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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대표적인 민간 원림이다. 여유를 갖다보면 운치를 느낄 수 있다.
▲ 소쇄원 조선시대 대표적인 민간 원림이다. 여유를 갖다보면 운치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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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사이 소나기가 자주 내리면서 더위가 한풀 꺾인 것 같다. 그래도 한낮은 아직 불볕이다. 후텁지근하기도 하다. 이럴 때일수록 야외에서 재충전의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 어디로 갈까?

배롱나무 꽃이 한창 피었다. 배롱나무 꽃 흐드러진 담양으로 발길을 옮겨본다. ‘대나무고을’로 널리 알려진 담양에는 누정이 많다. 요즘 소나기가 자주 내리는데 누정을 찾아가는 여정은 비가 내려도 전혀 불편하지 않겠다. 오히려 비가 오면 더 운치 있겠다. 운이 좋으면 누정을 통째로 차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누정’이라 함은 누각과 정자를 통상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루는 공적인 집단 수양공간을 가리킨다. 정은 개인적인 수양공간이다. 송강정, 식영정, 면앙정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또 숲의 자연상태를 그대로 조경삼아 적절한 곳에 집과 정자를 배치한 것을 원림이라 하는데 소쇄원, 명옥헌, 독수정 등이 있다. 담양에는 모두 30∼40개의 누정이 있다.

배롱나무 꽃 활짝 핀 명옥헌원림. 연못에 비친 파란하늘과 구름이 압권이다.
▲ 명옥헌원림 배롱나무 꽃 활짝 핀 명옥헌원림. 연못에 비친 파란하늘과 구름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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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정 마루에 걸터앉으면 마치 옛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세상 부러울 게 없다.
▲ 명옥헌원림 누정 마루에 걸터앉으면 마치 옛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세상 부러울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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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 꽃 흐드러진 명옥헌원림으로 먼저 가본다. 명옥헌원림은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 산덕리 후산마을에 있다. 목조 기와집과 주위 경관을 그대로 살린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민간정원으로 소쇄원과 함께 쌍벽을 이룬다. 넓은 뜰에 아담한 정자와 깨끗한 시냇물, 연못 그리고 연못가의 배롱나무와 노송이 조화를 이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명옥헌원림을 더욱 빛내는 것은 배롱나무다. 그 꽃이 절정이다. 나무에서 핀다고 ‘목백일홍’이라고도 한다. 이름처럼 무려 석 달하고도 열흘 동안 꽃을 피운다. 그것도 꽃 한 송이, 한 송이가 오래 머물러 있는 게 아니다. 날마다 새 꽃을 피워낸다. 그 화사함은 결코 봄꽃에 뒤지지 않는다.

큰 나무가 피워낸 꽃잎들이 누정 앞 연못을 선홍빛으로 물들인 풍경이 압권이다. 그 위로 푸른 하늘과 하얀 뭉개구름이 겹쳐진다. 사철 언제 찾아도 좋은 명옥헌원림이지만 지금 최고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슬비와 예슬이가 옛 사람의 흉내를 내보고 있다. 세상사 등지고 자연으로 돌아간 선비의 고고한 품성과 풍류를 느껴보려고.
▲ 소쇄원 슬비와 예슬이가 옛 사람의 흉내를 내보고 있다. 세상사 등지고 자연으로 돌아간 선비의 고고한 품성과 풍류를 느껴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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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옥헌원림에서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소쇄원으로 향한다. 사적 제304호로 지정된 소쇄원은 명옥헌원림과 함께 조선시대 대표적인 원림이다. 계곡, 연못, 대숲, 바위, 새소리, 물소리까지 자연 그대로의 풍취가 오롯이 담겨있다. 손님을 버선발로 맞았다는 대봉대, 운치 있는 담장 애양단, 계곡 위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다섯 굽이를 이뤄 흐르는 오곡문이 눈에 들어온다.

