌리게 된다. 야당을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국회를 끌어가겠다."

 

- 이번 원 구성 협상을 두고 여당내에서는 '원내대표가 야당에 끌려다녔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는데.

"원 구성은 정치를 안 해본 사람들은 잘 모른다. 원 구성은 우리가 200석을 가져도 단독으로 안 된다. 세 차례에 걸쳐 단독처리를 해야 한다. (첫째) 국회법을 단독 처리해야 하고, 둘째 상임위를 강제 배정해야 하고, 셋째 무기명 비밀투표를 단독으로 해야 하는데, 이 세 가지 절차 중 하나에서라도 민주당이 물리적 방해를 하면 원구성이 될 수 없다.

 

원 구성에 대한 국회 절차를 국회의원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석을 가지고도 단독 원 구성은 안 된다. 우리라고 왜 단독 원 구성 할 방법을 강구해보지 않았겠나. '안된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에 끝까지 대화와 타협으로 원 구성을 한 것이다."

 

- 협상 타결 직전까지 단독 원 구성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나?

"압박용이었다."

 

- 협상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민주당은 대선, 총선에 전패를 한 정당이다. 그 분들 입장을 존중해야 하는데, 그 분들 입장은 한미 간의 쇠고기 협상을 무효화 하지 않고는 국회에 안 들어오겠다는 뜻이었고, 우리는 협상이 유효하다는 전제로 앞으로 통제 장치를 강화하자는 전략이었다. 결국 서로가 한발씩 양보해서 협상점을 찾은 것이다. 협상 과정에서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의 합리적 결단을 존중하고, 존경한다."

 

- 이번 협상과 관련 청와대와 정부측과는 어떻게 조율했나?

"조율 과정을 거의 거쳤다. 정부의 외교부나 농수산부 입장에서는 강력히 반발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입장을 최소한이라도 들어주지 않으면 원 구성이 될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농수산부나 외교부의 반발을 설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친이도, 친박도 아닌 홍준표 독자 브랜드"

 

- 지난 7월말 여야 원 구성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가 청와대의 반대로 결렬됐는데, 당시 홍 원내대표가 청와대로부터 '물 먹었다'는 얘기가 있는데.

"정치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그 당시 청와대가 거부한 것이 아니다. 청와대는 인사청문회 당사자였다. (나로서는) 당사자 입장을 물어본 것이지, 국회 원구성에 대한 것은 물어보지 않았고, 청와대도 개입하지 않았다. 전적으로 내 책임하에 이뤄진 것이다."

 

- 청와대가 여야 합의를 틀었다는 것은 사실 아닌가?

"잘못된 것이다. 인사청문회는 청와대가 당사자기이 때문에 입장을 물어봐야 하는 것이고, 청와대는 법과 원칙을 얘기한 반면, 나는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관점이 달랐던 것이다. 인사청문회 당사자인 청와대의 입장, 법과 원칙대로 하자는 것이 틀리다고 말할 수 없다. '7월 협상을 청와대가 깼다'는 보도는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그 당시 협상 결렬의 책임을 내가 지겠다고 했다."

 

- 국회 상임위원장 경선에서 원내지도부가 내정했던 후보가 탈락했다. 원내대표 지도력이 훼손 된 것 아닌가?

"표현이 잘못됐다. 원내 지도부가 지시하면 모든 것을 일사불란하게 따라가는 소위 권위주의 시대의 논리로 보면 내 지도력이 손상됐지. 그러나 당헌에 경선을 하기로 돼 있다. 경선을 요구해서 경선을 했고, 박진 의원이 (통외통위원장이) 된 것은 국회의원의 뜻이지, 그것을 홍준표 지도력이 손상됐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 그러나 국회 상임위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가겠다는 원내지도부의 전략에 차질이 생긴 것은 분명하지 않나?

"내 전략에 차질이 생기면 전략을 수정하면 된다. 의원총회 결과를 두고 '잘했다, 잘못했다' 논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11개 상임위원장 중에서 단 한 곳이 내가 세운 전략과 다르다고 해서 그것을 두고 홍준표 지도력이 훼손됐다고 단정하기 이르다. 11개 상임위 내정자가 전부 떨어지거나 절반 이상이라도 떨어져야지, 11개 내정 중 한 곳만 (지도부의 의도와) 다른데, 그것을 두고 지도력이 훼손됐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타율이 90% 넘는데...

 

나는 친이도 아니고 친박도 아닌 홍준표 독자 브랜드로 원내대표를 수행하고 있다. 내가 친이계 쪽에 서면 친박쪽에서 나를 비난할 것이고, 친박쪽에 서면 친이계가 비난한다. 그래서 중립적인 입장에서 당을 끌어가고 있는데, 한나라당 내에 엄연히 친박, 친이가 존재하는 한 그런 일이 앞으로도 있을 수 있다."

 

- 홍 원내대표는 사실상 당내에서 가장 이 대통령의 의중을 잘 반영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아닌가?

"대통령이 추구하는 국정철학을 나름대로... 대통령과 12년 정치를 하면서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안다고 본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원내에서 가능한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잘못 판단할 때는 대통령에게 직언을 드리는 것도 내 임무라고 본다."

 

- 18대 국회가 정상화 됐다. 여당에서 보는 향후 핵심 과제는?

"이명박 정부가 할 시급한 문제가 규제개혁, 조세개혁, 금융개혁, 한미FTA 문제다. 이 네 가지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경제 재도약을 위한 펀드멘탈을 조성하는 장치가 될 것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 네 가지 문제에 집중하겠다. 앞으로 민주당을 대화와 타협의 상대, 국정 파트너로 대접해야만이 이명박 정부가 성공할 수 있다. 야당을 파괴의 대상이나 무시의 대상으로 삼아서 정부 여당이 성공한 전례가 없었다."

 

-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를 불신하거나 야당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이 대통령이 변할 것으로 본다."


태그:#홍준표 원내대표, #국회 원구성 협상, #쇠고기 수입 협상, #이명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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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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