소쇄원 가장 위쪽에 자리한 제월당은 옛 주인 양산보가 기거하며 손님과 담소를 나누던 곳이다. 그 아래에는 소쇄원에서 가장 멋진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광풍각이 있다. 광풍각은 이 집의 사랑방으로 소쇄원의 중심이 된다. 귀를 기울이니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부터 대나무를 스치는 바람소리, 산새소리, 벌레 우는 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다.

사실 소쇄원을 한바퀴 도는데 10분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유를 갖고 돌아보니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옛 사람들의 속내까지 들여다보면서 시끄러운 세상을 등지고 자연으로 돌아간 선비의 고고한 품성과 풍류까지 느껴지는 것 같다.

'성산별곡' 시비가 있는 식영정. 해질 무렵 광주호에 반사된 빛이 정자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풍경이 환상적이다.
▲ 식영정 '성산별곡' 시비가 있는 식영정. 해질 무렵 광주호에 반사된 빛이 정자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풍경이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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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국어시간에 귀가 닳도록 들었던 송강 정철의 <성산별곡>으로 더욱 유명해진 식영정으로 향한다. 그림자도 쉬어갈 만큼 아름답다는 곳이다. 해질 무렵 광주호에 반사된 빛이 정자 오른쪽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풍경이 환상적이다. 잠시 신발을 벗고 정자 마루에 올라본다. 슬쩍 난간에 다리도 올려본다.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다.

송강정, 면앙정에도 발자국을 찍어본다. 송강정은 송강 정철이, 면앙정은 면앙정 송순이 지은 것이다. 그들의 호를 따서 이름 붙였다. 정철은 이곳에 머물면서 식영정을 왕래하며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을 비롯 많은 시가와 가사작품을 지었다고 한다. 조선 중기 문신 송순이 은거한 문학공간인 면앙정에는 그의 군자다운 고매한 인품이 그대로 스며있는 것 같다.

송강 정철이 '사미인곡'과 '속미인곡' 등 많은 시가와 가사를 지은 곳이다.
▲ 송강정 송강 정철이 '사미인곡'과 '속미인곡' 등 많은 시가와 가사를 지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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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 문신 송순이 은거하던 문학공간이다.
▲ 면앙정 조선 중기 문신 송순이 은거하던 문학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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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에는 가볼 만한 곳이 참 많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언제 걸어도 시원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이다.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져 있어 마치 시원한 숲속 동굴을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 길에서 가족, 연인과 함께 자전거 타는 것도 재미있겠다.

관방제림도 언제 봐도 아름답다. 수령 300년이 넘었다는 느티나무와 푸조나무, 팽나무 등 거목들이 즐비하다. 가슴으로 호흡하다보니 마음속 안개까지 말끔히 걷히는 느낌이다. 참매미 자지러지게 우는 여유로움이 있어 더 좋다.

대숲도 있다. 대표적인 게 죽녹원과 대나무골테마공원인데 두 곳 모두 대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빽빽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다. 너른 땅에 꼿꼿이 선 대밭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죽림욕이 된다. 대가 나지막하게 연주하는 감미로운 음악이 들려온다.

여행객들이 옛 사람 양산보가 손님을 버선발로 맞았다는 '대봉대'에 걸터앉아 쉬면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 소쇄원 여행객들이 옛 사람 양산보가 손님을 버선발로 맞았다는 '대봉대'에 걸터앉아 쉬면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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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쇄원 들어가는 길. 대숲 우거진 길에서 슬비와 예슬이가 휴대전화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소쇄원 소쇄원 들어가는 길. 대숲 우거진 길에서 슬비와 예슬이가 휴대전화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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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숲속 동굴 같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에서 관광객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길 양 옆으로 맥문동 꽃이 활짝 피었다.
▲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시원한 숲속 동굴 같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에서 관광객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길 양 옆으로 맥문동 꽃이 활짝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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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누정, #명옥헌원림, #소쇄원, #식영정, #메타세쿼이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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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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